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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중의 고인물, 록맨 시리즈 전문 스트리머 '얀마크'를 만나다

작성일 : 2020.03.17

 

'록맨 시리즈'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동서양할 것 없이 큰 인기를 끌었던 캡콤의 간판 게임 프랜차이즈였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는 후속작의 연이은 실패와 사실상 전담 디렉터인 이나후네 케이지의 퇴사, 개발 중단 등의 악재가 겹쳐 사실상 죽은 콘텐츠 취급을 받게 된다.

그런데 최근 캡콤이 옛 작품을 현세대 콘솔과 PC로 이식하는 합본팩 '컬렉션 시리즈'와 3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발표한 '록맨 11'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록맨 시리즈의 팬덤은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록맨 시리즈가 지향하는 가치인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게임성, 미묘하게 어려워서 도전 정신을 불러오는 난이도'는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이 눈독을 들이기 딱 좋은 소재로 본 기사에서 소개할 록맨 시리즈 전문 스트리머인 '얀마크'도 그러한 록맨의 매력에 빠진 젊은이 중 하나다.

그는 최근 X챌린지, Z체이서와 같은 도전 콘텐츠에서 전 세계 유저들과 경쟁하여 세 손가락에 꼽는 기록들을 내놓으며 주목받은 플레이어이기도 한데 과연 그는 어떤 경위로 록맨이라는 플랫포머, 런앤건이라는 마이너 장르 게임에 심취하게 됐고 어떻게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게임조선에서는 얀마크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인터뷰이인 얀마크의 모습 = 게임조선 촬영

Q. 기사를 통해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고전 게임 전문 방송인을 표방하고 있으며 주로 록맨 시리즈를 주로 플레이하고 있는 스트리머 '얀마크'라고 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은 트위치tv와 유튜브입니다.

Q. 닉네임이 록맨X6의 보스 중 하나인 커맨더 얀마크에서 유래한 듯싶은데 다른 수많은 보스 중 얀마크를 고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보통 시청자들이나 같이 합동 방송 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 중 하나인데요. '커맨더 얀마크'의 경우 록맨X뿐만 아니라 모든 록맨 시리즈를 통틀어서 가장 쉬운 난이도의 보스로 꼽히지만 오히려 그에게서 얻는 특수 무기인 '얀마 옵션'은 전 시리즈에 등장하는 특수 무기 중에서도 메탈 블레이드에 버금갈 만한 고성능과 연비를 자랑하는 무기입니다.

저한테는 그런 상반된 요소가 한 캐릭터에 매칭되어 있는 게 굉장히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기에 방송 활동을 하면서 남들에게 그런 강한 인상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해당 닉네임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Q. 방송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방송 활동은 약 4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원체 고전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이것저것 게임들을 플레이하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플레이해본 록맨 시리즈로 방송을 하다 보니 애정이 더욱 깊어져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게 됐죠.

사실 원래는 잠깐 하고 말까 싶은 수준이었는데 계속 방송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2년 전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처음 론칭될 때였어요. 지금도 하꼬긴 하지만 그때는 시청자 수가 훨씬 적었는데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록맨 방송을 하는데 경쟁자가 몇 없어서인지 200명, 300명 수준으로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났거든요.


록맨 방송이 급성장한 계기는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이었다고 = 게임조선 촬영

Q. 록맨 시리즈는 정식발매된 작품 수가 그렇게까지 많지 않아 입수 루트가 꽤 제한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록맨 시리즈를 접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유치원생일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형이 일종의 치트에 해당하는 얼티밋 아머로 눈앞에 보이는 적들 모조리 개박살을 내고 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집에 돌아가 부모님을 졸라 같은 게임을 구매했고 플레이한 게 시작이었죠.

Q. 아무래도 플랫포머나 런앤건 장르의 게임이 스트리밍을 즐겨보는 젊은 층에서 주류라고 보긴 힘든 장르인데요 이쪽 일을 고집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고전 게임, 특히 록맨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게임의 인기는 돌고 돌아 언젠가 플랫포머 붐이 온다는 생각 때문에 희망을 품은 채 붙잡고 있는 게 큽니다.

그 외에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저의 힙스터 기질이 영향을 좀 주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어요.

Q. 방송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전세계를 통틀어 클리어율이 0%에 한없이 수렴하며 중간에 패하더라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콘텐츠를 깨버렸다 = 얀마크 방송 갈무리

록맨X 애니버서리 컬렉션의 X챌린지라고 스펙이 제한된 상태에서 2명의 보스를 동시에 상대하는 콘텐츠가 있는데요. 하드 모드 9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출현하는 히든 스테이지 도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히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 수십 시간을 투자했었는데 겨우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였으며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기 떄문에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심지어 9스테이지를 포함하여 전 구간을 한 번도 죽지 않고 클리어한 것은 제가 세계 최초였거든요. 


가장 이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CPU보다 빠르게 게임을 클리어했다는 증거 = 얀마크 방송 갈무리

록맨Z&ZX 더블 히어로 컬렉션의 Z체이서 도전도 록맨 팬들 사이에서 많은 이슈가 됐다고 들었는데요. 기사를 써주거나 이렇게 찾아와서 인터뷰를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앞으로는 새로운 에피소드에 포함시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이 타임어택 콘텐츠다 보니 제가 0.01초 단위로 기록을 수정하기 위해 무한 리트라이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을까 싶어 조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는 고통받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게 목표인데 그게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잘못 전달되거나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요.

