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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이런 기원이 있었나요? 이젠 아무런 의미 없는 게임 속 출생의 비밀

작성일 : 2020.03.08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덕질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동시에 이제는 의미가 없는 출생의 비밀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를 아는가? 보통은 한국에서 잘 나가는 막장 각본 드라마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은 소설, 만화, 영화, 게임 등 창작물에서 자주 사용된 유서 깊은 소재기도 하다.

보통은 천애고아 혹은 평범한 줄 알고 있었던 등장인물이 알고 보니 고귀한 태생을 가지고 있거나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숨겨진 능력을 잔뜩 가지고 있다는 게 정형화된 패턴인데 이런 내용은 극 중에서 권력이나 서열 싸움, 정체성에 대한 혼란 등 다양한 갈등을 빚어낼 수 있다. 덕분에 제작자는 지지부진한 스토리 전개에 부딪혔다면 전환점으로 쓸 수 있고 잘만 쓴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재미가 확실히 보장되기에 굉장히 인기가 많다.  


지금은 오히려 능력부터 쥐어주고 출생의 비밀을 역추적하는 게 또 대세다

그 때문에 보통 '출생의 비밀'은 이야기의 주인공 혹은 친한 동료나 라이벌, 최종보스와 같이 극 중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주연들에게만 부가되고 제작자도 이러한 출생의 비밀이 소비자가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이런 저런 복선이나 장치를 숨겨두곤 한다.

그런데 이런 출생의 비밀 속성이 이야기의 바깥에서 따로 노는 조연 캐릭터라고 하기에도 뭣한 친구에게 가거나 굉장히 뜬금 없는 타이밍에 튀어나오고 그 이후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경우가 일부 비디오 게임 프랜차이즈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소재를 허무하게 낭비하는 게임과 출생의 비밀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 주의 : 일부 내용은 게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 처음에는 서커스곰이 아니라 복수곰


지금의 쿠마는 생각보다 발랄하게 싸우며 재롱을 피우는 서커스곰 느낌이지만


1대 쿠마는 진짜로 사람 잡으려고 무술을 가르친 일종의 동물병기였다

사실 철권 3편 이후로 등장하는 쿠마는 1, 2편에서 등장한 쿠마와는 다른 캐릭터다. 1대 쿠마는 미시마 헤이하치가 보디가드로 삼을 생각으로 인육을 먹여 키우고 미시마류 싸움 가라데를 습득시켰다는 살벌한 설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폴의 붕권을 맞고 죽으면서 그 자식인 2대 쿠마가 3편부터 쥐도 새도 모르게 1대 쿠마의 자리를 꿰어찼다.

같은 작품에서 포레스트 로우도 아버지 '마샬 로우'의 자리를 낚아챘지만 포레스트 로우와는 달리 쿠마는 생김새 만으로는 구분도 힘들어 당시에는 쿠마가 자식으로 바뀐 지 모르는 사람도 꽤 많았다.


본래 2대 쿠마의 목적이어야 헀던 것

일단 초창기의 2대 쿠마는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폴을 노리는 복수귀라는 콘셉트가 잡혀 있었다. 하지만 폴에게는 순식간에 두들겨 맞아 패배하고 링 샤오우의 애완동물인 판다를 만나 첫 눈에 반하더니 그 이후로 복수귀 속성은 온데간데 없이 TV시청을 엄청 좋아하는 스토커 곰이라는 개그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처절하고 암울한 철권의 스토리 라인을 생각하면 복수귀라는 설정이 제작사에서 원래 의도한 바가 아닌가 싶지만 지금은 그 출생이니 초기 설정은 아무래도 상관 없게 됐다. 오히려 쿠마는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미시마류 싸움 가라데를 구사하고 방귀를 뀌며 서커스곰마냥 재롱을 부리는 지금의 개그 캐릭터가 되면서 성능과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철권 7 초창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악명을 떨치고 있는 폴을 보면 출생의 비밀과 목적을 버린게 옳은 선택일지도

 

■ 출생의 비밀은 됐고 FXXX YOU!


작품이 처음 나왔을 땐 너무 노골적으로 떡밥을 흘리고 다녀서 오히려 스파다 일가가 아닐거라 추측한 사람도 꽤 있었다

네로는 병X 같지만 멋있는 우리 형 '단테'와 함께 데빌 메이 크라이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두 번째 주인공으로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세대 교체를 위해 첫 등장한 4편부터 이름, 외모, 불가사의한 힘, 마인화의 존재 그리고 스파다의 데빌 암인 염마도(야마토)를 사용할 수 있어 누가 봐도 노골적으로 스파다의 핏줄과 관계가 있는 인간으로 보였고 그렇게 추측하는 팬들이 많았다.


설정집에서 원화 옆에 적혀 있는 'Nero is in fact Vergil's son' 문구

실제로 4편의 주요 악역 집단인 마검 교단은 표면적으로 단테와 버질 형제의 아버지인 스파다를 숭배하는 사교 집단이었기에 실시간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던 사람들은 네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와 과거사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본편에서는 은연중에 암시만 하고 있을 뿐 끝까지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무려 7년이 지나서 스페셜 에디션을 발매할 때 설정집을 통해 버질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며 어이없게 떡밥이 식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5편과 함꼐 시리즈가 부활하면서 오매불망 기다려온 네로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감에 행복회로를 불태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5편은 또 추질 아니 버질의 과거사와 그가 왜 비뚤어졌는지만 보여주는 버질 일대기가 되어버려 5편의 스토리가 호불호가 갈리는 원인이 됐다.

