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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아무도 원하지 않은 강점기' 대전환경 박살 낸 역대급 사기캐릭터

작성일 : 2020.03.28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하여 1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결판을 내는 '대전격투게임'에서 황금 밸런스를 찾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 어떤 게임에서도 항상 강캐와 약캐는 존재하고 후속작이 나와 가동률이 떨어진 게임임에도 회자되는 사기 캐릭터도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 화제가 된 캐릭터는 바로 철권7의 신규 DLC 캐릭터인 '리로이 스미스'다. 사실 철권7 가동 초기에는 폴 피닉스도 사기 소리를 들으며 프로게이머들이 '양심을 내다 버려야 할 수 있는 캐릭터', '폴7', '붕권7' 와 같이 놀려먹긴 헀다.

하지만 실제 대회 성적이나 랭킹을 보면 답이 없는 사기캐 수준은 아니었고 적당히 시간이 흘러 파해법이 발견되고 너프를 먹은 뒤에는 반짝 밈으로 소비되는 처지가 된 반면 리로이 스미스는 답이 없는 적폐 그 자체였다.

고우키, 기스 하워드, 녹티스 등 대체로 철권7의 DLC 캐릭터가 대부분 지나치게 강한 기본 성능 때문에 구설수가 있었는데 리로이는 그 정도가 아주 심했다.

횡신과 횡보를 모조리 캐치하는 호밍에다가 엄청 빠른 발동, 낮은 몸 판정으로 자기는 피할 거 다 피하고 때리는 데다가 막혀도 후딜레이가 적고 얻어걸려서 카운터라도 발생하면 그대로 콤보 시동이 되는 하단기, 필드에서 긴 리치로 엄청난 이점을 가지는 딜캐기, 날로 먹는 수준의 난이도로 체력의 절반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 홀라당 까먹는 콤보 등 리로이는 리스크는 없지만 리턴은 제대로 떡칠한 캐릭터였다.


세계구급 철권 프로게이머인 무릎조차도 위와 같이 날이 선 비판을 할 정도로 리로이의 대회 강점기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결국 첫 출장 공식 대회인 EVO 재팬 2020의 출전자 80% 이상이 리로이 스미스를 선택했고 우승한 선수조차도 이기고 싶다면 리로이를 고르라는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다.

2월 12일 업데이트로 너프의 철퇴가 떨어져서 지금의 리로이는 적당히 쓸만한 성능의 캐릭터가 되긴 했지만 그 여파가 너무나도 컸기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대전환경 자체를 완전히 망가뜨려놓으며 강한 임팩트를 남긴 사기 캐릭터들 소개해보고자 한다. 

■ 방사능에 피폭돼도 끄떡없는 세기말 병자


상대의 탈주를 유도하는 셀렉트 화면

숱한 사기 캐릭터 가운데 가장 악질로 꼽히는 녀석이 바로 아케이드판 '북두의 권'에서 처음부터 선택 가능한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하나인 '토키'다. 세계가 핵의 불길에 휩싸인 199X년의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은 AAA급 권법가라는 원작 설정을 고려하면 강캐로 뽑혀 나와도 충분히 납득이 될 만한 캐릭터지만 이 녀석의 강함은 도가 지나쳤고 밸런스 측면에서 작품 출시 초기에 흥행을 말아먹는 원흉이 됐다. 

본래 대전격투게임에서는 모든 기술에 제각기 다른 위력, 판정, 속도, 딜레이라는 요소가 따라오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위력이 높고 판정이 후한 기술은 다소 발동이 느리거나 빗나갔을 경우 행동이 불가능한 시간이 길고 반대로 빠르고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권을 가져올 수 있거나 콤보 연계가 가능한 기술은 위력이 낮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토키의 강함은 바로 '사각이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 사기성은 모두 이동기인 '북두무상류무'에서 비롯됐는데 이 기술은 무려 피격 중만 아니라면 8방향으로 심지어 거리 조절까지 하면서 어디로든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고  이동 중에는 투명인간이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피격 판정이 좁아진다.