Q. 타임어택 영상을 보면 일반적인 유저는 접근하기 힘든 버그성 테크닉도 상당히 잘 알고 있는 듯 한데 보통 어디서 이런 정보를 습득하거나 의견 교환을 하나요?

보통은 외국 쪽에서 더 인기 많고 인지도가 높은 게임 시리즈다 보니 인터넷을 좀 뒤지면 TAS(Tool-Assisted Speedrun)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 영상에서는 공략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벽뚫기나 지형 무시 등의 버그성 테크닉을 빈번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국내 록맨 커뮤니티 유저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서 성과를 내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오히려 독자적인 스피드런 빌드를 개발하여 꾸준히 좋은 기록을 내고 있어 RTA(Real Time Attack) 방면에서는 한국이 독보적인 위치에 있게 됐습니다.

당장 Z체이서에서 킵콩(Kibkong), 로겜(Rogame), 제넥스(GENEX)와 같이 Z체이서에서 1위 기록을 차지하고 있는 절반 이상의 유저가 독자적인 빌드를 만들어낸 한국인들이에요.


당장 도전 콘텐츠인 Z체이서를 보면 한국 록맨 플레이어들이 최상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다 = 게임조선 편집

Q. 가장 좋아하는 록맨 시리즈와 싫어하는 록맨 시리즈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제로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데 시청자들은 대체로 X시리즈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저는 앞서 말한 두 개 시리즈 말고도 모든 시리즈를 대체로 공평하게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만 완성도가 제일 쳐지는 X7편은 확실하게 싫어하고 록맨 사커, 록맨 배틀 앤 체이스, 와일드와 라이트의 록보드 등 런앤건 플랫포머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요. 그런데 또 시청자들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인지 꼭 방송을 틀면 그런 것만 추천해 준더라고요.

그래도 아까 말했듯이 모든 시리즈를 공평하게 좋아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타이틀은 전부 수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록맨 시리즈 전(全) 타이틀 수집의 90% 정도는 달성한 상태입니다. 


그가 직접 수집한 정품 게임 타이틀, 물론 한국 정발판도 포함된다 = 게임조선 촬영 


수집하는 록맨 관련 상품에는 프라모델, 흉상도 포함된다 = 게임조선 촬영


록맨 시리즈뿐만 아니라 플랫포머 게임 전부가 취향인 것으로 보인다  = 게임조선 촬영

Q.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작품의 퀄리티가 좋고 난이도가 그래도 록맨 시리즈 중에서는 적당히 쉬운 '록맨X4'와, '록맨8'을 추천합니다. 입문했을 때 그래픽이나 사운드 측면에서 뿅뿅거리는 8비트, 16비트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고 난이도가 어려우면 록맨 시리즈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다 보니 그렇게 정했습니다.

Q. 마이티 넘버 나인(마넘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발매 당시까지는 기대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다들 불안하다고 말할 때에도 실제로 나오면 모른다고 스피드런 연습도 했죠. 지금은 다음tv팟이 카카오tv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기록이 소실되긴 했는데 그 당시에도 세계 랭킹에도 들었던 스피드런 기록 영상을 촬영했었어요. 2018년에도 마넘나를 소재로 한 스피드런 행사 '배틀런'에도 참여를 했었던 기록이 있고요.

어쨋든 지금의 마넘나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몹쓸 추억입니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록맨 플레이어들에게 마넘나는 록맨X7처럼 언급이 금기시된 콘텐츠가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마넘나의 실패로 인해 캡콤이 클래식 11편을 낼 수 있게 됐고 록맨의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올 수 있게 됐습니다. 조금은 복잡한 심경이이죠. 그래도 마넘나 때문에 킥스타터 게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인터뷰 중 기자가 마넘나에 100달러를 기부했음을 밝힌 가운데 자신은 펀딩에 참여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게임조선 촬영

Q. 캡콤이 후속작을 낸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프로듀서인 츠치야 카츠히로가 록맨 11의 성공 여하에 따라 어떤 시리즈든 후속작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아마 록맨X 시리즈의 후속작인 9편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록맨X 애니버서리 컬렉션 1, 2편이 모두 100만 장을 넘는 판매량이 나왔기 때문에 클래식, 제로에 비해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Q. 앞으로 세워둔 목표 같은 것이 따로 있나요?

거창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꾸준히 영상 올리고 그 영상을 봐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요. 장르가 장르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유입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고요. 신작 나오면 더 열심히 하고 방송을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이 전부입니다. 

지금이야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집에서 방송 활동만 하고 있지만 일단은 대학생인지라 스트리머는 부업이나 취미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졸업 후에는 게임 업계 쪽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체적인 목표라긴 좀 애매하고 개인적인 야망(?)이 있다면 10대 유저층에게 플랫포머 장르의 멋짐을 전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10대 입맛에 맞게 어그로가 끌리는 제목과 썸네일을 제작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괴이쩍은 미션을 수행하는 비범한 인물의 어그로 쩌는 썸네일  = 게임조선 촬영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록맨 시리즈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만약 캡콤 관계자가 이 기사를 보고 있다면 부디 후속작을 낼 때 지나치게 실험적인 요소보다는 완성도에 집중하여 게임을 출시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데모 버전 같은 거도 먼저 내서 유저 피드백도 들어보고요.

캡콤의 실험정신이 막연히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록맨 시리즈는 높은 퀄리티와 직관적인 게임성으로 유저 풀을 늘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구독자분들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도전과제를 플레이하며 짜증 내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데도 남아서 방송을 봐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르가 장르인지라 그런 한분 한분의 시청자가 모두 소중합니다.

앞으로 잘 봐주셨으면 좋겠고 록맨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유저가 지금보다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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