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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액정 맛 키스? 나이스 보트! 현실과 상호작용 시도한 신박한 미연시들

작성일 : 2020.01.01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줄임말인 미연시는 말 그대로 미소녀와 가상 연애를 다루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통칭이다. 사실 정식으로 통용되는 장르명이라기보단 이용자들이 연애 어드벤처나 비주얼 노벨, 일부 시뮬레이션 게임을 뭉뚱그려 칭하는 단어에 가깝기 때문에 사람마다 정의하는 바가 다를 수도 있다. 또한 축약어 자체만 놓고 본다면 미소녀인지 미소년인지 그 정체성조차 모호하기 때문에 편하게 '예쁜 캐릭터와 연애하는 게임'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다

이용자들은 미연시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해 가상 세계 속에서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이상형이나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과 가상 연애를 한다. 이용자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30대 배 나온 아저씨라도 미연시 안에선 17세 군필 여고생이 될 수도 있으며, 모의고사에 찌든 고3 수험생도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타고 다니는 재벌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미연시는 이용자들이 상상만 하던 이상의 연애를 구현함으로써 그들의 은밀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그러나 상대가 아무리 예쁘고 아름답더라도 엄연히 다른 차원에 사는 주민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니터 너머 저편으로 건너갈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게임 내 등장하는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스크립트에 기반한 대사를 할 뿐이며, 대다수의 공략 캐릭터들이 사랑하는 대상은 이용자가 아니라 주인공이다. 이에 많은 개발자가 안타까워하며 하드웨어 및 게임 내 요소를 활용해 최대한 현실성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번 조선통신사에서는 특이한 요소로 이용자와의 상호 작용을 시도한 미연시 작품 네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 러브플러스 시리즈

상호작용이라는 주제로 게임 작품을 다룰 때 이 게임을 빼놓을 수 있을까? 2009년에 출시된 코나미의 '러브플러스'는 닌텐도DS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게임이다.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터치 기능. 물론 터치스크린 너머 캐릭터를 직접 만질 수는 없지만, 이용자가 터치하는 대로 반응하는 캐릭터를 보고 많은 이용자가 게임에 빠져들었다. 특히 터치 기능을 사용한 키스 이벤트는 '액정 맛 첫 키스'라는 불후의 명언을 남겼을 정도. 지금이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터치 기능이지만 당시에는 해당 기능을 탑재한 하드웨어가 적었던 만큼 터치를 사용한 러브플러스의 상호작용은 가히 혁명적인 시스템이었다.

터치 시스템뿐만 아니라 게임 내부 기능 또한 현실성 있다. 게임 내 시간은 닌텐도DS에 설정한 시간에 맞춰 현실과 동일하게 흐르기 때문에 현실 계절이 봄이라면 게임 속 계절도 봄이 된다. 당연히 아침이나 점심, 저녁 이벤트가 모두 다르며, 계절에 따라 데이트 장소나 캐릭터의 복장이 바뀐다. 게다가 캐릭터의 헤어스타일을 짧은 머리보다 긴 머리로 바꿀 때 시간이 더 소요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후속작 '러브플러스+'에서는 '지역 러브플러스' 기능을 추가해 일본 각지에 있는 DS 스테이션에 접속해 캐릭터와 같이 여행하는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포켓몬 대신 여친 잡으러 돌아다니던 남친들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현실과 연동하도록 만든 덕분에 이용자들은 러브플러스의 캐릭터를 실제 인물처럼 느끼기도 한다. 물론 단순히 현실적으로 느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캐릭터를 현실로 끄집어내는 비범한 이용자도 있었다.

때는 2009년 11월. 일본의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 '니코니코동화'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워낙 신기한 영상이 많이 올라와 웬만한 영상을 봐도 입꼬리조차 움직이지 않는 니코니코동화 이용자들까지 경악하게 만든 그 영상은 바로 '러브플러스 결혼식'이다. 거짓말이면 좋았으련만, 해당 영상의 남자는 러프플러스의 캐릭터인 '아네가사키 네네'를 띄워 놓은 닌텐도DS를 한 손에 들고 결혼식을 진행한다. 더욱 걸작인 것은 하객으로 모인 사람들도 한 손에 닌텐도DS를 들고 러브플러스 캐릭터와 함께 그 장면을 지켜봤다는 사실. 여기서 끝내면 섭섭할까 봐 피로연에 괌 신혼여행까지 다녀온다. 이 이벤트로 인해 러브플러스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뉴스로 방영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 됐다.


충격과 공포의 결혼식 실황

■ 포커스온유

10년 전 게임 얘기를 했으니 이번엔 최근 게임을 얘기해볼까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이제 터치스크린은 흔하디흔한 기능이 됐고, 눈앞에 가상 현실을 구현하는 VR 기기가 등장했다. 가상 현실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기가 생겼으니 현실적인 연애를 구현하려는 개발자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스마일게이트에서 제작한 '포커스온유'는 VR을 활용한 미연시다. 이용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되어 16살 '한유아'와 사진 촬영을 계기로 연애를 한다. VR 미연시 치고는 사진 촬영이나 커피 만들기 등 상호작용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이는 연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사물 상호작용 요소를 줄였다고 한다. 포커스온유의 선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서머레슨'이나 'VR카노조' 이용자들이 여주인공에게 책을 던지거나 의자를 빼서 넘어뜨리는 행동을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조치.

