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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편한리뷰] 엘룬, 캐릭터 수집형 RPG 시빌워에 참전한 맨몸뚱이 닉 퓨리

작성일 : 2019.07.18

 

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이 게임은 괜찮은 캐릭터 수집형 RPG다. 그런데 올해 애니메이션 RPG, 비주얼 RPG 란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유독 연출과 비주얼에 힘을 빡 준 캐릭터 수집형 RPG 가 많이 나왔다. 최근에도 사행성 게임, 양산형 게임 몇 개 빼면 일곱 개의 대죄와 랑그릿사까지 최근 상위권을 위협했거나 점령한 게임들은 전부 캐릭터 수집에 기반을 두고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RPG 라고 봐도 좋겠다. 물론 랑그릿사를 단순하게 수집형 RPG 에 묶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이 게임은 사실 해외에 먼저 선을 보였다. 올해 초 대만, 홍콩, 마카오에 이어 17일 국내 정식 출시를 한 것. 게임이 딱 그만큼의 묵은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겠다. 그래도 이미 앞서 수개월의 서비스 경험치는 무시 못하나 보다. 오픈 전 이미 대만 서버에서부터 대체불가의 힐러 캐릭터로 인기가 높은 영웅 프레이야를 오픈 첫주 선별 뽑기에서 뒤로 미뤘다가 당일 심야에 바로 철회하는 빠른 피드백을 보였다. (덕분에 프레이야 선별로 뽑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탈리온에 이은 이 구작 같은 신작은 '게임빌'의 야심찬 자체 개발 작 '엘룬'. 공식 카페부터 메인 PD 얼굴을 내걸고 소통 강화에 나섰다. 여느 게임이나 해외 버전이 있는 경우 항상 치명적으로 작용해온 헬적화 이슈를 피하기 위해 아예 한국 출시 버전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하더라. 해외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완성된 버전을 서비스하겠다는 의지 표명. 다행히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 수준은 높아 보였다.

 

왜 아니겠냐- 싶은 오프닝. 초반에 삐까번쩍한 영웅들과 최종 흑막이 겨루어 파국이 일어나는 도입부도 그대로다. 다행히 언제 써먹을지도 모르는 영웅들 조작하며 의미도 없는 전투 튜토리얼 질질 끌지 않아서 좋다. 그냥 왜 엘룬들이 차원 넘나들게 되었는지 스토리 알려주는 정도니까 참고 볼만할 것.


만년 동안 응어리진 증오를 품고 있는 '그분'과 닮은 사도 루치펠 = 게임조선 촬영

타락한 사도 루치펠이 퍼뜨린 다크 스톤을 되찾아 전 차원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엘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차원 히어로즈라는 부제에 맞게 이 세계는 차원이라는 개념이 있고 이런 여러 차원에 걸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들을 엘룬이라고 부르고 있다. 각 차원은, 어느 곳은 판타지 배경, 어느 곳은 동양적인 배경을 그리고 있다. 또한, 각 차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다른 차원에서 왔다고 하면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 듣는 것으로 봐서 각 차원은 독립된 우주 개념으로 봐야 할 듯.

솔직히 그냥 다 어디선가 한번 봤음직한 캐릭터들이라 특별하게 캐릭터가 매력적이란 느낌을 받진 못했다. 거기다 다른 차원을 계속 하나씩 넘어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 어쩐지 매 스테이지 비슷한 오해와 사건, 그리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도 매번 반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스토리가 빈약하기보다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등장인물들이야 자기가 아는 만큼만 아니까 현재 상황이 긴박하거나 답답하거나 재미있거나 하겠지만 모든 것을 알고 보고 있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뻔한 길 돌아가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 오히려 대사 텍스트는 과할 정도.


