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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느낌 물씬 나는 미호요 액션 집대성 '원신' CBT 체험기

작성일 : 2020.03.23

 

첫 공개 당시부터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엄청난 주목을 받은 '원신(Genshin Impact)'이 지난주부터 비공개테스트(CBT)를 시작했다. 

원신은 중국의 게임개발사 미호요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통 판타지풍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으로 '플라이 미 투 더 문'부터 '붕괴3rd'까지 쭉 이어져 내려오던 붕괴 시리즈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으며 처음부터 PC-콘솔-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개발된다는 소식으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이 게임은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인터페이스, 일부 진행 방식이 '젤다의 전설:브레스 오브 와일드'(통칭 야숨)과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는 동시에 관심을 받았는데 과연 실제 원신은 정말로 야숨을 베껴다만 놓고 오리지널리티가 하나도 없는 그저그런 양산형 작품일까?

게임조선에서는 원신을 직접 플레이하고 간단하게 느낀 점을 적어보았다.

■ 처음만나는 미호요표 판타지, 그래도 맛은 안정적이야


물론 일반적인 판타지 월드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부터가 판타지 월드에서 판타지 월드로 넘어간 이세계인이니 = 게임조선 촬영

붕괴 시리즈와 같이 지금까지 미호요가 출시한 게임들은 전반적으로 밀리터리, 메카닉 등의 기술이 좀비, 망자, 붕괴 현상과 같은 초자연 내지는 오컬트 요소와 적절하게 섞인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선보인 원신의 세계관은 정통 판타지에 가깝다는 점에서 꽤나 특이한 느낌을 준다. 중세풍의 생활 양식에 원소 마법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판타지 월드 '티바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진부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소재지만 전작들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야기의 짜임새는 여전하기에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상식에서 살짝 빗겨나간 사고회로를 탑재하고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심지어 캐릭터성도 매력이 철철 넘친다. 밥먹듯이 성내 규칙을 어기고 다녀서 비행 자격증을 몰수당하고 다시 따는 게 일상인 스피드광 정찰 기사 아가씨, 할아버지가 애꾸눈이라 자기도 애꾸눈이라는 등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숨쉬듯 함에도 단장에게 신임 받는 양아치 기사, 현장에 나가서 과격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사건 해결하기를 좋아하는 도서관 사서 등 직위에 따른 일반적인 인물상을 살짝 뒤틀고 유머를 한 바가지 끼얹으니 꽤나 흥미로운 군상극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스토리에 이입하기 힘든 건 주인공이 티바트에 오는 계기가 되는 극초반부의 인트로 정도뿐이고 그 이후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있다. 오히려 떡밥이 너무 많아서 혼란을 불러올 수 있었던 붕괴 시리즈에 비하면 훨씬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개선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트로도 조금 불친절한 설명이 흠일 뿐이지 메인 스토리 전개를 위한 당위성은 충분하다 = 게임조선 촬영

■ 환경이 아닌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오픈월드 어드벤처


실제로 필자도 야숨 비슷한 게임일까 싶어서 바로바로 진행 안 하고 주변 오브젝트를 다 뒤집어놓고 다녔다 = 게임조선 촬영

이 게임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처음 공개된 시점부터 '짬숨', '짱숨'과 같이 젤다의 전설:브레스 오브 와일드(통칭 야숨)을 상당부분 벤치마킹했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당연히 원신이 게임성 면에서 야숨과 비교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수순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매하다. 야숨의 챌린지와 기억에 대응되는 비경의 존재나 지형지물을 이용한 다양한 상호작용, 그리고 일부 연출에서 야숨을 차용한 요소가 적잖게 발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제 의식과 목표, 팀업 위주의 플레이 등 명확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무턱대고 표절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바람의 벽으로 둘러쌓은 오브젝트 취득은 초반에 상승 기류를 단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주인공 캐릭터만 가능하다 = 게임조선 촬영

원신의 오픈월드는 오히려 전작인 붕괴3rd에서 선보인 벚꽃윤회-천명본부와 같은 캐주얼한 방식의 오픈월드에 훨씬 근접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곳곳에 존재하는 퍼즐을 푸는 주체가 '환경'이 아닌 '캐릭터'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패키지 게임이 아닌 만큼 '캐릭터'가 과금 구조의 중심이 되고 있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게임 진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퍼즐은 메인 스토리 진행을 통해 얻는 캐릭터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으며 주인공은 아예 진척도에 따라 다양한 속성의 특성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퍼즐 풀이에 제격이다.  


