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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체험] 링피트어드벤처, 게임과 운동 사이 적절한 타협점 찾은 명품 기능성 게임

작성일 : 2019.11.06

 

예로부터 온 가족의 게임기를 표방하는 닌텐도는 비디오 게임의 순기능을 어필하기 위해 이런저런 기능성 게임을 꾸준히 발매해왔다.

뇌지컬만 요구하기에 플레이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거의 없다시피한 두뇌 트레이닝이나 영어 삼매경 같은 작품들은 꽤  잘 팔려나갔지만 반대로 피지컬을 격하게 요구하는 게임들은 시장에서 엄청나게 흥행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예외다. 바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링 피트 어드벤처' 통칭 링피트다.

■ 왜 성공했는가?

일각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 일단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신기한 게임 방식으로 어필하고 있으며 인기 스트리머들이 다들 해보니까 깔짝대면서 따라 하는 수준이라 실제로는 그 열풍이 대단하지 않고 오래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물량이 들어오는 족족 매진이라 필자도 신도림과 용산에 들렀다가 허탕만 치고 온라인 주문에 기대야만 했다. 이쯤 되면 국내로 시장을 한정하더라도 피지컬을 요구하는 기능성 게임치고는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구하기 힘든 귀하신 몸이니 인터넷 쇼핑몰이나 돌자 = 게임조선 촬영

앞서 말한 것처럼 어찌어찌 신기해서 한 번 플레이해본다면 게이머 입장에서 시작한 스테이지는 클리어해야 한다는 아집(?)에 사로잡힐 테고 그렇게 정신 없이 운동하여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나면 적당히 차오르는 숨과 흐르는 땀방울으로 나름 운동이 됐다는 보람까지 더해 배 이상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한 번 하고서 힘들다고 다시는 켜지 않게 되는 이전까지의 기능성 게임과 달리 링피트는 '운동, 안 하고는 못 배기겠어'라는 극한 상황으로 플레이어를 몰고 가는 것이다. 이 작품, 참으로 교묘하게 운동을 시키는 꾀돌이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두 발로 열심히 뛴다는 사실을 모르고 본다면 그냥 러닝 게임으로 보일 것이다 = 게임조선 촬영

■ 게임으로서

일단 스토리는 진부하고 깊이는 없을지언정 충분히 진행할 맛은 난다. 도입부는 주인공이 실수로 봉인된 사악한 존재를 세상에 풀어놓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식으로 모험물의 스테레오타입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어 전혀 신선하지 않다.


예로부터 정체도 모를 것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파멸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 게임조선 촬영

하지만 최종 보스라고 나오는 놈이 헬스에 완전히 미쳐버려 뇌까지 근육이 된 것인지 자신을 추격하는 주인공 파티보다 자신이 봉인당한 사이에 있었던 근손실을 염려하는 개그 캐릭터다. 매 월드에서 보스전 치르고 나면 이겨놓고 헐떡거리고 있을 플레이어는 제쳐두고 예전에는 파트너 관계였던 조력자 '링'과 최종 보스 '드래고'가 자기들끼리 만담쇼를 벌이고 있으니 힘도 없는데 웃다 보면 복근이 붕괴할 지경이다. 


갇혀 있는 동안에도 오직 근육, 빠져나오고 싸우는 와중에도 오직 근육 생각뿐 = 게임조선 촬영

한편으로는 굉장히 체계적인 레벨 디자인이 돋보인다. 본래 운동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자신의 기량에 맞지 않게 무리를 했다가는 몸만 축나고 결과적으로는 흥미를 잃게 만들 수 있는데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차근차근 코스를 밟아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타 게임에서는 챕터로 분류되는 월드의 볼륨과 운동 강도가 점진적으로 성장하도록 짜여 있다.


첫 날의 진도, 당연히 플레이를 반복하고 점차 진행할수록 소화 가능한 운동의 가짓수와 횟수가 늘어난다 = 게임조선 촬영

등장하는 적의 색깔이나 종류에 맞춰 효율적인 운동을 해야 쉽고 빠른 진행이 가능한데 이러한 운동법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고 플레이 시간과 진척도에 비례하여 정직하게 늘어난다.

