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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테라히어로' 총체적 난국, "엘린아 또 속았구나!"

작성일 : 2020.03.11

 

테라히어로는 레드사하라스튜디오(대표 이지훈, 이하 레드사하라)가 개발하고 크래프톤이 서비스하는 MORPG로 지난 3월 5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테라히어로는 테라 IP를 가지고 출시한 모바일 게임 중 3번째이고 이전에 나온 두 게임 나름의 족적을 남기긴 했지만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는데는 실패했었다.

그래서일까? 테라히어로는 본가(크래프톤)에서 서비스하는 첫 번째 모바일 테라 IP라는 점을 강조했다. 레드사하라의 이지훈 대표는 테라히어로 오픈 전 있었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무과금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 '탱딜힐 조합을 통한 수동 콘트롤 효율이 좋은 게임', '캐릭터 뽑기를 없애 누구나 원하는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게임'으로 나올 것이라 공언했다.

많은 기대를 모으고 출시된 테라히어로의 스타트는 매출순위 42위, 현재는 27위, 17위를 거쳐 3월 10일 기준 15위에 랭크돼 있는 중이다. 위에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던 이전 두 테라 IP 게임들도 오픈 첫 주 10위권 이내로 안착했었던 것을 감안하면 저조한 스타트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사인 레드사하라의 개발력이 테라라는 거대 IP가 가진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조목조목 살펴 본 테라히어로는 그래픽, UI, 과금정책, 게임 시스템 등 너무 많은 곳에서 부실함이 느껴졌다. 


귀여운 엘린을 보셨다고요? 그럼 테라히어로의 좋은 부분은 다 보신겁니다. = 게임조선 촬영

 

◆ 그래픽 : 딱 테라 IP가 가진 장점만 보이는 그래픽

테라의 최대 특징은 당대 최고의 그래픽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있다.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의 테라온라인이 처음 공개됐을 때 고화질로 표현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미려한 배경 그래픽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테라는 몰라도 엘린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캐릭터의 개성이 뛰어난 게임이 바로 테라가 가진 IP의 힘이다.

테라히어로 역시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엘린, 캐스타닉, 아만 등 원작 캐릭터들의 특성을 잘 살린 캐릭터들과 원작과 거의 동일한 모션을 접할 수 있다. 


테라의 분위기는 잡아냈다. 전투 시 캐릭터가 좀 작긴 하지만... = 게임조선 촬영

다만, 이는 원작 테라 IP가 가진 특징, 즉 '원작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는 것이지 테라히어로의 특징이라는 것은 아니다. 테라히어로는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전체적으로 아쉬운 그래픽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전체적인 그래픽 품질이 떨어진다. 원작 테라는 물론이고 수 년전 나왔던 모바일 게임들보다 떨어지는 그래픽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캐릭터, 배경을 가리지 않고, 전 분야에 걸쳐 골고루 퀄리티가 떨어진다. 

게임에 그래픽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최적화, 서버 안정 등을 이유로 그래픽을 일부 희생하는 게임도 있으니 그래픽이 부족한 것이 무조건적인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테라 IP, 그것도 본가에서 서비스하는 테라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현재 그래픽은 아쉽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5년 오픈한 히트(좌)와 일주일전 오픈한 테라히어로의 캐릭터 모델링. 모두 그래픽 옵션 최상으로 찍은 것 = 게임조선 촬영

 

◆ UI : 퀘스트 한 번에 몇 번을 터치해야 돼?

UI는 딱 두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아주 불편하다"

먼저 메뉴의 경우 모든 메뉴가 기본적으로 닫혀있어 매번 메뉴를 열어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메뉴를 연 상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주쓰는 가방, 원정대 관리, 업적 등의 메뉴는 흩어져 있고, 자주 쓰지 않는 도움말, 설정 등의 메뉴가 최상위에 있어 적응이 필요한 게임 초반에 큰 불편함을 야기한다. 무슨 메뉴를 원하든 2뎁스 이상의 번거로움을 유발한다.

그마나 메뉴는 익숙함의 문제니만큼 시간 게임을 한다는 가정하에 해결되는 문제이긴 하다.


꼭 메뉴를 눌러야 사용 가능한 부분도 불편한데 자주 쓰지 않을 수록 위에 있는 특이한 메뉴 = 게임조선 촬영

테라히어로는 MORPG임에도 MMORPG같은 느낌의 마을이 존재한다. 마을에는 각종 NPC가 있어 각종 편의와 퀘스트를 제공하고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다. 대체로 메뉴만 존재하는 MORPG들과 비교했을 때 초반부에는 참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초반만 그럴뿐 게임을 진행할 수록 시간을 잡아먹는 원인이 된다. MORPG이니 해당 마을에 플레이어는 본인의 캐릭터 한 명뿐. 게임을 조금만 해보면 텅 빈 공간에 나만 뛰어다니는 공허함이 따라온다. 또한, 퀘스트 수행을 위해 의미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MORPG에 마을을 도입하고, 원정대와 파트너로 꾸민다는 시도는 참신했으나 오히려 이를 위한 NPC들의 퀘스트 바톤 넘기기와 마라톤만 낳았을 뿐 시간 낭비와 공허함만 가져온 셈이다.


