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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노트] 친숙하지만 낯선 이야기, 맛있게 여물어가는 '사망여각'

작성일 : 2019.12.11

 

한국형 언더테일로 불리우던 '사망여각', 오래 기다려왔다. 드디어 정식 데모 버전을 공개하면서 많은 게이머가 즐겨볼 수 있게 됐으며, 보다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여줬다.

사망여각은 국내 인디 게임 개발사 'Rootless Studio'가 개발중인 작품으로, 크라우드펀딩에서 6배에 해당하는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서 개발 초기 단계부터 많은 게이머가 관심있게 지켜본 게임이다. 또, PC 게임 플랫폼 '스팀 (Steam)'에서 높은 순위로 그린라이트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망여각이 많은 게이머에게 기대감을 준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개성 넘치는 비주얼적인 측면, 그리고 한국의 설화를 바탕으로하는 세계관이 대표적 요소다. 여기에 '마더 시리즈'와 '언더테일', '리사' 등 명작 타이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기에 그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이처럼 개발 초창기부터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지만,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최초 게임 기획은 '탑뷰' 형태의 턴제 RPG였으나 게임 엔진을 유니티로 바꾸고 사이드뷰의 메트로베니아 스타일 게임으로 형태를 바꾸는 등,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갈아엎었다. 

이에 따라 개발 기간도 점차 길어지면서 과연 사망여각 프로젝트가 완성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다행히 공식 커뮤니티에서의 소통과 인디 게임 행사 등에 주기적으로 출품하면서 소식을 전했고, 2019년 12월 7일 모든 게이머가 즐겨볼 수 있도록 데모 버전을 공개했다.

이번 데모 버전을 통해서 사망여각의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사망여각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부분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되었다. 과연 사망여각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토록 많은 게이머가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데모 버전을 통해서 알아봤다.

■  낯설면서 익숙한 동양 판타지, 그리고 감칠맛 풍부한 표현

저승과 바리공주, 염라대왕. 드라마와 영화, 책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게임의 소재로써는 잘 쓰이지 않는 동양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첫 번째 매력포인트다. 동양 설화를 전면에 내세움과 동시에 새로운 해석을 통해서 친숙하게, 그리고 독특하게 표현했으며,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도 마치 붓펜으로 그린듯한 형태를 가졌다. 여기에 색상 표현도 흰색, 붉은색, 검정색으로 매우 제한돼 이뤄졌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후세계, 즉 저승을 나타낸 것도 창의적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아름'이 죽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저승으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바다에 몸을 던지는 모습은 마치 '심청전'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저승에 도착한 아름은 우연찮게 저승사자가 되고 저승사자가 돼 저승 이곳 저곳을 모험하게 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즉 아름이 돼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아름은 단 한마디의 대사도 하지 않는다는 것. 게임 내에서는 수많은 대사가 등장하지만, 아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바는 전혀 알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배경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금씩 내용을 유추해나갈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단서가 되는 것이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텍스트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며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도구가 된다. 주인공 아름의 이야기, 그리고 게임 내 배경이 되는 저승세계에 얽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 손맛 확실한 메트로베니아, 그리고 차별화를 위한 노력

해외 인디 게임계에서는 메트로베니아 형태의 작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도전하는 개발자가 많지는 않다. 이는 국내 인디 게임 개발사가 모바일 플랫폼에 눈을 돌리고 있고, 메트로베니아 장르의 특성상 게임 기획 및 설계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Rootless Studio는 사망여각을 통해서 국산 메트로베니아 개발에 발을 들여놓은 것. 물론 사망여각의 초기 형태는 메트로베니아가 아니지만, 게임 엔진 및 전체적인 틀을 갈아엎으면서 국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메트로베니아로 나아갔다.

메트로베니아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맵 설계, 그리고 난이도 조절이다. 데모 버전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던 사망여각의 세계는 다채로웠다. 아름의 동반자인 '두껍'을 이용해 건널 수 있는 강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하수구, 전통적인 한옥의 모습을 한 건축물 등이 대표적. 여기에 각각의 맵을 관통하는 지름길 등을 준비해 메트로베니아 장르로써의 맵을 탐험하는 재미도 갖췄다. 

또, 특정 목표를 달성해 새로운 능력을 얻고 해당 능력을 토대로 숨겨진 장소나 새로운 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요소와 오브젝트를 조작하는 등의 퍼즐 요소도 겸비했다. 여기까지는 거의 모든 메트로베니아, 그리고 플랫포머류가 갖춰야할 사항이다.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동양판타지, 저승세계 등으로 컨셉의 차별화는 성공했다. 그렇다면 어떤식으로 여타 메트로베니아 게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을까? 먼저 동반자의 등장이다. 앞서 언급했던 '두껍'은 아름과 함께 행동하면서 아름이 갈 수 없는 지형을 이동하는데에 도움을 주거나 무거운 오브젝트를 밀어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다. 