심지어 이런 성장곡선 덕분에 플레이어가 얼마나 컨트롤과 운영 능력이 고여있느냐에 따라 하루는커녕 몇 시간 만에 엔딩을 보는 것이 가능한 다른 게임과 달리 링 피트는 플레이어가 체력적으로 한계가 명확한 인간이기 때문에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엔딩을 보기 힘들다.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스포일러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 운동 기구로서

이 게임이 화제가 된 후 실제로 헬스, 피트니스, 요가 방면에서 종사하거나 운동 좀 해봤다 하는 사람들이 내리는 평가에 따르면 '일반인 입장에서 동기부여도 잘 되고 누릴 수 있는 운동 효과도 제법 괜찮은 수준이지만 트레이너가 함께하지 않고 혼자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잘못된 운동 방법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의견이었다. 

물론 인게임에서 가이드인 '미브리 씨'를 통해 매번 올바른 자세에 대한 가이드를 하고 있고 실제로 판정이 꽤 세밀해서 올바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제대로 적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거나 장애물을 넘어갈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판정이 플레이어의 신체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조이콘의 위치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꼼수가 불가능하지는 않아 완벽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자세를 얼마나 정확히 취하느냐에 따라 피트 배틀 중 입힐 수 있는 피해량이 달라진다 = 게임조선 촬영

또한 유산소 운동의 비중이 비교적 낮고 근력 운동에 비중에 심히 쏠려 있는 것도 살짝 아쉽다. 본격적으로 근육을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링피트는 피트니스 센터를 가는 것에 비해 편의성과 접근성 말고는 눈에 띄는 장점이 없어 아쉬운 대체재고 그렇다고 해서 근육을 키우기보다는 살을 빼려는 다이어터들에게는 메리트가 없다. 살찐 사람이 살을 안 빼우고 근육 운동만 하면 건강한 돼지가 될 뿐이니 어느 쪽으로도 계륵인 셈이다.


어드벤처 파트에 조깅, 대시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 있음에도 심플 메뉴는 근육 운동뿐이었다 = 게임조선 촬영

그래도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이 처음이라 막연히 힘들 거라는 생각에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매번 운동을 한 뒤 클리어까지 걸린 시간과 심박수의 변동을 체크하여 자신에게 알맞는 운동 강도를 쉽게 맞춰나갈 수 있다.

또한 다세대 주택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생길 층간 소음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열심히 두 발로 뛰어야 하는 러닝 파트를 스쿼트로 대체하는 '사일런트 모드'를 넣어놓거나 본격적인 운동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정 부위만 집중적으로 강화하거나 종합 운동을 할 수 있는 '심플', '세트' 메뉴를 제공하는 것을 보면 오로지 운동만이 목적인 사람들을 위한 배려 또한 충분히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뜀걸음보다 스쿼트 반복으로 이동하는 사일러트 모드가 진행은 배로 힘들다 = 게임조선 촬영


게임보다 건강이 목적이라면 종합 패키지 운동으로 심신을 건강하게 = 게임조선 촬영

 

■ 종합 평가

사실 지금까지 몸을 쓰는 기능성 게임들이 게임을 통해 얻는 '재미' 운동을 통해 얻는 '건강' 두 가지 요소 중 한 가지에만 충실하거나 둘 중 하나도 잡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Wii 시절 발매했던 위피트(Wii Fit) 시리즈는 운동 효과도 그저 그렇고 동기부여도 안되서 3일 하고 옷장 한구석에 방치되는 작품이었지만 닌텐도는 장장 10년에 걸쳐 기능성 게임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고 그렇게 가다듬은 끝에 드디어 링피트로 결실을 보았다.

게임과 운동, 그 모호한 경계에서 균형을 잘 잡은 링피트의 성공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너무 못 먹어서 문제였던 예전과 달리 너무 잘 먹고 안 움직여서 문제인 요즘 편하게 앉아서, 누워서 마리오도 하고 싶고 젤다도 하고 싶고 포켓몬, 대난투도 하고 싶은 게이머라면 일단 링피트부터 먼저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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