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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개발자의 애환 담긴 게임 속 이스터 에그 특집

작성일 : 2019.05.25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예나 지금이나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시나리오 라이터 비주얼을 담당하는 디자이너와 원화가 사운드를 채우는 작곡가 등 많은 사람들이 이 고난의 행군을 함께하지만 개발자들은 유독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 월화수목금금금(...) 근무를 한다는 애달픈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있다.


오죽하면 노상강도조차도 개발자는 털지 않는다는 풍문이 있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극한에 달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인지 몇몇 개발자들은 게임이 출시되기 이전에 이런저런 요소를 숨기는 장난을 치곤한다.

이러한 것들을 일컫는 단어가 바로 이스터 에그인데 공포 게임 <화이트데이>에서 악명이 높은 '머리 귀신'처럼 일부 이스터 에그는 아예 게임의 정규 콘텐츠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다른 개발자도 모르고 지나가거나 알더라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며 단순한 장난질로 치부하는 정도로 끝나게 된다.

아캄버스로 알려진 배트맨 게임 시리즈는 이스터 에그를 삽입하고 출시 전에 이를 검토하는 것을 개발자의 재량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게임 내 히든 요소로 잘 활용하여 유명세를 탔는데 반대로 게임 내용과는 1도 상관없는 이스터 에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게임 외적으로 큰 이슈몰이를 하는 사례들도 있다.

 

슈퍼 메트로이드


Super Metroid "Keiko Love" Easter Egg

1994년작 슈퍼 메트로이드는 슈퍼 패미컴에 둥지를 새로 튼 메트로이드의 세 번째 작품으로 메트로바니아라는 새로운 게임 장르를 개척하며 지금까지도 시리즈 최고의 걸작을 뽑으라고 하면 높은 확률로 튀어나오는 게임이다.

개발자들이 패미컴, 게임보이보다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더욱 멋진 메트로이드를 보여주겠다는 열망 하나만으로 뭉쳐 무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발을 한 덕분에 훌륭한 완성도와 엄청난 볼륨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이들이 오롯이 일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었는지 아주 교묘하게 들어간 이스터 에그가 게임 출시 후 무려 13년이나 지나서야 발각된다.

범인은 바로 개발팀의 일원이었던 후지이 야스히코였다. 게임 개발 당시 애인이었던 케이코를 자주 만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그는 마리디아 지역의 보스인 드레이곤을 조우하기 전에 만나는 졸개들이 일정한 궤적을 그리며 비행할 때 케이코 사랑해(Keiko Love)라는 글귀를 그리도록 설계한 것이다.

심지어 이 이스터 에그를 동료 개발자는 물론이거니와 십 년 넘게 게임을 플레이한 골수 팬들조차 알아채지 못해서 당사자가 직접 그런 이스터 에그를 넣었다고 말했다는 게 더욱 황당할 따름이다.

 

■ 둠 2


DOOM 2: John Romero Easter Egg

10점 만점에 12점인 진짜 사나이들만이 악마를 찢고 죽이는 그 게임, 둠 2의 최종 보스인 '죄악의 상징(Icon of Sin)'은 사실 최종 보스 치고는 하수인을 처리하고 정확하게 피해를 입히는 공략법이 다소 번거로울 뿐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적이다.

오히려 이런 싱거운 최종 보스에게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던 일부 유저들이 벽을 뚫고 나가 죄악의 상징 뒷면에 해당하는 벽에 도달했는데 그곳에 둠 시리즈의 개발자인 존 로메로의 머리가 잘린 채로 피를 흘리며 매달려 있었다는 이스터 에그는 이제 와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린 내용이다.

실제로 게임을 발매하기 전 검토 과정에서 존 로메로 본인이 이를 발견했으며 직원들과 합의하여 이를 실제 게임 내 요소로 넣었다는 일화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예전에는 이드소프트웨어의 장난기 심한 개발자들과 대인배 존 로메로의 합작으로 완성된 유쾌한 이스터 에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존 로메로에 대해 회사에서 자기가 만든 게임만 하면서 태업을 하다가 해고당하고 새로 차린 회사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둠의 후광에 기대는 행보를 보이면서 점점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자 이 이스터에그도 존 로메로에 대한 이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진심 어린 분노의 표출이 아니었냐는 다른 해석이 나오게 됐다.

 

■ 소닉 CD


"Fun is Infinite with Sega Enterprises!" (Sonic CD Easter Egg) (Europe/Japan)


"Fun is Infinite with Sega Enterprises!" (Sonic CD Easter Egg) (North America)

이스터 에그를 넘어서 괴담(크리피 파스타)의 영역에 들어설뻔한 사례로는 보통 소닉 CD의 히든 메시지를 꼽을 수 있다.

소닉 CD에서 타임 어택 스페셜 스테이지를 일정 시간 내에 모두 주파하면 사운드 테스트 모드에서 게임 내에 사용된 모든 종류의 효과음과 음악을 감상해볼 수 있는데 여기서 3가지 항목에 특정 숫자를 기입하면 디버그 모드 또는 제작진이 이스터 에그로 숨겨둔 일러스트나 메시지를 볼 수 있다.

그중에서 FM 46, PCM 12, DA 25를 기입하면 나오는 히든 메시지가 아주 유명하다. 기괴하게 뒤틀린 소닉과 함께 적힌 메시지는 즐거움이 무한대, 세가 엔터프라이즈, 마인(たのしさ∞, セガ・エンタープライゼス, まぢん)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소닉의 모습이 좀 뒤틀려 있긴 하지만 언뜻 보면 그냥 수염 난 아저씨가 소닉의 탈 내지는 가면을 쓴 모습으로 볼 수도 있고 숨겨진 이스터 에그 메시지의 의미만 따져본다면 게임 개발자로서는 매우 바람직하고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나 문제는 바로 함께 깔리는 배경음악이었다.

그나마 일본/유럽판에서는 에그맨의 약간 기분 나쁜 웃음소리 들리는 것 빼고는 그럭저럭 흥겨운 비트의 힙합 음악이 깔려 있어 그렇게까지 험악한 분위기는 아닌데 북미판에서는 그 기분 나쁜 웃음소리에 불길하고 으스스하기 짝이 없는 BGM이 겹쳐진 것이 문제였다. 본래 해당 음악들은 각 버전별 보스전 음악인데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이 이스터 에그를 넣은 개발자인 니시무라 마사토(真人)는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음독과 훈독을 병행하여 읽는 방식으로 마진(사악한 사람, 사악한 신으로 읽힐 수 있음)이라 표기했기 때문에 그 기괴함에 박차를 가한 셈이 됐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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