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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기획] 잔소리는 이제 그만, 명절 오지랖 방어용 게임

작성일 : 2020.01.25

 

지금은 명절 연휴를 맞이하여 온 가족이 모였을 때 다른 사람의 인생사에 간섭하고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하는 오지랖이 문제가 되는 시대다.

무관심한 것보다야 관심을 가지는 쪽이 낫다지만 도가 지나치면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하는 일 잘 됐으면 좋겠다,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짧은 한마디면 끝날 덕담을 남들과 비교하고 깎아내리는 식으로 빌드업하니 이러한 오지랖은 당연히 현대인이 겪는 명절증후군의 주요 원인 으로 꼽힌다.

평소에는 연락도 관심도 없으면서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만 주위에 관심 있는 척하며 가십거리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어떤식으로 대처해야 할까?

그래서 준비해봤다. 바로 오지랖 방어(?)에 아주 효과적인 비디오 게임 되시겠다.

■ 결혼할 상대는 있니?


매일 아침 마중나오는 소꿉친구, 동급생 학생회장, 난공불락의 선배가 모두 나를 좋아한다는 설정은 솔직히 암만 봐도 현실성 없지 않은가 

당신이 카톨릭에 귀의하여 열과 성을 다하는 열혈사제가 아닌 이상 주변 어르신들에게 결혼은 언제 하냐는 말을 피하기는 힘들다. 요새야 결혼과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어르신들은 여전히 이를 자식된 도리요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필자를 비롯하여 여가 시간의 8할 이상을 게임으로만 보내는 인도어 지향 인간은 결혼은커녕 이성을 만나는 일조차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매우 그럴듯한 연애담으로 위기를 타파할 필요가 있댜.

여기서 연애 시뮬레이션을 생각했다면 삼진아웃이다. 암만 현실적인 일처럼 소개하려고 해도 대부분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일본에서 나왔기에 작위적인 전개가 기본으로 깔려있고 여차해서 상대 이름을 은연 중에 잘못 말했다가는 가드불능기인 '이 시국에'가 튀어나올 수 있다.


심즈4는 2020년까지 계속 업데이트가 진행 중인 게임이라 최근 나온 DLC를 통해 CC(캠퍼스 커플)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심즈4>를 추천한다. 기존 시리즈가 고수하던 탑뷰가 아닌 1인칭 시점 모드가 추가되면서 나름대로 현실감이 증대됐고 단방향성인 스토리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자유도가 훨씬 높아졌기에 훨씬 성공적인 가상의 삶을 다른 가족들에게 과시할 수 있다.

원래 거짓말을 할 때에는 어느정도 진실을 가미해야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상의 삶이 곧 나의 삶이라는 암시(거짓말)만 스스로에게 걸 수 있다면 게임 속에서 겪은 생활과 연애 이야기(진실)는 남의 연애, 가정사에 관심이 많은 오지라퍼들로부터 당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단, 여기서 너무 있는 척을 하다가 사진을 보여달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아가면 곤란하니 너무 깨방정을 떨다가 선은 넘지 않도록 주의하자.

■ 사자돌림이 좋다더라


환부를 살짝 째서 괴사부위를 잘라내는 간단한 수술에도 환자의 용태가 왔다갔다하므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무직보다는 당연히 일하는 쪽이 오지라퍼들의 공격으로부터 비호받기 쉽지만 개중에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혹은 사회적인 인식만을 고려하여 되기 힘든 사자 돌림 직업을 강요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자신이 해당 분야의 지식을 함양하고 있음을 몸소 증명할 필요가 있다. 이 분야에서는 의학 시뮬레이션 게임인 서저리 시뮬레이터 2011을 추천할만하다. 

10년 전 게임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게 소독-적출-치료-봉합이라는 외과의의 수술 과정이 꽤나 본격적이며 적나라한 장기자랑을 보면서 바이스펙트랄(마취), 쇼크(충격) 강도 등 실제 수술 중 신경써야할 요소들을 빠짐없이 배치하는 등 고증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이 게임의 경험담만 이야기해도 그럴듯한 무용담이 완성된다.

게임이라는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 투박한 인터페이스에 외국어 밖에 보이지 않는 메뉴와 버튼 덕분에 가족 앞에서 플레이하며 의학도 교육용 프로그램이라고 후려치기에도 적합하다. 


