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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팬이 보기엔 유치하고, 애들이 보기에는 정신없는 영화 '수퍼 소닉'

작성일 : 2020.02.12

 

세가의 마스코트이자 마리오와 함께 플랫포머 게임 장르를 양분하는 대표 캐릭터 '소닉 더 헤지혹'의 실사 영화인 <수퍼 소닉>이 오늘 개봉했다.

그동안 비디오게임 소재 실사영화는 모조리 섭렵해온 필자는 개인적으로도 시리즈에 대한 팬심 때문에 이번 작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으며 개봉 당일 조조영화로 감상을 마치고 회사에 출근했는데 결과만 말하자면 '괜히 아침부터 보고 왔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퍼 소닉은 기대치에 많이 못 미치는 그저 그런 수준의 평작이었다.

* 본 리뷰에서는 핵심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했지만, 디테일한 내용에 대한 언급이 일부 있으니 관람 예정이신 분들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흥미롭긴 하지만 다소 엉성한 구성


원작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굉장히 익숙할 그 지형 =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지휘를 맡은 팀 밀러를 위시한 제작진은 대부분 양덕(서양 덕후)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전작 '데드풀'에서도 호평을 받은 원작 재현이나 이해도는 수퍼 소닉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물론 영화의 배경이 게임 시리즈와 같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고 차원이 아니라 행성을 넘나든다는 설정 때문에 여기저기 손을 본 부분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고 있다. 

주인공 콤비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이름이 '그린 힐'인데다가 '칠리 핫도그'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고 속력이 붙은 상태에서 몸을 돌돌 말아 적을 공격하는 스핀 대시의 묘사는 확실히 충실했다. 특히 SANIC, Gotta Go Fast와 같은 작품 외적인 밈을 이스터에그마냥 여기저기 심어놓았기에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런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닉 팬들에게는 성서(?)와도 같은 필수요소들이 영화에서 급발진으로 치고 들어올 때 당황스러우면서도 웃겼다 = 팬덤 사이트 갈무리

그런데 그 밖의 구성이 사실 그렇게까지 치밀한 편은 아니다. 일단 영화의 도입부부터가 데드풀의 슬로우 모션 전투씬을 그대로 가져다가 배낀 셀프 패러디이며 원작에서는 카오스 에메랄드의 힘 없이도 하이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에그맨과 막상막하의 전투력을 보유한 소닉이 영화에서는 중반까지 스피드만 빠를 뿐 싸움에 도통 이를 활용하지 않는 어설픈 마이 페이스 캐릭터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지나가다가 시비붙은 일반인조차도 쉽게 제압하지 못하고 지근거리에서 마취총을 맞고 쓰러지는 추태를 보이는 등 스피드에 대한 묘사도 너프가 좀 심하게 들어간 편이다. 소닉이 지구로 숨어들게 된 개연성을 부여하는 극초반 내용을 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스피드 능력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여전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의아한 부분이다.

또한 캐릭터의 성격이 바뀐 것도 조금 아쉬웠다. 소닉은 본래 세계정복을 꿈꾸는 에그맨의 음모를 막고 제 갈길 가는 쿨한 캐릭터지만 영화에서는 우정을 갈구하며 여기저기 간섭하기 좋아하는 오지라퍼, 관심종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 왜 있는지 모를 분량


영화 오프닝에서 나오는 하이퍼 포션즈의 노래 'FRIENDS'는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다 =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 소재 실사영화에서 가장 많이 욕을 먹는 부분은 작품 전개와는 하나도 관계 없는 쓰잘데기 없는 분량이다. 기본적으로 소닉 시리즈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는 '협동'이 메인 테마인데 이 작품에서는 확실히 인간측 주인공인 톰 워쇼스키의 가정사와 연애사에 분량을 크게 할애하지는 않는다. 종족의 명운을 건 전쟁 중에 뜬금없이 사랑 타령을 하던 <워크래프트:전쟁의서막>보다는 확실히 많이 발전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톰과 소닉이 우정을 쌓아나가는 내용의 비중이 불필하고 많으며 그 내용도 심히 작위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판 소닉은 철이 덜 든 민폐 캐릭터에 가깝고 톰이 이런 소닉의 기행에 대해 짜증을 내는 것이 초반의 개그 패턴인데 자신의 존재가 들통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며 불쌍한 모습을 보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를 누그러뜨리고 떠나기 전에 하고픈 걸 다 하자는 식으로 버킷 리스트를 채워나간다.