선형적인 구조와 전형적인 보이 미트 걸 스토리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성우의 열연에 힘입어 제법 실감 나는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한국어로 음성인식이 지원되는 부분은 한국 이용자들에게 반가운 부분. 한국 게임이니까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유명한 러브플러스를 사놓고도 일본어를 몰라 애인과 대화할 수 없었던 미연시 이용자들에겐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드는 요소다.

■ 두근두근 문예부


속지마! xx이야

처음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 학교를 배경으로 다수의 미녀가 등장하는 흔한 설정으로 실망할 수도 있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은 소꿉친구의 권유로 문예부에 들어가고 여러 소녀와 만나 연애와 우정을 키워나가는 전형적인 스토리까지 접하게 되면 이 게임이 무료 외엔 특별한 것 없는 작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작품이 일반적인 미연시였다면 이 코너에 들어갈 리도 없고, 이용자 태그에 '심리적 공포'라는 태그가 붙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이 게임은 중간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되더니 폭언과 폭행, 살인, 자살까지 유혈이 낭자 하는 작품으로 변한다. 더욱 소름 끼치는 사실은 캐릭터가 작품 내 주인공이 아닌 이용자에게 직접 말을 건다는 것이다. 챕터 1의 셋째 날, 게임 내 캐릭터인 '모니카'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꼭 게임을 저장하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때는 무심결에 지나치지만 이후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그녀가 쓴 시조차 이용자를 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대사나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대화창을 뚫고 나오거나 게임 주인공 대사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이용자가 게임을 현실로 느끼게 만든다.


다시 말하지만 이 게임은 미연시입니다

물론 게임 속 캐릭터는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를 인식하고 직접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스크립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지만 훌륭한 연출로 인해 마치 사실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특히 모니카의 캐릭터 파일을 삭제한 후 게임을 켜면 일러스트가 깨진 모니카가 등장해 자신의 프로그램 파일을 찾아 마치 이용자의 행동으로 인해 캐릭터의 존재가 삭제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즉, 게임 외적인 부분이 원인이 되어 게임 내 서사가 변화하는 방식을 택해 현실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처럼 두근두근 문예부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현실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했다. 연극이나 영화에서도 현실과 작품 세계를 가르는 '제4의 벽'을 깨뜨리는 시도를 하지만 게임은 이용자가 작품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여러모로 나이스한 보트가 생각나는 게임

■ I Love You Colonel Sanders ~A Finger Lickin’ Good Dating Simulator~


당당히 적혀있는 KFC

심각한 작품을 소개했으니 이번엔 가벼운 작품을 찾아보자. 9월 24일 출시돼 이용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사랑해요 커넬 샌더스(I Love You Colonel Sanders ~A Finger Lickin’ Good Dating Simulator~)'되시겠다.

커넬 샌더스. 이름보단 KFC 할아버지로 더 많이 알려진 바로 그 인물이다. 여기까지 읽고 설마 한 분들이 계시겠지만 아쉽게도 바로 그 설마가 정답이다. 놀랍게도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싸이옵(Psyop)'이 KFC를 주제로 미연시를 만들었다.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무려 이 게임, KFC가 직접 배급하는 공식 작품이다. 즉, KFC 홍보를 위해 커넬 샌더스가 등장하는 게임을 만든 것.


인자한 할아버지의 상태가?

무슨 게임인지 내용을 들여다보니 이용자는 요리 학교 학생이 되어 연애하는 일반적인 미연시. 굳이 말하면 미남 연애 시뮬레이션. 풍채 좋고 인자하셨던 할아버지는 어디 가시고 근육 빵빵 늘씬한 할아버지가 주인공의 요리 학교 친구로 등장한다. 솔직히 KFC 할아버지가 나와서 주인공과 같이 치킨 튀기는 스토리가 어딜 봐서 일반적이겠냐만 전형적인 연애 시뮬레이션 스토리 구성을 그대로 따라가는 점이나 미연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택지 시스템 덕분에 의외로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게임이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치느님께서 등장하시는데 갓겜이 아닐 리 없지만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면 광고성 게임치고는 유머러스한 서술과 적절한 플레이 타임, 아름다운 캐릭터 일러스트, 무엇보다 무료 배포가 긍정적 평가의 큰 요인일 것이다. 사실 상호작용과 거리가 먼 게임이지만 요리 학교에서 맛깔나게 치킨 튀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KFC 치킨 세트를 시키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야말로 차원의 벽을 뛰어넘는 미연시가 아닌가 싶다.


캐릭터보다 치킨이 탐나는 묘한 게임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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