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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파견나간 사이에 우리집 상태가? 갈 곳을 잃은 게임 캐릭터들

작성일 : 2020.01.19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본 기사 내용을 한 번에 요약하는 사진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게임에서 콜라보레이션이란 서로 다른 두 작품이 협업을 통해 신규 콘텐츠를 생산하고, 시너지를 통해 홍보 효과와 새로운 재미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전략이다. 개발사는 인기 캐릭터를 콜라보레이션으로 출시해 매출 및 인지도 상승을 꾀할 수 있으며, 이용자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이 '윈윈'할 수 있다.

그런데 홍보 효과를 노린 콜라보레이션 캐릭터들이 다른 작품에 파견 나가 활약할 때 정작 본인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작 평가가 떨어진 기묘한 작품도 있다. 여기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파견 나간 콜라보레이션 작품마저 평가가 안 좋아 마치 모든 작품의 평가를 파괴하는 '파괴신'의 대명사가 된 기막힌 캐릭터도 있다. 게다가 이 캐릭터들이 듣도 보도 못한 삼류 캐릭터가 아니라 전 세계 이용자들이 한 번쯤 들어본 유명 캐릭터라는 점에서 이용자들을 놀라게 한다.

이번 조선통신사에서는 콜라보레이션으로 다른 게임에 참여한 동안 원작의 평가가 떨어지거나, 혹은 원작의 신작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 기구한 캐릭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 불구경 갔더니, 우리 집이네? 졸지에 타향살이하는 구세대 포켓몬들


출시 전부터 여러 의미로 역대급 반응을 이끌어낸 소드/실드

1996년 첫 출시 이후 이용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포켓몬스터 시리즈. 파트너 포켓몬과 함께 세계를 모험하는 재미에 많은 이용자가 매료됐다. 그런데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신작 '포켓몬스터소드·실드'의 정보가 공개되면서 이용자들의 슬픔에 빠졌다. 신작 발매를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시리즈 팬들이 어째서 슬퍼하는 것일까?

전말은 이렇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신작 포켓몬스터소드·실드의 출시가 확정되면서 신규 포켓몬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특히 리메이크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포켓몬스터레츠고피카츄·이브이' 이후 스위치로 등장하는 신작이라 이용자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런데 '전국 도감' 삭제, 다시 말해 일부 포켓몬의 미등장이 확정되면서 이용자들의 기대감이 꺾여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시리즈의 포켓몬을 신작으로 옮기지 못한다고 알려지자 수년을 함께 해온 파트너 포켓몬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이용자가 실망했다.

최근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전작의 포켓몬 중 약 40%의 캐릭터만 신작에 등장한다고 알려졌다. 그 중에선 각 작품의 메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스타팅 포켓몬', 특히 전국 도감의 도감 번호 1번 포켓몬이자 포켓몬스터 관련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이상해씨'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상해씨의 진화형 이상해풀은 '스매시브라더스'의 최신작 '슈퍼스매시브라더스얼티밋'에 등장한 바 있어 최근 등장 작품이 원작 포켓몬스터가 아닌 다른 작품이 돼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사'구라'이 마사히로가 본가에서 나오지도 않는 오리지널 포켓몬으로 마케팅 사기치는 게임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

사실 포켓몬스터소드·실드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에 등장하는 포켓몬을 합치면 그 수가 무려 809마리에 달한다. 매 시리즈를 발매할 때마다 100마리 전후의 포켓몬이 추가되니 이번 신작에 모든 포켓몬이 구현된다면 거의 1,000마리에 가까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셈이다. 작업량이 많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다른 작품처럼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전작의 포켓몬을 데려오는 방식을 추후 업데이트로 지원해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최근 발표에서 구작 포켓몬들을 만나볼 수 있는 업데이트를 선보였지만 이마저도 본편의 볼륨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유료DLC인지라 호불호가 갈리는 눈치다.

■ 본사? 파견처마저 파.개.한.다


한 로봇은 예토전생에 성공했는데 다른 축생은...

'소닉더헤지혹(이하 소닉)'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세가의 대표 캐릭터인 소닉은 캡콤의 '록맨'과 더불어 오랫동안 기구한 캐릭터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한 시대를 풍미한 게임 콘솔 '메가드라이브'의 명작이었던 소닉 시리즈는 레이싱 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속도감과 간단한 조작성, 다채로운 맵으로 이용자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나 최신작 '록맨11'로 재기에 성공한 록맨과 달리 소닉은 원작부터 파견 나간 작품까지 어디에서도 힘을 못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에 발매된 최신작 '소닉포시즈'는 게임 리뷰를 집계하는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 사이트에서 50점 중반대의 점수를 보여주며, 소닉 시리즈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냈다. 해당 작품은 엉성한 스토리와 부족한 연출, 부족한 속도감까지 모든 면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으며, 소닉 시리즈에 등장하는 독특한 캐릭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평이 줄을 이뤘다.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소닉매니아'가 고전 작품의 향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 호평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