톰이 그저 착한 캐릭터라서 이를 다 받아주었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소닉이나 로보트닉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톰은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고 안면을 트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인물이며 평소 자신의 영역 밖에 있었던 외부인에 대해서는 다소 까칠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소닉과 엮이며 자신의 중요한 인생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며 수배자가 됐음에도 크게 원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술집 난투는 차라리 이런 식으로 간소하게 처리하거나 없었던 게 나았다고 생각한 유일한 장면이었다 = 엔딩 테마 뮤직비디오 갈무리

이러한 작위적인 전개가 가장 극대화되고 있는 부분이 술집 난투씬이었는데 힙스터 문화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시비를 걸자 톰은 원만하게 해결하고 자리를 뜨려했지만 소닉은 이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져서 톰이 한 대 맞은 후에야 자신의 스피드 능력으로 주변을 농락하고 도망친다. 이 장면에서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소닉의 압도적인 스피드를 강조하는 연출이 처음 나타나는데 문제는 이 연출이 에그맨과의 교전에서도 다시 한 번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정을 쌓아나간다고 보기에는 상황이 어색하고 스피드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있다기엔 불필요한 내용으로 없어도 작품 이해에 큰 지장이 가지 않는 뱀발이었던 것이다. 소닉을 상징하는 신발 '파워 스니커즈'를 주며 우정을 쌓는 내용도 굳이 톰의 처조카가 개입해야 했는지가 의문이다. 오히려 드론의 습격을 받는 와중에 드론을 날려버리고 쓰러진 소닉의 발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새 신발을 준비하는 게 두 사람의 우정을 보여주기에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그럼에도 빛나는 빌런


멀쩡한 얼굴 뭉개기는 물론 =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유치하고 작위적인 전개 때문에 톰과 소닉 파트보다는 오히려 빌런인 로보트닉 박사가 나오는 장면이 훨씬 재미있었다.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지능과 기술력을 보여주며 스스로에게 심취하는 자뻑 등의 기본 속성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세계정복이 아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목적이 바뀌긴 했어도 광적으로 집착을 보여주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기질, 인간보다는 드론을 신뢰하는 괴짜로 재해석한 게 배우인 짐 캐리의 열연 덕분인지 더욱 빛나는 모습이었다.


뜬금 없이 터져나오는 몸개그는 가히 독보적이다 =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특히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기행 퍼레이드에서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오는 몸개그나 액션씬을 찍으면서도 계속 입을 놀리고 가끔씩 의외로 정론을 펼치는 몇몇 장면은 영화를 보다가 자연스레 로보트닉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막바지에 퇴장하는 장면이 조금 추하긴 했지만 그래도 머쉬룸 힐 존으로 추정되는 버섯 행성에서 재기를 다짐하며 머리와 수염을 조금 더 원본에 가깝게 깎은 모습을 보면 대놓고 후속작을 암시하고 있기에 만약 영화가 어느정도 흥행하여 속편이 나오더라도 빌런의 폼은 쉽게 죽지 않을 것 같다는 희망을 줬다.

 

■ 종합 평가


원래 계획대로 작년 11월에 개봉했다면 위의 모습으로 나오며 망작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후 편집

영화 수퍼 소닉은 매니악한 취향을 가진 제작진에게서 나온 대부분의 작품에서 보이는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특징이다. 잘 알고 볼수록 즐겹고 보물찾기 하듯이 여기저기 숨겨놓은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요소로 점철되어 있고 일반인에게 어필하기 위해 준비한 오리지널 요소도 딱히 매력적이진 않았다.

만약 작년에 나왔던 초기 비주얼로 나왔다면 정말로 '명예로운 죽음', '음속닦이'이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며 소닉을 사랑하는 팬들의 염원에 화답하듯이 지금의 디자인과 퀄리티로 고쳐나온 덕분에 그래도 평작의 선까지는 올라오지 않았나 싶다.

일단은 자체 완결성을 띄고 있는 한편 노골적으로 속편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이 무려 2개나 준비되어 있어 수퍼 소닉은 게임 본편의 내용을 다루는 이후의 내용을 위한 빌드 업에 해당한다.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도 솔직히 제작진이 보여준 성의와 별개로 완성도가 대단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앞으로가 조금 걱정스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예고편이 영화의 내용을 거의 다 보여준 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웠다. 속편을 낼 때 마케팅하는 부서에서는 이 부분을 좀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실제로 필자는 원래 이 영화를 자막판으로 한 번 보고 더빙판으로 한 번 다시 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이 계획을 재고하고 있을 정도다.

평가 (5점 만점 기준)

        - 연출: 3점 (속도감 하면 명불허전인 소닉답다, 다만 드라마의 비중이 높아서 좀...)
        - 스토리: 2점 (일반인에게는 조금 유치하고 골수팬은 위화감을 느낄 수 있음)
        - 캐릭터: 4점 (짐 캐리의 닥터 로보트닉이 하드캐리)
        - 팬서비스: 5점 (소닉 팬이라면 여러모로 즐길거리가 많음)
        - 종합: 3.5점 (못 볼 영화는 아닌데 원작 시리즈의 팬이라 아쉬운 점이 많이 보임)

 


팜플렛은 접어서 2020년 2월 달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사실은 로보트닉 박사님이 주인공이었습니다 = 게임조선 촬영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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