발동 순간에만 발생하는 양심 없는 피격 판정, 그나마 저거도 이동 중에는 사라진다

게다가 다른 기술을 캔슬하여 북두무상류무를 사용하거나 반대로 북두무상류무를 다른 기술로 캔슬할 수도 있다. 심지어 북두무상류무도 엄연히 기술이므로 북무무상류무만 몇 번이고 연속 시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틀리면 몇 대 때리고 북두무상류무만 연타하며 도주하여 타임어택 심리전을 거는 악랄한 짓도 가능한 것이다.

안 그래도 토키는 엄청나게 발동 속도가 빠른 장풍과 반격기를 탑재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니가와 운영에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데 북무무상류무 때문에 러시 공방까지 엄청 강하다 보니 상대 입장에서는 파훼법을 찾기 쉽지 않다.


북두무상류무를 전혀 쓰지 않고도(北斗無想流舞封印) 이런 세기말스러운 콤보가 가능한데 북두무상류무가 있으면 오죽 할까

심지어 어쩌다가 카운터 몇 번 오가면 사조성에 불이 켜지고 제작사인 아크 시스템 웍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일격필살기(절명오의)가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게 되는데 토키는 이 일격필살기마저 고성능이라 문제다. 

발동속도도 빠르고 범위도 엄청나게 넓은데 초필살기(궁극오의)인 찰활공, 북두쇄패권에서 확정연결이 가능하고 앞서 설명한 징검다리 기술들은 기본적으로 사조성을 점등시킬 수 있는 사양이다.  때문에 상대는 지난 라운드에서 압박을 당해 별을 많이 일었다면 다음 라운드에서는 언제든 궁극오의를 맞는 즉시 사망에 이르는 극한의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별이 하나만 남았고 궁극오의를 맞았다면 너무나 당연하듯이 절명오의가 따라오고 '게임은 이미 끝나 있다'

덕분에 아케이드판 북두의권을 소재로 한 초창기 게임 대회는 순식간에 토키로 도배됐고 토키 외에는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그나마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연구가 진전된 뒤에는 각종 버그성 고난이도 테크닉이 개발되어 이론상 모든 캐릭터가 공평하게 콤보 2번이면 끝장나는 기묘한 방식으로 밸런스를 맞춰 2020년 현재까지 대회가 이뤄지고 있는 장수 게임이 됐지만 여전히 토키는 그중에서도 가장 티어가 높은 쪽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캐릭터가 무한 콤보가 가능한 세기말 밸런스(...)를 갖추면서 현재까지 현역으로 가동되고 있다

한편, 이에 비견할 만한 캐릭터로는 KOF(더 킹 오브 파이터즈) 2003에 등장한 듀오론이 있다. 암살권을 사사한 비밀조직의 후계자라는 캐릭터 속성뿐만 아니라 근거리, 원거리전을 가리지 않는 탄탄한 베이스, 무딜레이로 상대방의 등짝을 볼 수 있는 사기성 짙은 이동기 등 비슷한 점이 꽤 많은데 그나마 애는 초필살기가 일반 캐릭터 수준이라서 토키에 비하면 그나마 양심적인(?)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 경량급처럼 빠르게 움직여서 중량급의 힘으로 친다


누군가에게는 혐짤인 그 캐릭터

메타 나이트는 전 세계 각종 게임 프랜차이즈를 집대성한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에서 독보적인 성능을 보여주며 숱한 상대를 물리치고 사기캐릭터의 정점에 군림한 적이 있는 캐릭터다. 

메타 나이트의 특징은 '일장일단'이라는 대전격투게임의 기본 틀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듯한 구성이다. 실제로 스매시브라더스는 각 파이터(캐릭터)를 스피드가 빠른 대신 판정이 빈약하고 쉽게 장외되기 쉬운 '경량' 느리고 굼뜬 대신 판정이 우수하고 쉽게 장외되지 않는 '중량'으로 1차 구분하여 일장일단을 책정하고 있다.

그런데 메타 나이트는 경량급의 빠른 속도와 적은 딜레이는 유지한 채로 냉병기를 사용해서 긴 사정거리로 적을 견제할 수 있고 동시에 공격하더라도 상대의 공격은 무시하고 피해를 입혀 일방적으로 경기를 리드하는 우선권 등 중량급 파이터의 장점도 동시에 갖추고 있어 상대 입장에서는 부조리의 극치를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문제의 그 기술 '마하 토네이도'

메타 나이트 판정의 무시무시함을 언급한다면 반드시 나오는 것이 스매시브라더스 X 시절 중립 필살기 '마하 토네이도'인데 정신나간 공격속도와 넓고 빠른 타격 판정으로 스매시브라더스 최강의 타격 아이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키콩 해머'와 맞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고 해머의 지속시간이 끝날 때까지 필살기만 연타하고 있으면 결국 공중으로 떠오르는 건 상대방일 뿐이었다.