CBT가 기준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인권' 캐릭터가 보이진 않는다 = 게임조선 촬영

■ 간소화하되 가장 큰 특징 하나만큼은 제대로 살린 전투와 육성


기본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팀 단위로 진행한다 = 게임조선 촬영

원신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는 바로 전투와 육성이다. 이 부분에서 원신은 야숨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전투와 육성 시스템의 근간은 오픈월드와 마찬가지로 전작인 붕괴3rd의 방식을 상당 부분 차용하고 독자적으로 변형하고 발전시킨 형태기 때문이다.

일단 전투 면에서는 전작의 핵심이었던 교대기, 조건부 QTE, 극한회피와 같이 수초 내지는 프레임 단위의 컨트롤을 요구하는 피지컬 위주의 게임플레이는 대부분 사라졌고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것도 극히 일부 캐릭터에 국한되고 있다.

따라서 적의 공격은 들어오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예비 동작이나 소리 등의 전조를 보고 일찌감치 거리를 벌려야 하며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공격을 피하거나 가벼운 잡몹들은 단체로 낙사 시켜 한 방에 주님 곁으로 보내버릴 수 있는 등 전투가 훨씬 자유로우면서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변했다. 


물가에 몸을 담그고 있는 적을 얼음속성으로 공격하면 무력화와 동시에 얼음을 발판삼아 접근전을 강제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적에게 물 속성 공격을 날려 습기 상태로 만든 후 전기 속성 공격을 가해 단체로 감전시키는 응용도 가능하다 = 게임조선 촬영

그 대신 각 캐릭터에게 부가된 원소 속성과 핵심 특성의 조합은 경우의 수가 훨씬 늘어나서 꽤나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이 됐다. 각 원소는 기본적인 효과를 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둘 이상이 만날 경우 발생하는 원소 반응이 매우 강력한 효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전작에서 나왔던 기계 파티, 생물 파티, 이능 파티 등 단일 속성으로만 구성한 조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캐릭터를 요구하는 것처럼 심히 까다로운 조건을 따라붙으므로 난이도가 상당하다.

육성 시스템도 전투와 비슷하게 옵션을 간소화하되 독특한 면모 하나 정도는 남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작의 성흔에 대응하는 세트 장비 성유물은 공격, 방어, 유틸의 3방향으로만 갈래를 나눠 범용 옵션을 붙였지만 이쪽도 장착 가능한 슬롯이 5개로 늘어나 오히려 조합의 다양성은 늘어났다.

특히 무기는 캐릭터의 교체 등장 시 아주 짧은 시간동안 막강한 버프를 주는 법구나 투사체 발사 후 0.3초 안에 맞아야만 위력이 크게 늘어나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위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근접전을 강제하는 활, 착용 중인 캐릭터가 죽어야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는 책 등 개성이 철철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활 캐릭터에게 근접전을 권장하는 독특한 옵션의 무기 = 게임조선 촬영

■ 그 밖에도


스태미너를 다 쓴다고 헥헥대는 치명적인 빈틈은 없지만 후상황이 위험한 건 매한가지다 = 게임조선 촬영

그 밖에도 특징을 짚어줄 부분이 있다면 스태미너와 워프, 현지화다. 스태미너는 초원을 달리고 암벽을 오르며 강을 건너 바람을 타는 등 모든 액션뿐만 아니라 전투 중에 사용하는 일부 스킬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항상 모자란 자원일 수밖에 없다.