보통의 주인공들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의 캐릭터, 메디나 = 게임조선 촬영

주인공 일행 중 '메디나' 캐릭터가 토끼 귀의 귀여운 수인족 외형에도 '독설가'이자 '전략가'로 등장, 속세에 찌든 감초 역할을 맡아 하드캐리 하는 모습이 그나마 아쉬울 수 있었던 스토리 몰입도와 캐릭터성을 살려준다. 일단 메디나와 친구든, 앙숙이든, 적이든 엮여야 상대 캐릭터들도 살아남. 반대로 말하면 그밖에는 롤이 너무 약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원마다 들르며 '얘들아 너네 차원의 문제를 해결해주러 왔어.'로 시작해서 아무도 믿지 않고 오해 풀고, 사건 해결해주고 빠이빠이 하는 형태로 한참을 반복 진행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이야 차원에 따라 세계가 달라지는 것이 신기할 수도 있겠지만 플레이어들은 이미 유비, 관우, 장비에 오딘, 제우스, 아서왕에 하다못해 이순신, 에디슨도 함께 나오는 게임을 숱하게 즐겨왔기 때문에 별로 재미있는 전개는 아니다.

다른 어떤 신화에도 영향받지 않은 오리지널 세계관의 차원에서 등장하는 오리지널 캐릭터, '캐서린'이 유독 성능과 별개로 인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으로. 그래도 캐릭터별 사이드 스토리를 제공하거나 친밀도 시스템, 살펴보기, 체험하기 기능 등 깊이 있게 끌고 가고자 한 면이 보인다.


캐서린의 궁극기 '농염한 유혹' 연출 = 게임조선 촬영

이 게임은 3D로 표현된 캐릭터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전투 중에 조잘조잘 주문 외듯이 기술명을 외치는 성우 지원도, 스킬 효과도 좋고, 없으면 서러울 필살기 연출 컷씬도 화려하게 잘 구성됐다. 사실 서로 마주 보고 서서 한대씩 툭툭 주고받는 뻔한 턴제 전투에 다양한 카메라 시점을 활용하여 의외의 변화를 준 것도 특징. 마주 보고 선 거대 보스와의 전투도 그런 맥락으로 연출됐다.

기자는 이전까지 즐기던 게임에 영향을 받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자꾸 공격 타깃 먼저 설정하려다 기본 공격 써버리는 바람에 턴을 자꾸 날리더라. 이미 기본 공격 사용이 디폴트로 잡혀 있기 때문에 벌어진 낭패. 자신의 턴에 할 행동을 먼저 선택하고 타깃을 설정하는 방식인데 아군 캐릭터를 모두 설정해주고 턴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하나하나가 그때그때 행동을 하는 방식이라 별도의 확인 과정을 거치는 부분이 없다. 적 누르면 바로 나간다. 익숙해지려면 적어도 하루는 고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탱, 딜, 힐 포지션이 정해져 있고, 캐릭터 성능도 성능이고, 스킬 조합이 중요해 전략적인 면을 생각해야 하는 그런 구도. 전체적으로 전투가 그렇게 색다를 것은 없겠으나 평균 이하로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캐릭터가 스킬을 사용할 때 스킬 명만 자막으로 표시되는데 연출에 크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스킬 효과도 간단하게 같이 명시해주면 더 직관적이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


콘텐츠별, 전투 상황에 따라 대치 구도가 변화 한다 = 게임조선 촬영

수집형 게임의 기본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3D로 표현된 캐릭터의 적극적인 사용을 꼽을 수 있겠다.

엘룬의 캐릭터들은 일종의 인터미션 격인 대화 씬에서 대사의 내용이나 상황의 흐름에 따라 연극하듯 같이 살아 움직인다. 도망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캐릭터들이 해당 장면에서 실제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고, 애틋한 장면에서는 서로 포옹하기도 한다. 표정 몇 개 추가한 일러스트만 출력되거나 기껏해야 흔들흔들하고, 입만 달싹이는 표현과는 확실히 다르다.


대화 중 배가 공격 당하자 인터미션의 캐릭터들도 실감나게 표현된다 = 게임조선 촬영


재회 씬에서는 서로 포옹을 하기도 = 게임조선 촬영

보통 전투 씬을 제외하고는 캐릭터 활용도가 떨어지는 여느 게임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요소인 셈이다. 다만, 2D 미소녀 일러스트가 없는 탓에 흔히 이차원 미소녀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는 약할 수 있겠다. 애초에 지향점이 다르다.