심지어 기반(대응) 캐릭터가 커비인 만큼  커비의 5단 점프도 쓸 수 있는 데다가 앞서 언급한 마하 토네이도를 포함하여 모든 필살기가 이동 내지는 돌진을 동반하고 있어 어지간히 누적 피해를 입어 필드에서 단번에 장외되지 않는 한 방해를 좀 받아도 손쉽게 복귀할 수 있는 등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빈틈이 없다. 


X 시절 메타 나이트의 강함을 엿볼 수 있는 영상, 더러운 판정 싸움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기상 공방은 역겨움 그 자체다

덕분에 메타 나이트는 스매시브라더스 X 소재 대회에서 승률이 아닌 우승률이 50%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뒀으며 일반적인 토너먼트에서 TOP 48을 뽑으면 반드시 적어도 4분의 1, 많으면 절반 가량의 참가자가 메타 나이트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후속작에서 날먹 즉사 콤보로 OP가 된 '베요네타'의 정체가 실은 사기 그 자체인 전작의 '메타 나이트'라는 개그 짤방

■ 라이엇 재그의 자식은 없는 게 없어요


10.4 패치 이전까지는 얘네 둘이 바텀을 다 해먹는 적폐 2관왕이었다

수시로 패치를 통해 흥망이 갈리는 AOS 장르의 게임에서 영원한 OP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처음 출시됐을 때 혹은 중간에 리워크나 메타의 영향을 받아 무지막지하게 강했던 캐릭터도 결국에는 유저들의 선호도와 승률에 따라 정상궤도를 찾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짧은 전성기를 누린 캐릭터들은 보통 그 시기를 기억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거나 씹히곤 한다. 리그오브레전드를 기준으로 하면 협곡에서 일당백 진삼국무쌍을 찍던 창쟁이, 초기 성능이 너무 강력해서 7단 연속 너프를 맞이하고도 1티어 원딜의 자리를 유지했던 건맨, 30초마다 범위 무제한의 글로벌 이동기를 쓰며 맵을 활보하는 도박꾼, 3레벨 찍는 순간 상대가 사라지는 마술을 부리는 마법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카밀'은 무려 시즌 하나를 말아먹은 안 좋은 의미에서 역대급 OP  캐릭터였다.  사실 일반적인 챔피언은 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저들의 이런저런 예측이 있기 마련이지만 실제로는 메타나 아이템 빌드의 최적화, 조작 난이도의 문제 때문에 그 예측이 들어맞기가 쉽지 않다.


바꿔 말하면 예전 카밀은 기동성, 딜, 탱킹 다 되던 챔피언이라는 소리

하지만 카밀은 애당초 스킬셋에 없는 게 없는 사기 그 자체였다. 짧은 기본 공격 사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쿨타임이 짧고 2번의 온힛 효과를 제공하는 스킬인 Q를 쓰면 사거리도 늘어나고 무언가를 때리기만 하면 이동 속도가 늘어나 전후상황을 보고 뛰어들거나 도망가는 것도 자기 맘대로였으며 2번째 온힛 공격은 조건부로 모든 피해를 고정 피해로 변환하는 기능도 있어 1:1 대인전이 무척 강력했다.

기본적으로 물몸이긴 한데 부채꼴로 적을 휩쓰는 W가 광역 슬로우, 최대 체력비례 피해, 회복을 제공하고 패시브는 아예 상대의 공격 타입에 맞춰 전체 체력의 20%만큼 물리 또는 마법 방어막을 제공해서 대놓고 맞붙어 싸우다가 수틀리면 거리 벌려서 체력을 채우며 상대방을 갉아먹는 식으로 입맛대로 운영방식을 취사선택할 수 있었다.

