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수표

겜조뉴스

copyright 2009(c) GAMECHOSUN

게임조선 네트워크

주요 서비스 메뉴 펼치기

커뮤니티 펼치기

게임조선

[조선통신사] 인간을 뛰어넘는 비디오게임의 AI

작성일 : 2019.08.18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흔히들 게임을 할 때 육두문자를 쓰지 않는 선에서 가장 심한 모욕 중 하나는 'CPU, 컴퓨터, 봇보다 못하다'라는 발언입니다.

기계는 확실히 실수를 하지 않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행동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없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짜줘야 그를 따라 하는 수동적인 객체이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고 변수가 없어 어느 시점에 이르면 패턴화가 되어 파훼되기 마련입니다.


그나마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챙겨 인류 최후의 보루가 된 이세돌

그런데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했다고 하는 용어를 유행시킨 장본인(?) '알파고'는 무수히 많은 시간 동안 자기 스스로를 상대하며 실력을 갈고닦는 딥 러닝의 과정을 거쳐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바둑 기사로 꼽히는 판 후이, 이세돌, 커제를 74전 73승 1패로 모조리 꺾어비리며 화제가 됐죠.

이를 주목하여 게임 쪽에 접목시킨 인공지능 '알파스타'는 19년 1월 데모 버전 상태에서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임단인 팀 리퀴드의 TLO, MaNa 선수를 10승 1패로 무참하게 박살 내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었음을 증명했으며 지난 7월부터는 블리자드의 정식 래더 게임에서 활동하며 5700 MMR에 육박하는 괴수들이 널린 마스터 리그에서 놀고 있습니다.


알파스타로 알려진 계정 정보, 천상계를 마음껏 노닐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은 알파스타 이외에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서 노니는 기술적 특이점의 사례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이번 포스트의 주제는 바로 인간을 가지고 노는 비디오 게임의 인공지능 사례입니다.

■ 이그니스(KOF 2001)


하나같이 사기적인 성능으로 무장한 KOF의 보스들

대전격투게임의 보스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선택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씩 선택 가능한 형태로 두더라도 CPU가 조작할 때와 플레이어가 조작할 때 그 성능을 다르게 하여 일반 캐릭터와 확연히 구분되는 격차를 두는 편이죠.

그중에서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의 보스들은 대체로 떨어지는 인공지능에 반해 사기스러운 성능으로 가득한 기술 배치로 단점을 극복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상쇄도 반사도 안되는 장풍, 암만 높게 뛰어도 넘어갈 수 없는 대공기, 맞으면 체력이 순식간에 삭제되는 전체 판정 초필살기

일반 캐릭터보다 몸빵이 좋고 기본기 툭툭 치면 파워 게이지가 차오르거나 애초부터 무한대의 파워 게이지를 가지는 데다가 남들이 초필살기로 왕 장풍 쏠 때 그거를 가뿐히 뚫어버리는 사기스러운 판정의 일반 장풍을 보유하고 심지어 화면 전체를 뒤엎으면서 자신은 통으로 무적인 판정의 불합리함까지 모든 보스의 사기성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물론 제작사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단독 캐릭터 성능으로는 역대급이라 불리는 KOF 97의 보스 '오로치'가 싱거울 정도로 쉽게 공략당하다 보니 이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물어보자 '오로치편의 스토리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난이도를 낮게 설정했다'는 오피셜 발표가 있었죠.


수많은 플레이어를 성능과 실력으로 2번 능욕한 50대 영감탱이의 존안

이렇듯 SNK는 캐릭터를 조종하는 CPU의 성능을 기본적으로 낮게 설정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거나 일정한 패턴을 수행하도록 하여 밸런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씩 양심을 내다 버린 인공지능을 탑재한 보스가 나와 플레이어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그 대표 주자가 바로 네스츠편의 최종 보스 '이그니스'입니다.

개별 기본기와 필살기, 초필살기의 사기적인 성능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데다가 어지간한 플레이어도 쉽게 다루지 못하는 가드 캔슬로 카운터를 쳐서 콤보를 이어나가는 짓을 밥 먹듯이 하고 아무런 제약 없이 필살기를 필살기로 캔슬하는 후속작인 KOF 2002의 시스템 모드 콤보를 구사하는 막장 인공지능 덕분에 많은 플레이어들의 동전이 순식간에 털려나갔죠.