광활한 마을에 나홀로. 퀘스트를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곳이다. = 게임조선 촬영

 

◆ 퀘스트 : 번거롭고, 오래 걸리고, 보상도 적다. 필수니까 할 뿐

퀘스트의 방식도 비슷한 장르 게임들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동작을 요구해 불편함을 야기한다. 테라히어로의 퀘스트 진행 방식은 다른 MORPG와 비슷하지만 해당 NPC까지 이동해야 하고, 대화 스킵 등의 행동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하나의 퀘스트를 받기 위해 '이동 → 10회 내외의 클릭 → 퀘스트 수주 → 완료 → NPC 이동 → 10회 내외의 클릭' 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 퀘스트의 내용이 그다지 흥미롭지도, 보상이 많지도 않다는 점이다. 원작 테라온라인의 퀘스트는 진행을 통해 세계관 이해, 시스템 습득, 권장 지역 이동 등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보상도 현 시점에서 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각종 아이템을 제공하기 때문에 퀘스트 자체가 게임의 큰 콘텐츠가 된다.

하지만 테라히어로의 퀘스트는 시스템 소개와 다음 전장으로 가야하는 사건 설명에만 치중한 퀘스트 진행 방식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나 세계관 설명에 대한 비중이 적고, 이해가 어려운 편. 보상 부분은 더욱 심해서 스토리상 지급하는 뽑기 티켓 일부를 제외하고 저급 보상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당장 한 번에 해결이 안 되는 퀘스트 폭탄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 필수 퀘스트가 아니라면 그냥 무시하고, 일일 우편 보상을 기다리는 게 더 효율적인 수준이다.


퀘스트는 보상도 낮고 번거롭다. 그나마 장점은 시스템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것 정도. = 게임조선 촬영

 

◆ 스테이지 : 같은 장소를 계속 봐야 하는 지루함

테라히어로는 챕터별로 10개의 스테이지, 10개의 챕터, 6개의 난이도로 나뉜다. 즉 600개의 스테이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테라히어로의 초반 스테이지를 보면 챕터별로 10개의 스테이지가 동일한 맵에서 진행된다. 즉 10개의 스테이지를 만들어 몬스터 배치만 바꾸고 600개로 늘려놓은 셈이다.

맵 구성또한 챕터별로 분위기만 다소 다를 뿐 아무런 장애물이나 오브젝트가 없는 평지에서 진행된다. 임의의 챕터, 임의의 스테이지, 임의의 전투 지역을 봐도 전투 행태는 동일하다. 평지 끝에서 달려오는 몬스터를 향해 탱커는 튀어나가고 딜러는 뒤에서 때리고 힐러는 힐을 넣는다. 이 패턴의 행동을 모든 스테이지에서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테라히어로는 테라IP를 바탕으로 한다. 이미 세계관이 결정된 게임, 즉 캐릭터, 몬스터, 스킬, 공격 패턴, 맵의 콘셉트 등 많은 부분에 큰 고민이 필요 없는 게임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렇게 협소한 스테이지와 공략 패턴을 가졌다는 것은 테라에 대한 이해도 부족, 혹은 개발력 부족, 그것도 아니라면 개발진의 태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테라히어로가 자동 사냥 중심으로 육성하는 게임이라면 그나마 피로감이 덜하겠지만 테라히어로는 수동 전투를 강조했던 게임이고, 실제로 수동 전투가 자동 전투보다 큰 효율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게이머는 반강제로 수동 전투를 강요받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레드사하라는 이런 전투 방식과 시스템에 대한 큰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테라히어로는 피로도 시스템을 넣지 않은 대신 1회 클리어에 주는 보상을 낮게 책정한 편이다. 즉 그만큼 오랜 시간, 많은 횟수를 클리어하게 만든 것.

덕분에 게이머는 수동 콘트롤로 비슷한 지역에서 같은 방식의 전투를 계속 강요받으며 플레이할 수 밖에 없게된다. 필연적으로 게임의 재미는 빠르게 식고, 지루함은 오~래 지속된다.


꽤 많은 갈림길이 있는 것 같이 보였던 밤의 일족의 저택. 하지만... = 게임조선 촬영

 

◆ 전투 : 수동 전투 효율이 높은건 자동 전투 AI가 멍청해서...

레드사하라의 이지훈 대표가 테라히어로를 설명할 때 강조한 부분 중 하나는 '수동 전투가 자동 전투보다 훨씬 효율이 좋을 것'이었다. 원작인 테라온라인이 논타게팅 전투 액션으로 큰 호평을 받았던만큼 '콘트롤의 손맛'을 기대하는 게이머가 많았다. 기자도 큰 기대를 가졌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결론부터 말해서 테라히어로는 '수동 전투가 자동보다 훨씬 효율이 좋은 게임'인 것은 맞다. 다만 이는 자동 전투의 AI를 일부러 허술하게 만들어 수동 전투로 진행해야만 효율이 좋을 수 밖에 없게 만든 것. 자동 전투를 진행하면 모든 캐릭터가 쿨타임이 다 됐음에도 스킬을 늦게 사용하는 AI가 적용돼 있다.

