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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비교적 덜 알려져 있던 비디오 게임 관련 기담의 진실

작성일 : 2019.08.11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아이템이 매우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맵을 무대처럼 채워주고 있으며 샷건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1994년 발매한 <둠 2:헬 온 어스>의 네 번째 챕터는 타이틀명에 걸맞게 지구 위에 재현된 지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념비 격인 첫 번째 맵 너바나(Nirvana)의 도입부는 둠 시리즈 내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구성으로 유명하다. 워프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다른 공간으로 드나들 수 없는 문이 없는 완전한 밀실이고 마치 악마들이 콘서트라도 온 것처럼 무대 위에 있는 둠가이를 사방팔방에서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옥 스테이지의 그야말로 지옥 같은 난이도를 아주 적절하게 보여준 예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맵의 구성과 함께 시작 지점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샷건 한 정 때문에 서브컬처에 빠삭한  덕후들은 이를 두고 같은 해 샷건으로 자살하여 생을 마감한 인기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프런트맨이자 보컬인 커트 코베인과의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유명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물론 이드 소프트웨어의 제작진이 이에 대해 따로 언급하거나 인정하지는 않았기에 이는 확증에 가까운 기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러한 기담에 대해 뒤늦게나마 제작사 또는 관련인의 오피셜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고 있다.

이번 포스트의 주제는 바로 이런 비디오 게임 관련 기담의 진실에 관련한 내용이다.

■ 진실 1. 마리오는 요시에게 공격 명령을 내릴 때 머리를 때리지 않는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시리즈>는 패미콤 시절부터 나오고 있는 게임인지라 작품이 나왔을 당시 그래픽의 한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더러 등장하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요시에게 적 또는 오브젝트를 삼키는 혀 공격 명령을 내릴 때마다 머리를 가격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장면이다.

제작진이 의도한 모습과 플레이어들이 받아들이는 모습의 괴리감이 매우 크다

이는 본인의 생존을 위해 점프대로 요시를 버리는 일이 잦았던 마리오의 좋지 못한 인성 논란(?)에 부채질을 하는 소재로도 자주 쓰이고 있었는데 <슈퍼 마리오 월드>의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히노 시게후미가 인터뷰 자리에서 실제로 '처음에는 마리오가 요시의 머리를 때려 혀를 튀어나오게 하는 상황을 의도했다'라는 폭탄 발언으로 마무리 일격을 제대로 꽂게 된다.


요시 관련 인터뷰 내용이 실린 원문(topics.nintendo.co.jp/c/article/cb34ab17-9135-11e7-8cda-063b7ac45a6d.html)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하면 요시가 너무 불쌍하다 보니 미세하게 손가락을 그려 넣고 방향을 가리켜 공격 명령을 내리는 것을 최종안으로 결정 내렸지만 이 역시 확대하여 꼼꼼하게 살펴봐야만 내용일 뿐 그 작은 브라운관 TV로 16비트 그래픽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아주 미세한 변화였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유저는 히노 시게후미가 처음 의도한 대로 마리오가 펀치를 때려 요시를 제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뚜용'은 머리가 아니라 주먹으로 블록을 쳐서 내는 소리다

이와 비슷한 게 점프 박치기를 통해 블록을 활성화하거나 박살 내는 마리오에 대한 오해다. 실제로 눈을 제대로 부릅뜨고 본다면 제대로 주먹을 쥔 채 팔을 들어 블록을 가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진실 2. 마이클 잭슨은 소닉 더 헤지혹 3의 BGM 제작에 참여했다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인 스무드 크리미널, 빗 잇, 빌리 진 등이 흘러나오던 명작 게임 '문워커'

팝의 황제로 알려진 전설적인 가수 마이클 잭슨은 음악뿐만 아니라 게임 등의 대중문화에도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세가와 협업을 통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임 <마이클 잭슨의 문워커>를 프로듀싱한 이력이 있다.