스태미너의 존재가 처음에는 게임의 흐름을 끊는 방해요소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스태미너를 요구하는 강공격(버튼 유지로 나가는 특수 공격)과 일부 기술은 기본적으로 성능이 강력하기 때문에 한 가지 기술만 써서 모든 전투를 재미없게 풀어나가는 원패턴 전술을 막기 위한 제동 장치에 가까우며 전투 중 스태미너를 관리하는 것도 엄연히 실력의 척도로 활용할 수 있다.


3보 이상 택시는 아니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걷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지점까지 워프하는 것을 추천한다 = 게임조선 촬영

탈 것도 없고 한 번에 뛸 수 있는 거리와 속도에도 큰 제약이 있는 대신 워프 시스템은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일단 한 번 등록만 해둔다면 대부분의 상황에서든 미니맵 버튼 누르고 지점만 찍으면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해당 지점으로 즉각 이동이 가능하며 그 포인트는 퀘스트를 수행하는 대부분의 마을과 비경 근처라면 어지간하면 있기 때문에 매우 편하게 써먹을 수 있다.

한편, 현지화의 경우 번역 퀄리티 측면에서 전작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번역 과정에서 내용을 임의대로 축약하는 것은 물론 같은 시스템 용어를 시공봉인, 시공고정처럼 다른 방식으로 번역하여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특히 미호요 게임 중 처음으로 한글 음성이 들어가게 됐는데. CBT 빌드라서 메인 스토리에만 더빙이 들어가는 부분은 아쉽긴 했지만 이는 정식 출시에서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으며 퀄리티는 매우 잘 뽑혀나온 모습이었다. 


번안된 욕설과 한국어 음성은 아주 찰진데 오히려 표정이 무미건조해서 묘한 느낌을 준다  = 게임조선 촬영



모든 오브젝트와 구조물의 질감에서 익숙한 향기가 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 = 게임조선 촬영

애초에 제작진도 야숨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코멘트를 했던 만큼 원신에서 야숨의 느낌이 묻어 나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심지어 전작들에서 오마주라고 부르기엔 과한 수준의 모션이나 콘셉트 차용이 대다수 발견됐기 때문에 원신에게 짭숨, 짱숨 꼬리표가 따라붙는 것은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몇 번이고 말했듯이 직접 플레이해보면 이 게임은 세계관이 연동되지 않을 뿐 붕괴3rd을 개선하고 발전시킨 계승작에 가까운 작품이다. 야숨은 분명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의 교과서라 부를만한 명작이고 미호요가 알게 모르게 다른 게임의 요소를 베껴왔던 전적이 있었기에 그 유사성이 가치 면에서 흠이 될수는 있어도 완성도를 폄하할만한 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작의 오브젝트는 그저 아이템이나 자원 뱉는 구실로만 존재했다면 원신에서는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 가능하다 = 게임조선 촬영

실제로 원신은 전작이 게임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독특한 스토리 전개, 강렬한 캐릭터, 모바일에서 접하기 힘든 화끈한 액션 등 고유의 장점들은 고스란히 안고 가되 단점들을 상당 부분 개선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전반적인 평가를 짜게 주기가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해외 진출을 고려한 로컬라이징, 출시 플랫폼 확장, 최적화까지 퀄리티가 잘 뽑혀 나왔기에 필자는 이번 CBT 플레이만으로도 미호요가 작정하고 제대로 준비해놓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CBT에서 이만큼 보여줬다면 당연히 오픈 베타 테스트와 정식 출시에서는 더욱 발전할 만한 기술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정식 출시 이후에도 보여줄 게 많아 보이는 게임인 만큼 원신은 어떤 경위에서든 야숨과 관련된 꼬리표가 붙었음을 잊지 않되 참신하고 멋진 콘텐츠를 선보여 짭숨, 짱숨이 아닌 온전한 '원신'으로 인정받고 대중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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