또, 공격도 가능함과 동시에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데에도 도움을 준다. 사망여각의 메인이미지에서도 아름과 함께 두껍이 등장할정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 컷신이 등장하는 것도 독특하다. 

느림의 미학을 가진 것도 여타 메트로베니아풍 작품과 차이점 중 하나다. 대개의 메트로베니아 장르 게임은 고난이도의 컨트롤을 요구함에 따라 매우 빠른 템포로 게임이 진행된다. 하지만 사망여각의 경우, 몬스터의 행동 및 캐릭터의 이동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지 않다. 덕분에 조급해하면서 사망여각의 배경과 스토리 등을 차분하게 즐길 수 있으며,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수단이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쉬운 게임만은 아니다. 일반적인 필드에서 만나는 몬스터는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특정 구간마다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는 패턴을 파악한 후에 공략해야만, 그리고 몇 번의 도전 끝에 클리어 가능한 형태다. 보스 몬스터의 패턴이 극악으로 어렵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 메트로베니아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에게는 충분히 난이도가 있을 수 있다.

또, 피격 판정이 관대한 편이기에, 그리고 사망여각의 스킬 개념이라할 수 있는 '특성'을 통해서 좀 더 캐릭터 능력을 강화할 수 있기에 난이도를 적당히 맞출 수 있겠다.

■ 개성도 확실하지만 단점도 확실, 그리고 수많은 버그

사망여각이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은 신비로운 스토리텔링과 저승세계라는 세계관, 그리고 개성넘치는 비주얼이다. 하지만 메트로베니아 장르로써의 특징은 다소 약한 것이 사실. 물론 다양한 요소를 통해서 차별점을 두기 위해 노력했고 시도를 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한 편.

플레이어 캐릭터가 특정 무기로 적의 투사체를 튕겨내 공격하는 것과 벽을 밟고 점프하는 모션, 그리고 공중에서 대쉬를 하는 모션 등은 이미 다른 작품에서 특징으로 내세운 부분이다. 이에 따라 딱히 새롭다고는 할 수 없는 것. 여기에 게임 내에 등장하는 각종 함정과 장애물 요소도 독창적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조작감에 있어서도 짚고 넘어가자. 최초 설정된 조작키는 너무 불편하다. 옵션에서 설정을 변경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초반에 설정된대로 조작하다가 해당 키가 익숙해져서 설정을 통해 바꾸지 못하고 계속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사망여각의 경우, 최초에 X키가 공격, Z키가 점프, Shift키가 대쉬 혹은 구르기로 설정돼 있는데 이대로 플레이하다간 새끼손가락에 쥐가 날 것만 같다.

캐릭터 점프의 경우는 마치 통나무처럼 딱딱한 느낌이다. 점프키를 누르는 정도에 따라 1단 점프, 혹은 2단 점프가 가능한데, 차라리 연타를 통해서 2단 점프가 가능하도록 했다면 더욱 부드럽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캐릭터 점프에 대한 조작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가 공중에 있을 때의 조작은 매우 어려운 편.

게임 내에 부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도 많지 않다. 여타의 메트로베니아류처럼 맵에는 다양한 숨겨진 장소가 존재하지만 결코 복잡한 수준, 그리고 난이도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숨겨진 장소에서 특별한 것을 기대하는 재미도 없다. 숨겨진 스토리, 혹은 이야깃거리라도 숨겨놨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수정해야할 버그도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 캐릭터가 갑자기 벽에 끼인다든지, 벽이 없는 곳에서도 벽타기가 가능하다든지하는 현상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다소 모자란 몬스터의 AI도 보완해야할 부분으로 보여진다.

■ 아직 데모일 뿐, 완성작은 더욱 매력적이길

데모 버전으로 준비된 분량을 모두 플레이하니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데모에서는 아름이 아버지를 찾기 위해 저승을 찾았다는 점, 그리고 특정 인물이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점, '설'이라는 의문의 저승사자가 등장한다는 점 등 매우 일부분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가질 수 있었으며, 데모 버전이라서 아쉽게 느껴질 정도.

여기에 보스전은 생각 이상으로 난이도 조절을 잘해놨기에 공략하는 재미가 있었으며 공략 후에 느끼는 성취감은 여타 메트로베니아 작품 못지 않게 높았다. 

이미 수많은 메트로베니아 게임이 등장했기에 새로운 요소를 넣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일 수도 있다. 대신 사망여각은 신선한 컨셉으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충분히 먹힐만한 소재다. 

인디계와 대형 게임사를 불문하고 수많은 게임 개발사가 PC 및 콘솔 플랫폼보다는 모바일 플랫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지금, Rootless Studio는 주류보다는 비주류를, 틈새시장을 공략중인 것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사망여각, 더욱 속이 꽉차고 빛깔좋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해본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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