사실 오로지 강함을 추구하고 인간과 인간성을 혐오하는 버질이 대체 어느 시점에서 누구를 만나 네로를 낳았는지는 굉장히 좋은 소재인데 이를 아무 의미 없는 출생의 비밀로 소모한 것이다. 실제로도 5편에서 버질은 내가 언제 너를 낳았냐며 어이 없어 하는 정도가 끝이었다.

그래서 화가 난 네로는 '법규'를 시전하며 아버지와 삼촌을 둘 다 떄려눕혀버렸고 그대로 막장 형제는 마게로 가서 치고받는 식으로 게임이 끝나 이제 네로에게 출생의 비밀은 아무래도 상관없게 됐다.


4편의 버질 모드에서 은근히 자주 등장한 빨간 옷의 여성이 어머니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긴 하지만 이제는 나올 일 없다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고 커비는 커비로다


사실 커비 시리즈가 기본적으로 아동용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출생의 비밀 같은 복잡한 설정이 필요했을지부터 의문이다

HAL 연구소의 대표작인 별의 커비는 28년 이상 지속된 장기 시리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인 미스테리한 생물(?) 커비에 대해서는 흡입과 복사 능력 빼고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내용이 하나도 없다.

시리즈의 등장인물들들도 뜬금없이 팝스타 행성의 푸푸푸랜드로 찾아온 외부인 커비의 정체나 기원을 전혀 궁금해하지 않고 궁금해도 그냥 '커비는 커비다' 정도로 넘어가고 있으며 이를 시리즈 전개의 핵심요소로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라이벌 캐릭터인 메타 나이트의 패배 장면, 갑올읏 벗은 모습은 그냥 파란 커비다

그나마 라이벌 캐릭터인 메타 나이트를 쓰러뜨려 갑옷을 퍼지시키면 그 모습이 커비의 팔레트 스왑 수준으로 비슷한데다가 애니메이션에서는 커비와 메타 나이트가 모두 별의 전사라는 설정이 있어 팬들은 이를 잘 혼용하여 '둘 다 별의 전사를 배출해낸 곳에서 왔고 팝스타 행성에 온 시기에 약간 차이가 있는 정도'라고 일단 설정을 정립했다.


최종보스전에서 커비의 모습과 다크매터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닐

그런데 난데없이 본가 시리즈 최신작인 <스타 얼라이즈>의 최종 보스를 통해 난데 없이 커비의 종족과 출신(출생)에 대한 떡밥이 대두되며 팬덤이 화들짝 놀라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종보스인 닐은 외형과 패턴의 명칭에 들어가는 꿈, 친구, 웃는 얼굴, 즐거운 식사라는 단어들이 커비와 강한 연관이 있으며 중간중간 시리즈의 주적 세력이기도 한 다크 매터로 변모하여 실은 커비와 다크 매터가 한 뿌리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하지만 본편에서는 심증만 잔뜩 더했을 뿐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나 별도의 코멘트가 없는 채 스토리가 끝났고 그 이후로 후속작이든 콜라보든 미디어 믹스든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도 추가 소식은 나오고 있지 않다 심지어 제작사에서도 이 떡밥을 토대로 추가 스토리를 전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이제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로 떡밥이 식어버렸다.

그리 된다면 앞으로도 커비의 종족은 그냥 커비고, 커비의 스토리는 앞으로도 계속 푸푸푸랜드와 팝스타, 우주를 위협하는 악당들을 혼내주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 후속작 만들 생각 있습니까, 렙파?


아버지처럼 기행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점잖은 성격도 아니라서 처음부터 진짜 딸인가에 대한 의혹은 좀 있었다

카트리에일 레이튼은 <일곱 대부호의 음모>부터 2세대로 넘어간 레이튼 교수 시리즈의 새로운 주인공이다. 모종의 이유로 행방불명된 허셜 레이튼 교수의 이름을 이어 받아 그의 행적을 쫓고 있는 딸이 기본 설정인데 극 중에서 굉장히 뜬금 없는 타이밍에 그녀가 허셜 레이튼의 친 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교수님 찾고 끝나는 게 아닐까 헀던 사람들은 여기서 1차로 통수를 맞았다

아무래도 게임 장르가 퍼즐, 미스테리다 보니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은 당연히 좋은 소재거리지만 정작 본편에서는 결국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고 허셜 레이튼의 행방도 끝내 단서 하나 잡지 못한채로 엔딩을 맞이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팬들은 이를 후속작에서 풀어내지 않을까 기대감을 품었지만 그런일은 없었다. 오히려 일곱 대부호의 음모를 기반으로 하는 TV 애니메이션에서 진짜 부모와 허셜 레이튼의 행방을 밝혀 구조하면서 이제는 후속작이 나오더라도 전혀 떡밥거리가 될 수 없어 아무래도 좋은 설정이 되어버렸다.


감동적인 부녀상봉이지만 이런 떡밥을 허무하게 써먹었으니 후속작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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