 

초창기 수집형 RPG의 시스템을 많이 차용하고 있다. 세븐나이츠식으로 진영별로(여기선 차원) 대표급 인물들이 강캐를 담당하고 있다. 같은 성급의 캐릭터를 합성하여 상위 등급의 캐릭터를 랜덤하게 얻는다든지, 공격형, 방어형 파티 대형이 있어서 대형 강화도 할 수 있다든지 하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예스러운 시스템이 여전. 그래도 COST 는 없다. 게임 시스템 부분만큼은 감성 포인트를 조금 더 옛날에 맞춰야 할 것.

여러 재화를 얻을 수 있는 부가 콘텐츠들이 존재하는데 처음 보는 것들은 아니다. 형태만 보면 MMORPG에서 더 많이 보던 것들을 차용해왔다.

과금 모델로 소환이 주력이다. 이 때문에 확정권을 비롯해 프리미엄 소환, 선별 소환 등 소환 시스템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 '어디 한번 뽑아봐라. 우헤헤~' 이런 식은 아니고 '이 정도면 뽑을 만하시겠죠?' 이런 느낌? (무슨 소리야;;) 추후 길드전도 추가한다고.


일단 뽑아보고 구매할지 결정할 수 있는 선별 소환 = 게임조선 촬영

할 땐 하고 안되면 안 된다고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운영 포부를 밝혔다. 그래, 해외서 잘 됐다고 모 게임처럼 솔직하게 매출 15% 발언 같은 것만 하지 않으면 운영 면에서 특별히 점수 잃을 게 있나요.

 

끝맺음에 앞서 한 가지를 언급하고 시작해야겠다. 다른 것보다 게임빌에 엘룬 전담 팀이 있다면 카페 내 글로벌 서버 유저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먼저 즐기던 유저들이 카페에 상주하며 신규 유저 케어에 적극적이더라. 국내 서버를 신경 쓰고 있다는 분위기 주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직원들이었다면 상 주고.

버그인지 기획의도인지 레드닷 표시가 안 떠서 반나절 지나서야 메뉴 버튼 누르고 업적 보상받았음. 하이브 계정 연동 보상받으려고 연동하다가 알게 됐다. 국내 기준 14세 이상 이용 가능이더라. 어쩐지 방어력 높은 복장 캐릭터가 많더라니. 일일 공지 빼고는 '안 사요~ 안 사~' 할 만한 패키지 팝업도 없어서 마음 편~안.

그래픽적인 부분만 봐도 워낙 화려하고 몰입감 팍팍 채운 작품들이 많았던 터라 엘룬의 첫 인상, 투박함에 솔직히 초반에 조금 지루하다 싶어 좋지 않은 기분으로 플레이했었는데도 어쨌든 모바일 캐릭터 수집형 RPG 중 완성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고루하다'는 표현은 '정통'이란 표현으로 둔갑할 수 있을 만한 수준.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캐릭터 수집형 RPG 군웅할거 시대. 원소, 조조, 손견 뜨는 마당에 유비도 답이 없건만 유표, 한복으로는 형주목에 만족해야 하는 것처럼. 원래 트와이스, 블랙핑크, 청하 활동 중에 구구단 앨범 낸다고 비유하려고 했더니 아이돌은 건드리지 말라고 해서 삼국지로 함. 생각해보니 그래도 유표는 손견 잡았네.

 

Point.

1. 요즘 게임 총괄 PD 아무나 못함. 방송 쪽에도 소양 있어야 함.
2. 귀요미 메디나 덕분에 대사 본다.
3. 게임빌 MMO 탈리온도 로한M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는데 대진운이 좋지 않다
4. 이런 취향 3D 캐릭터 모델링 좋아한다면 괜찮은 수집형 RPG 가 될 수 있다.
5. 자사 '별이되어라'에 많은 부분 영향 받은 듯
6. 내가 개발자라면 이 정도로 준비했는데도 결과가 '졌잘싸'라면 허탈할 듯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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