90년대 초 <소닉 더 헤지혹 3>가 한창 개발 중일 때 마이클 잭슨은 북미의 세가 기술 연구소 개발자인 로저 헥터에게 연락하여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에 대한 존경을 표한 적이 있었는데 이 인연을 계기로 세가에 초청된 그는 소닉 더 헤지혹 3의 데모를 플레이할 수 있었고 그대로 게임에 쓰일 음악 제작을 권유받게 됐다.


소닉은 팝의 황제도 알아보는 갓-겜인 것이다

마이클 잭슨은 자신의 음악 감독이자 프로듀서였던 브래드 벅서(Brad Buxer)와 함께 각 스테이지 중간 보스전, 너클즈 등장 테마, 런치 베이스 스테이지, 엔딩 스태프 롤 음악을 작업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게임이 정식 발매됐을 당시 마이클 잭슨이 아동 성추행 누명을 쓴 여파로 인해 스태프 롤에서 이름이 빠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이클 잭슨이 게임 성능을 따라가는 음원의 한계에 실망을 표명하기도 했고 소닉 더 헤지혹 3가 그 자체로는 완결성을 가진 게임이 아니었던지라 결국 완전판에 해당하는 <소닉 3 앤 너클즈>에 가서는 런치 베이스를 제외하면 마이클 잭슨의 곡이 다른 곡으로 대체되고 만다. 


마이클 잭슨의 소닉 3 제작 참여를 알린 브래드 벅서의 인터뷰 원문

그래도 소닉 3 이후로 세가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인지 마이클 잭슨은 뮤지컬 리듬 게임인 <스페이스 채널 5>을 시연해보고 자신이 게임 속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강한 의사를 밝혀 1편에서는 우정 출연 명목으로 등장했으며 2편에서는 아예 극의 중심인물 '스페이스 마이클'로 활약했으며 마이클 잭슨 사후 세가와 브래드 벅서의 추모와 함께 이어진 공식 발표를 통해 소닉 3 제작 참여 사실이 알려질 수 있게 됐다.

■ 진실 3. 지구 밖에서 플레이된 최초의 비디오게임은 테트리스다


우주구 단위의 겜덕 알렉산드르 세레브로프

1993년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알렉산드르 A. 세레브로프(Aleksandr A. Serebrov)는 소유즈 TM-17 로켓을 타고 미르 우주 정거장으로 향했다. 그가 가져간 개인 물품 중에는 닌텐도의 게임 보이와 테트리스 게임팩이 있었고 그렇게 테트리스는 지구 밖에서 플레이된 최초의 비디오 게임이 됐다.

왜 하필 그가 가져간 게임이 테트리스였냐면 테트리스의 태생이 러시아인 데다가 게임보이 테트리스는 가장 높은 난이도인 9레벨을 돌파하면 우주왕복선이 날아오르는 축전을 보여주는 등 상징적인 면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이었기 때문이다.


코삭 댄스 말고도 엔딩 패턴이 있는 줄은 몰랐다

세레브로프가 우주정거장과 함께 196일 17시간에 걸쳐 지구를 3천 번 선회하는 동안 테트리스는 그의 유용한 즐길 거리가 되어줬다가 지구로 복귀하게 되는데 1994년 5월 20일 세레브로프는 사인회와 함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활동 중 하나인 게임 보이와 테트리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현하며 우주를 다녀온 게임보이와 테트리스를 경매에 위탁하게 된다.

이는 본햄즈에서 주최한 러시아 우주 역사 경매의 물품으로 올라왔으며 결국 2011년  1,220달러에 낙찰되면서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름값에 비해 그다지 비싼 값어치를 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해당 게임보이와 카트리지에는 퇴역한 미르 우주정거장과 세레브로프의 인장이 찍혀 있다 보니 그 가치는 나중에라도 재평가될 여지가 많다. 