소닉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닌텐도의 대표 캐릭터 '마리오'와 함께 출연한 '마리오&소닉올림픽' 시리즈의 신작 평가도 그리 좋지 않은 상황. 2007년 처음 발매된 첫 작품부터 리우 올림픽까지 60점 전후의 점수를 받고 있다. 파티게임으로 즐기기에 나쁘진 않지만, 스포츠 게임이라기보다 미니 게임 모음집에 가깝고, 신작과 구작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신작인 도쿄 올림픽이 69점으로 조심스러운 스타트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은 남아있는 상황. 이처럼 소닉이 원작은 물론 콜라보레이션 작품까지 비평 점수를 찰지게 말아먹으면서 여전히 고인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파란 고슴도치의 여파인가? 전작보다 성적이 낫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12월 출시할 예정인 '신사쿠라대전'이 소닉 팀에서 개발한 헤지혹 엔진을 사용한다고 한다. 헤지혹 엔진이 소닉 시리즈 이외의 게임에서 쓰이는 첫 사례인데 이제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게임 엔진까지 열심히 파견 근무를 나가는 상황에서 과연 소닉 코인이 다시 한번 날아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옆집 나코루루는 신작 다니던데, 넌 언제 신작 나오니?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세 작품 합본 리마스터는 새롭지도, 마스터하지도 않았다

'다크스토커즈'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뱀파이어' 시리즈는 '스트리트파이터'로 유명한 '캡콤'에서 만든 격투 게임으로 뱀파이어는 물론 늑대인간, 좀비, 사스콰치 등 전설에 등장하는 여러 괴물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 중 서큐버스 '모리건 앤슬랜드'는 색기 넘치는 캐릭터로 뭇 남성 이용자들의 가슴을 설레게했다. 모리건을 비롯한 뱀파이어 시리즈의 캐릭터들은 캡콤의 게임은 물론 SNK 및 남코, 마블 등 타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게임에 자주 등장해 현재까지도 많은 이용자 사이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로 군림하고 있다.

문제는 뱀파이어 시리즈의 원작이 오래돼도 너무 오래된 게임이란 것. 뱀파이어 시리즈 3종 중 마지막으로 출시된 '뱀파이어세이비어'가 1997년에 나왔으니 벌써 22년 동안 신작 없는 게임인 것이다. 그나마 나온 것은 13년에 발매된 합본 리마스터판. 그마저도 부실한 시스템과 버그로 인해 팬들에게 악평을 받았다.

정작 콜라보레이션 게임인 '마블VS캡콤' 시리즈나 'CAPCOM VS SNK'에는 뱀파이어 시리즈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출연하고 있어 원작 팬들의 애간장만 녹이고 있다. 게다가 옆집 SNK의 '사무라이쇼다운'은 10년 만에 본가 시리즈가 부활하면서 인기 캐릭터인 '나코루루'가 파견을 끝내고 금의환향한 터라 더욱 비교되고 있다.


콜라보 작품에서 더 잘나가는 뱀파이어 간판 캐릭터 모리건

■ 14년 동안 파견으로 버텼다! 대기만성의 상징 '아사기리 아사기'


우리집? 파견 사원에게 그런 것은 사치다

앞서 소개한 캐릭터들이 파견 나간 사이 가세가 기운 경우라면 이 캐릭터는 오랜 파견 근무 끝에 인생 역전을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마계전기디스가이아' 시리즈로 유명한 '니폰이치소프트웨어'의 캐릭터 중엔 아주 특별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가 있다. '아사기리 아사기'는 니폰이치 게임의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로, 2004년 첫 등장 후 2018년까지 약 14년간 니폰이치가 만든 대부분의 게임에 출연했다. 본인 작품만 빼고.

이 캐릭터, 놀랍게도 본인 작품이 없었다. 이상해씨처럼 집에서 쫓겨난 것도 아니고, 소닉이나 모리건처럼 작품이 뜸한 것도 아니라 그냥 원작 자체가 없었다. 심지어 '아사기리'라는 성은 자기 작품도 아니고 마계전기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외전인 '프리니 시리즈'에 처음 붙여진 이름이다. 아사기라는 캐릭터는 니폰이치 게임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하라다 다케히토'의 2004년 여름안부엽서에 처음 등장했다. 여름안부엽서에는 주로 그해 신작 주인공이 그려지는데, 출연 예정이었던 '마계워즈' 기획이 표류하면서 이같이 붕 뜬 캐릭터가 돼버린 것이다.

기구한 캐릭터성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 '팬텀킹덤'과 '디스가이아', '소울크레이들' 등 약 20종의 게임에 등장해 주인공의 노리는 콘셉트로 이용자들의 뇌리에 남았다. 심지어 니폰이치 전체 캐릭터 인기투표에서 2위, 20주년 기념 인기 히로인 부문 1위에 입상할 정도었다.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게임에 등장한 결과 일부 게임에서는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얻거나 보스가 되기도 했지만, 어떤 게임에서도 주인공이 되는 일은 없었다.


특이한 캐릭터성으로 원작 없음에도 2회 인기투표에서 무려 2등 차지

캐릭터가 등장한 지 14년이 되는 2018년 2월. 이용자들의 관심 속에서 아사기가 사라질 때쯤 모바일 SRPG '마계워즈'가 출시됐다. 게임 자체는 디스가이아와 클로버랩이 개발한 '유루드라실'의 콜라보 게임에 가깝지만, 외전에서조차 조연에 지나지 않았던 아사기가 드디어 메인 캐릭터로 등장한 것이다. 게임 내 칭호 또한 '차기작 주인공'이 아닌 '영원의 주인공'. 그런데 정작 아사기 본인은 '내가 주인공일 리가 없지'라는 반응을 보여 이용자들은 오히려 아사기 답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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