E는 무려 2단 돌진이 가능해 화면 밖에서 적을 물거나 도망가는데 유용하며 적과 부딪히면 그 즉시 적을 기절시키고 자신에게 공격속도 버프를 걸기 때문에 전투개시(이니시에이팅) 능력 또한 매우 출중했다. 심지어 궁극기는 찍은 적을 일정 범위 밖으로 절대 나갈 수 없도록 못박아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런 사기적인 스킬셋으로 무장한 카밀과 1:1을 강제한다. 궁극기를 사용할 때는 순간적으로 타겟팅이 불가능한 무적 상태이기까지 해서 막무가내로 들어와서 싸움을 거는 이 처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개별 스킬에 3개, 4개의 부가 효과를 모조리 때려 박아 장점밖에 남는 게 없었기에 PBE(공개 테스트 환경)에서는 그 어떤 챔피언도 대적할 수 없었으며 난이도까지 크게 어렵지 않았기에 대부분의 유저는 정식 출시에서 적정 수준의 너프가 될 것을 예상했다.


작가의 LOL 만화 '르블랑의 OP수업' 편에서 당시 카밀의 사기성을 적나라하게 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카밀은 PBE에서 토씨 하나 변하지 않고 넘어와서 전 라인의 생태계를 파괴했으며 핫픽스로 너프를 결정했지만 너프 되기 전에 이미 유저들이 연구를 통해 최적화된 카밀 운영법을 정립하면서 승률은 오히려 계속 치솟았다.

지속적인 너프 끝에 출시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0티어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1티어의 자리는 끝내 지켰으며 다음 해에는 정글러로 재조명되면서 정신 나간 수준의 초반 교전 능력으로 중국 팀의 롤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그 악명 높았던 노잼톤과 또바나도 기껏해야 한 시즌을 해먹었지만 이 친구는 거진 두 시즌을 해먹었다는 데서 대단하다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떡너프를 먹었음에도 '카밀'은 2018년에도 깡패같은 강함을 과시하며 중국을 챔피언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후로도 카밀은 기본 스펙에서도 스킬의 기능성에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에 거세가 가해지며 보통 챔피언과 같은 강약이 뚜렷한 캐릭터가 됐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카밀의 디자이너인 '라이엇 재그'는 훗날 출시한 신규 챔피언 '카이사'와 리메이크 '아트록스'에서도 카밀과 비슷하게 다양한 기능을 덕지덕지 발라놓은 챔피언 설계로 비판받았는데 이러한 선례 때문에 이후로도 해당 디자이너가 설계 또는 재설계에 관여하는 챔피언은 유저들로부터 요주의 대상으로 비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 참을 수 없군, 버드 미사일을 처박아주겠어


해로운 새다

포켓몬은 대전 게임으로 친다면 수백에 달하는 캐릭터 풀을 가지고 있는지라 시대를 풍미한 사기 포켓몬이라 할지라도 타입에 따른 방어 상성이나 기술 구성상 명확한 카운터나 대처 방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6세대에서 반짝 유행한 '질풍날개 파이어로'는 굉장히 특이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실 파이어로라는 포켓몬은 종족값을 보나 기술 배치를 보나 배틀 환경에서 메이저와는 거리가 먼 구성을 하고 있었다. 스토리 진행 초반 획득 가능한 새 포켓몬 중에서는 종족값 총합이 가장 높다지만 실전에서 주로 쓰이는 일반 포켓몬 최강자 라인인 600선에는 훨씬 못 미치고 이마저도 스피드에만 비중이 크게 쏠려 있어 밸런스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액션 게임이라면 다른 능력치가 부족해도 높은 스피드라는 이점을 살리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이 때리고 덜 맞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만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턴제 전투가 기본이다. 파이어로는 확실히 스피드가 빠르지만 공격력이 애매하니 쓰러지지 않은 상대방의 반격을 피할 수 없고 내구력도 애매해서 맞으면 치명타가 된다. 심지어 전설/환상의 포켓몬을 제외해도 파이어로보다 빠른 애들은 넘쳤다.


포켓몬 세계관의 창조신을 넘어서는 결정력 '39420'의 위엄

그러나 중반 이후 획득할 수 있는 파이어로는 무대...가 아니라 대전환경을 뒤집어놓으셨다. 1회차 스토리를 클리어한 후 획득 가능한 파이어로는 숨겨진 특성인 질풍날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비행 타입 기술의 우선도를 올려주는 효과를 제공했다. 문제는 비행 타입 전용 최강의 물리기인 '브레이브버드'도 이에 해당한다는 점이었다.