훗날 대점프 혹은 잔상 대점프를 이용해서 그나마 후 딜레이가 긴 대공기로 사용하도록 유도한 뒤 뒤를 잡는 공략법이 나오긴 했으나 미칠 듯이 압박을 넣는 CPU 때문에 이러한 찬스를 만드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뒤로 굴러 기회를 만들려고 하면 기본 잡기로 냉큼 잡아 상황을 리셋 시키거나 오히려 플레이어를 벽으로 몰아버리는 역효과가 나서 제작사인 SNK를 저주했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CPU 최고 레벨인 8단계마저 농락하는 고수도 무한콤보를 구사하는 이그니스 앞에서는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습니다

■ OpenAI Five(도타 2)


OpenAI의 학습 과정 단면도

도타2는 기본적으로 AI의 난이도가 매우 적절하고 짜임새 있게 설정되어 있어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하는 것만큼이나 연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그 봇의 행동 패턴이 정신없이 라인을 돌려가며 갉아먹거나 수시로 급습하는 운영에 제법 취약하고 라인전에서 상대를 무조건 때려잡기보다는 크립의 막타를 치거나 디나이를 하는 식의 견제가 대부분이라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벽을 보고 게임하는 것 같아 한계가 금방 찾아오게 되죠.

그런데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 단체 OpenAI에서 만든 인공지능이 이 패러다임을 바꿔놓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만든 초기형 커스텀 봇 OpenAI 1v1 Bot은 플레이어 또는 동형의 봇을 상대로 하는 반복 플레이로 게임을 배우는 딥 러닝을 통해 점차 강해지더니 디 인터내셔널 7 이벤트 무대에서 Dendi, SumaiL, Arteezy라는 정상급 프로게이머를 1대1로 모조리 격파해버린 것이죠.


일반적인 유저도 보이스 채팅 없이 매끄럽게 스킬을 연계하여 상대를 끊어먹긴 힘듭니다

이를 토대로 개발한 후기형 인공지능 OpenAI Five는 대인전뿐만 아니라 팀 단위의 운영을 학습하기 시작하는데요. 자체 훈련을 통해 무려 180년 분량의 게임을 학습한 결과 평균 경기 시간 45분 동안 벌어지는 8만 프레임의 상황을 4프레임 단위로 쪼개 2만 번씩 판단하고 안갯속에 가려진 지형에서 생길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서의 변수를 모조리 계산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모든 영웅의 공격, 스킬 모션 및 속도를 읽어 최적의 동작만을 수행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OpenAI Five는 2017년 인간과의 기념비적인 첫 매치에서 패배한 뒤 약 1년 만에 디 인터내셔널 8에서 우승을 거둔 월드 챔피언 OG를 2:0으로 무참히 박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 단계까지 오는 동안 OpenAI Five는 약 7000회의 게임에서 9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혹시라도 랭크 게임에서 이 인공지능을 혹시라도 만났던 분들에게는 순식간에 사라진 점수에 애도의 표현을 해야겠네요.


디 인비테이셔널 8에서 벌어진 세계 최강팀 OG와의 매치 영상

■ 포드 봇(카운터 스트라이크)


CPU(봇) 시스템과 함께 캠페인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카운터 스트라이크 초기 모델

명작 FPS 타이틀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퀘이크와 함께 일찍이 봇 시스템을 잘 활용하여 혼자서도 비교적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봇이 그저 적을 쏴 죽이는 것에서 그치는 원시적인 형태가 아니라 플레이어와 긴밀한 연계를 통해 미션을 수행할 수 있고 봇의 행동 패턴을 지정하여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죠.

물론 봇 기능이 제대로 탑재된 것은 확장팩 겸 후속작에 해당하는 컨디션 제로부터고 글로벌 오펜시브의  등장 이전까지 가장 많은 유저 수를 유치하고 있던 1.5 ~ 1.6 버전까지는 유저들이 만든 커스텀 봇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다양한 커스텀 봇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인지도가 높은 것은 스테판 핸드릭스(Stefan Hendricks)에 의해 만들어진 리얼 봇(Realbot)과 마커스 헤이든(Markus Heiden)이 만든 핑 오브 데스(Ping Of Death, POD) 통칭 포드봇, 팟봇이라고 불리는 물건입니다. 