본햄즈 경매(www.bonhams.com/auctions/19144)에 실린 우주 다녀온 게임보이와 테트리스의 사진

■ 진실 4. 엘더스크롤2:대거폴은 맵 볼륨이 가장 큰 비디오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실린 적 있다


저 넓은 탐리엘 대륙에서 대거폴의 배경은 북서쪽 극히 일부 지역에 지나지 않는다

<엘더스크롤2:대거폴>은 넌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탐리엘 대륙을 대충 훑어보는 느낌이었던 전작과 달리 북서쪽에 위치한 하이락과 해머펠의 극히 일부 지방을 샅샅이 뒤지는 게임이 됐다. 

엘더스크롤:아레나가 처음 플레이해본 사람들에겐 엄청나게 방대한 맵 크기로 충격을 줬던 만큼 대거폴에 대해서 스케일만 따지면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지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품은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전작의 몇 배 이상의 크기를 자랑했다.

물론 무작위 맵 생성 시스템과 엄청난 우려먹기가 맞물려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거기서 거기 같은 느낌을 줬기 때문에 내실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러한 평가는 후속작을 출시할 때 스케일을 줄인 대신 디테일을 살리는 방향성을 잡는 계기가 됐다.


2017년 발간한 기네스북의 게임 파트에서도 여전히 대거폴의 기록을 명시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거폴을 폄하할 수 없는 것이 십여 년이 지나 마인 크래프트, 이브 온라인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경쟁작이 생기기 전까지 가장 넓은 비디오 게임 맵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기록은 62,394 평방 마일로 이는 약 161,600 제곱킬로미터 면적이며 이는 영국의 2배에 해당한다. 탈 것 없이 걸어서는 맵 끝에서 맵 끝까지 현실시간으로 2주일이 걸릴 정도라고 하니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다.

■ 진실 5. 팩맨은 피자 먹다가 만들어진 게 아니고 아이스하키의 '퍽'에서 유래했다


팩맨 개발의 계기를 소개하는 한 장의 사진, 확실히 한 조각 떼어낸 피자 한 판에서 팩맨의 모습이 떠오르기에 매우 그럴듯하다

팩맨을 창조한 남코의 개발자 이와타니 토오루가 식사를 하던 도중 한 조각을 떼어낸 피자 한 판의 모양에서 게임의 아이디어와 캐릭터를 구상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와서는 꽤 식상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사실 대중에게나 그렇게 알려진 것이고 실제로는 아이스하키에서 공 대신 쓰는 구형 원반인 퍽(Puck)에서 따왔다는 것이 훗날 남코 측에서 밝힌 진짜 유래다.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팩맨의 원제는 パックマン(파쿠만)인데 이를 외수판으로 내려고 보니 퍽의 발음이 영미권 육두문자의 대명사인 모 단어와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 문제였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일본어로 영어를 음차표기하는 과정에서 PuckMan과 발음이 같은 Pac-Man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냈고 이를 일본판에도 역으로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이번엔 또 완구, 보드게임 제조회사인 토미(現 타카라토미)와 분쟁을 하게 됐다.

토미에서 발매한 팩맨 관련 완구 상품,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팩맨과 디자인만 비슷하지 게임 방식은 차이가 큰 편

공교롭게도 1974년 발매한 팩맨 뱅크를 시작으로 토미에서 발매한 팩맨 관련 장난감들은 노란색 원반 모양을 하고 있었고 당연히 한참 늦은 1982년 발매작인 팩맨 게임은 유사성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앞서 소개한 피자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였다는 일화 덕분에 남코는 팩맨 관련 소송에서 승리하는 반전이 일어난다.

토미에게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이 있다면 남코는 승소하고도 토미에게 역으로 갑질을 시전하지 않고 팩맨 게임기의 판권을 공유하는 식으로 합의를 봤다는 것이다. 덕분에 합의가 된 이후 출시된 토미의 팩맨 관련 완구 상품은 실제 팩맨 비디오 게임의 형식을 따라가게 된다.


남코와의 소송 이후 토미에서 출시한 새로운 팩맨 완구들, 이거는 확실히 우리가 아는 팩맨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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