안 그래도 스피드가 빠른 편인 파이어로가 반동이 따라붙어 기본 위력이 높은 브레이브버드를 비행 타입 보정과 구애의머리띠로 더욱 강화시킨 뒤 무조건 선제 공격으로 쓰니 대처할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상대보다 먼저 공격이 나가는데 맞히면 기합의띠/기합의머리띠와 같이 운 또는 조건부로 생존하지 않는 한 확실하게 상대를 제거하니 알기 쉽게 비유를 하면 남들이 다 맨손으로 달려들 때 반드시 맞고 맞으면 죽는 총을 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어지간한 상대는 다 확정 1타가 나버리니 미사일이라는 비유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웬디 작가의 포켓몬 고! 5화 중 일부

마침 이 친구가 한창 날뛰던 시기에 독수리오형제의 버드 미사일 밈이 유행하고 있었기에 파어이로는 버드미사일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얻었으며 결국 6세대의 중후반 대전 환경은 그나마 버드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는 내구력 위주의 포켓몬으로 도배됐다. 

다음 작품에서는 질풍날개 특성이 HP가 가득 찬 상태에서만 효과를 발휘하도록 바뀌면서 공격 즉시 체력을 잃는 브레이브버드+질풍날개 파이어로는 1세대만에 갈 곳을 잃었지만 그 사기성은 다른 사기 포켓몬들과 비교해봐도 궤를 달리하는 임팩트를 남겼다.

■ 존버는 승리한다


그 누가 오더라도 약손 한 방이면 끝

이쪽은 엄밀히 말하면 앞서 소개한 다른 게임들과 달리 의도하지 않은 밸런스 조절의 실패는 아니라서 번외 사례에 가깝다 원펀맨:어 히어로 노바디 노우즈의 '사이타마' 되시겠다.

본래 사이타마는 원작 만화, 애니메이션에도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무적의 강자로 묘사되는 인물로 그 어떤 적도 대충 휘두른 주먹이면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 실제 게임에서 등장하는 사이타마는 같은 사이타마가 아니면 절대로 피해를 입지 않으며 같은 사이타마를 제외한 모든 적은 약펀치 한방에 KO당하는 사양이다. 좋게 보면 원작 재현에 굉장히 충실한 셈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충실한 원작 재현 때문에 이 게임은 누가 플레이하더라도 항상 똑같은 양상이 나타나는 재미없는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히어로나 빌런을 3개까지 선택하여 태그 배틀을 벌이는데 사이타마를 비롯한 일부 캐릭터는 파워 밸런스에 따라 전투 개시 직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만 쓸 수 있다는 페널티가 부과된 상태다. 사이타마는 의도적으로 파워 밸런스를 망가뜨린 캐릭터라서 그 시간이 매우 긴데 당연하게도 도착하기 전에 2개의 캐릭터가 KO 당하면 게임에서 패배한 것으로 처리된다.


어차피 사이타마만 도착하면 승리가 보장되는데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당연히 먼저 싸움을 걸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저스트 가드/회피를 넣은 것이다. 도착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은 일정 횟수 이상의 콤보(10초 단축), 프레임 단위의 저스트 가드 또는 회피(5초 단축)가 있는 당연히 사이타마를 고른 측에서는 괜히 어설프게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가는 사이타마 오기 전에 수적 열세로 게임을 패배할 수 있으니 그냥 가드만 굳히고 있는 것이다.


괜히 깝죽대다가 상대 측의 사이타마가 먼저 도착했다면 그 판은 망한 판이다

양 측이 모두 사이타마를 골랐다면 더욱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어차피 대충 심어두는 견제기가 무조건 10 이상의 콤보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수틀려서 저스트 가드라도 뜨면 상대방은 5초라도 더 빨리 사이타마가 도착해서 아군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참사가 벌어지니 서로 가드만 올리고 버티는 재미 없는 대치전이 완성되는 것이다.

차라리 저스트 가드/회피라는 조건만 없었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사이타마를 빨리 불러오고 싶다면 공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방식으로 합리적인 풀이가 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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