포드봇이 지배하는 냉혹한 CS의 세계

리얼봇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인지하고 학습하는 알고리즘으로 2002년 당시 최고의 카운터 스트라이크봇으로 선정된 반면  포드봇은 초기에는 혹평을 듣는 온도차가 있었는데요.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포드봇은 플레이어를 포착하는 즉시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머리나 다리를 쏴버리고 조준과 발사에 걸리는 지연시간이 거의 없다시피하며 했으며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그 즉시 반응하는 사기적인 감지 능력 등 인간미가 거의 없다시피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무기에 따라 최적의 효율을 보이는 사거리를 재는 똑똑함에 어쩌다가 근접전 구도에 들어가면  빛의 속도로 근접무기로 스왑하여 플레이어를 썰어버리는 반응속도까지 어우러지니까 플레이어들은 스카이넷의 지배를 받는 저항군 세력처럼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하도 게임을 오래 하면서 유저들이 서서히 고이다 보니 포드 봇과 대등한 싸움이 가능한 단계가 되면서 극한까지 피지컬을 단련하려는 고인물들은 포드봇을 폐관 수련용 스파링 파트너로 쓰는 단계까지 도달했는데요. 어지간한 프로선수도 아직 포드봇을 상대로 6할 이상의 승률을 장담할 순 없다고 하니 그 위상은 아직까지 대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준점에 포드 봇을 넣은 순간 반응도 못하고 이미 죽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 위대한 제피르스(하스스톤)


돌파고님께서 함께 하신다

TCG의 일개 카드에 웬 인공지능 타령이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공용 하수인 카드 위대한 제피르스는 해당 확장팩이 발매된 지 하루 만에 '돌파고'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는 물건입니다.

이 녀석의 효과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덱이 구성하고 있는 카드 중에 중복이 없는 '하이랜더'일 경우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완벽한 카드'를 뽑아준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언급하는 완벽한 카드는 플레이어들의 게임 내 통계를 기반으로 정해지는데요. 플레이어의 손패와 체력, 마나, 덱 상황은 물론 필드 상황과 상대가 사용했던 카드와 현황까지도 고려하기 때문에 거의 사기에 가까운 카드가 아니냐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죽어가던 상대가 '군주 자락서스'를 사용하여 자신의 영웅을 교체하고 체력을 15까지 복구하며 반격의 실마리를 잡으려는 찰나에 돌파고를 사용하면 악마 종족을 무조건 죽여버리는 '희생의 서약'을 뽑아주면서 원턴킬을 내버리고 멀록 덱을 상대로는 소환 즉시 멀록 하수인을 골로 보내버리고 1코스트 3/4 스탯 카드가 되는 '굶주린 게'를 뽑아주는 등의 활약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돌갤 등 하스스톤 관련 커뮤니티에서 하루 만에 괴담이 되고 있는 돌파고 관련 썰을 보면 그 실전성이 황당하기 그지없을 정도

물론 제피르스가 생성해낼 수 있는 카드는 오리지널, 기본 카드로 한정되고 보이지 않는 정보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없는 데다가 하이랜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쓸 수 없다는 뚜렷한 약점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완벽한 카드'라는 것이 단 한 장만 뽑아서 쥐여주고 '나만 믿고 무조건 이거 써라'가 아니라 시의적절하게 쓸 수 있는 카드 3장을 제시하여 그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고 제작진에 따르면 학습을 통해 더욱 완벽에 가까운 카드를 뽑아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점에서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카드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시했던 내용과 달리 인공지능이 실력으로 플레이어를 압도한다기보다는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카운터를 쳐버린다는 점에서 성격이 좀 다르고 치사하게까지 느껴질 정도긴 하지만 말이죠.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기사의 저작권은 게임조선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무단으로 기사 내용 전제 및 다운로드 링크배포를 금지합니다.

신호현 기자의

SNS
공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