의사도 아니고 주변에 의학도 친구도 없어서 모르겠다 왜 수술실에 손도끼가 있는 것인가

한편 이름이 비슷한 서전 시뮬레이터는 피해가도록 하자. 유혈이 낭자한 묘사는 제쳐두더라도 수술 과정에서 뼈가 모조리 아작나고 다른 장기가 소실되어도 처음에 고치고자 한 장기만 멀쩡한 상태로 돌려놓으면 수슬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판정하는 황당한 게임이며 수술실에 전동드릴이나 깍두기 형님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연장이 널려있다.

아마 서저리가 아닌 서전 시뮬레이터를 플레이하고 있다면 아마 그 모습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미래의 의사 선생님이 아닌 블랙잭 뺨치는 자본주의의 노예가 선보이는 불법 시술의 현장일 것이다.

■ 살 좀 빼야 하지 않겠니?


하복부의 육중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필자의 경험담이 실려있다

예전에는 못 먹어서 문제였다면 지금은 너무 잘 먹어서 문제다. 건강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놓은 잿밥을 같이 맛있게 먹어놓고 소화 안 되게 살 안 빼냐는 뜬금포 후속타가 날아든다.

그럴 때 슬그머니 링피트 어드벤처를 꺼내서 플레이해주면 그렇게 효과적일 수가 없다. 보통은 운동이 가미된 힘든 게임플레이 때문에 호기심에 구매했던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작심삼일로 조금 플레이하고 말아버린다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명절기간 중 3일이면 반절이 넘어가는 시간이다.

TV아웃이 필수여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판깔고 화투를 즐기던 거실 한복판을 차지해야한다는 부담감과 잘했어, 한 번 더, 빅토리라는 링(CV:남도형)의 우렁찬 응원을 3일간 버텨낼 수 있는 철면피가 필요하다는 게 흠이지만 그만큼 이 방법에는 장점도 많다. 

일단 살 빼라는 잔소리에 정면대응할 수 있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은 신기해하는 한편 손주 녀석이 열심히 운동하는 게 귀엽다고 용돈을 더 줄 수도 있다(실화)

더군다나 매번 명절마다 애지중지하던 콜렉션에 악의 손길을 뻗쳐오던 소아비만 사촌동생과 조카놈들을 강제 링피트라는 고통의 늪에 빠뜨려놓을 수 있다.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주변 어른들에게 교육용 게임, 운동 게임임을 어필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컨트롤러인 링콘이 굉장히 튼튼한 편이니 내구성 또한 강조해주는 것이 좋다

다만 이 방법은 잘못 사용했다간 닌텐도 스위치-링피트 어드벤처 타이틀-링콘을 한 방에 일가 친척들에게 인터셉트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상대를 잘 봐가면서 사용하자.

■ 난 대화의 단절을 택하겠다


남들과는 다르게 색다르게 리듬을 타는 비트위의 나그네가 될 수 있다

위의 방법은 그나마 오지라퍼 성향이 있는 일가친척들과 대화가 된다는 상황, 즉 소통의 여지가 있음을 상정한 해결책이다. 

만약 무조건 네가 틀렸어, 내 말대로 하는 것이 맞다, 빼애액이라는 논리로 나온다면 답은 간단하다 눈과 귀를 모두 막아버리면 그만이다. 일단 VR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가 고가의 장비임을 이야기하고 뒤집어 쓴 뒤 비트 세이버를 구동하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당신의 눈 앞에는 아무런 걸림돌도 없고 당신에 귀에는 게임 소리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가상현실 속에서 양 손에 든 컨트롤러로 빔 세이버를 휘두르며 비트를 쪼개고 음악을 즐기면 그만이다.

사실 스트리머들의 영상에서 과장된 몸짓이 많이 들어가서 그렇지 팔만 휘두르면 되는데다가 그 각도 요구치도 크지 않다. 그래서 좁은 집안 여러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운데 플레이하더라도 민폐가 큰 게임은 아니다.

다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허공에서 덩실덩실 춤추는 당신의 모습이 기괴하게 비춰질 수 있다. 아마 자연스레 다음 해부터 오지랖은커녕 말도 걸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궁극의 해결책이다. 잘됐네 잘됐어!


사실 플레이하는 사람은 재미있기만 하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사람들이 다가가고 싶지 않게 되는 마법을 쓰는 것 뿐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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