스킬 의존도가 높은 MORPG에서 스킬이 일부러 느리게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전투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게이머는 자동 전투를 진행하면서도 캐릭터를 계속 바꿔가며 늦게 쓰는 스킬을 터치로 실행시켜야 하는 웃지못한 촌극이 벌어진다. 심지어 3캐릭터의 스킬을 돌려가며 눌러줘야 되니 단순히 스킬만 누르는 것조차도 상당히 열심히 눌러줘야 한다.

탱, 딜, 힐 파티를 구성할 수는 있으나 포지션 상관 없이 그냥 몬스터 앞으로 달려가서 머리 박고 싸우는 수준의 AI를 보여준다. 그나마 원거리 직업이 거리라도 벌려주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 


자동 사냥이면 치열한 전투 중에도 스킬만큼은 아껴 쓰는 알뜰함을 볼 수 있다. 직접 보면 속 터진다. = 게임조선 촬영

 

◆ 유료상품 : 매력적이지 않아서 다행인 패키지, 기만이 가득찬 장비 뽑기

테라히어로도 BM(비즈니스모델)으로 다양한 유료 패키지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얼마나 매력적으로 만드느냐가 수익으로 이어지는만큼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패키지 상품은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과 풍성한 구성을 가졌냐에 따라 매출 순위가 결정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 중 '아 이건 꼭 구입하고 싶다'라고 생각되는 매력적인 상품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패키지 상품의 가성비가 떨어져서 구입하고자 하는 매력이 떨어진다. 110,000원인 '프리미엄 원정대원 영입티켓 패키지'에서 프리미엄 원정대원은 일반 원정대원에 비해 얼마나 효율적인지, 55,000원인 '초심자 지원 패키지'를 사면 초보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냥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라는 생각만 들어간다.

솔직히 차라리 매력적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임을 하면 일단 55,000원 패키지부터 과금하고 시작하는 기자 습성을 미루어볼 때 만약 패키지 상품들이 매력적이었다면 반드시 구매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 큰 후회를 했으리라.


매력적이지 않아 오히려 장점인 유료 상품들 = 게임조선 촬영

테라히어로는 기자간담회 당시 이지훈 대표를 통해 '캐릭터 뽑기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게임이다. 이어져 온  강조한 게임이 사실 '장비 뽑기'를 해야 한다는 점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간단히 말해 테라 히어로는 캐릭터보다 장비 의존도가 높은 게임인데 캐릭터 뽑기가 없다는 식으로 속칭 '혜자 게임' 이미지를 강조한 후 정작 장비 뽑기를 팔고 있는 

그 확률도 속칭 뽑기형 MMORPG들의 확률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낮다. 최고 등급인 고대 진명품 뽑기 확률은 무려 0.002%, 5만번 뽑으면 한 번 나올 확률과 동일하다. 기대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 2천만원이 넘는 돈이다. 

사실 모바일 게임계에서 가챠로 대표되는 뽑기 게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된 만큼 테라히어에서 뽑기가 들어간 것을 큰 문제라 말할 순 없다. 다만 테라히어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지훈 대표가 직접 나와 '우리는 뽑기를 중시하는 그런 게임들과 다르다'라고 말하며 사실은 다를 바 없는 게임을 낸 것에 대한 기만을 얘기하는 것이다.


상점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장비 상자의 뽑기 확률 = 게임조선 제작

 

◆ 테라 팬들은 테라히어로를 통해 삼연벙 당했다.

테라히어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총체적 난국'이다.

수 년전 동일 장르 모바일 게임보다 낮은 그래픽을 보면서 목적도 보상도 부족한 퀘스트를 위해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그렇게 겨우 들어간 스테이지에서는 매 번 똑같은 평원에서 싸우는 몬스터들만 달라지는 전투를 반복해야 한다. 그나마도 자동 사냥의 효율을 억지로 낮춰놔서 반강제로 수동 사냥을 강요한다.

게임조선에서 본 기자와 함께 테라히어로를 즐겼던 기자는 총 4명. 모두 2011년 게임조선이 테라게임조선 팬사이트를 운영할 때 테라온라인을 플레이하며 좋은 추억을 쌓았던 동료들이다. 그들 모두에게 물어 본 테라히어로의 평가를 요약하면 '현재 이 리뷰를 쓰고 있는 기자가 그마다 제일 후한 평가를 줬다는 것'이다.

기자는 레드사하라가 개발하고 크래프톤이 서비스하고 있는 '본가' 테라히어로에게 '모바일 테라계의 삼연벙' 업적을 달성했다는 말을 전하며 리뷰를 마친다.


테라히어로는 갤럭시 게임런처 접속자 수 기준 5일만에 접속자의 70% 가까이 줄었다. = 게임조선 촬영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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