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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드게임으로 장애인 편견 깨고파"고정욱 작가, 젬블로와 협업 도전

작성일 : 2019.05.20

 


227%를 달성한 젬블로의 '가방들어주는아이' 펀딩 = 와디즈 페이지 갈무리
 
최근 젬블로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중 하나인 와디즈를 통해 독서 보드게임 '가방들어주는아이'를 펀딩 했다. 펀딩은 200%를 초과하며 무난하게 성공했다.
 
사실 최근 해외의 유명 보드게임을 들여오는 하나의 창구로 발전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1,000%를 넘는 보드게임 펀딩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27%라는 수치는 국내 유명 보드게임 개발사인 '젬블로'의 입장에서 봤을 때 높지 않은 수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방들어주는아이 보드게임의 펀딩이 가지는 가치는 좀 더 크다. 이는 단순 국내 개발사가 개발한 게임이어서가 아니다.
 
연극이나 뮤지컬 등 새로운 분야로 계속해서 도전해온 고정욱 작가는 오준원 젬블로 대표와 의기투합하여 본인의 대표작 '가방들어주는아이'를 독서 보드게임으로 재탄생시켰다.
 

고정욱 작가(좌측)와 오준원 젬블로 대표(우측) = 게임조선 촬영
 
소설은 필연적으로 스토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이러한 스토리텔링 기반의 미디어는 비슷한 맥락의 미디어인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펀딩은 연극이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영역으로의 도전이었다. 주제 역시 남달랐다. 평생을 소아마비로 살아오며 장애인의 차별과 편견을 견뎌낸 고정욱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원작 때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젬블로와 가방들어주는아이의 컬래버레이션은 교육용 보드게임, 소통 중심의 보드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제시했다. 게임조선에서는 고정욱 작가와 오준원 대표를 만나 가방들어주는아이의 펀딩 소회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Q. 두 분이 함께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오준원 대표(이하 오 대표): 사실 이전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늘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SNS도 꾸준히 하고, 강의를 다니기도 하죠. 나름대로 스스로가 과감한 편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작가님은 더욱 과감하시더라고요. 제가 학교 선생님들과도 네트워크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는데, 박점희 선생님 페이스북으로 건너 건너 떠서 그걸 보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젬블로에서는 다양한 교육용 보드게임을 많이 내왔는데, 책과 보드게임을 연계하는 것도 계속 생각 중이었거든요. 그런 와중에 먼저 연락을 주셔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인적 네트워킹을 중요시한다는 오준원 대표 = 게임조선 촬영
 
고정욱 작가(이하 고 작가): 사실 이전에도 제 소설을 기반으로 한 보드게임을 만들었었어요.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였죠. 이때 같이 하셨던 분이 바로 박점희 선생님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안부를 전했었는데 어느 날 보니 목록에 오 대표가 떠서 냉큼 연락했어요.
 
오 대표: 이전부터 독서와 보드게임을 융합해보고 싶기는 했는데, 저는 어찌 되었든 사업을 하는 입장이라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이게 과연 투자 대비 회수가 될까? 어려울 거 같은데?'라는 걱정이 있었죠. 그래서 바로 응하기보다는 '이런 교육적 융복합 사업이라면 어딘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고 더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마치 도전하라는 양 이와 관련해서 국가사업이 떴습니다.
 
고 작가: 독서와 보드게임의 융합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딱 융복합 콘텐츠라는 것이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덕분에 가장 많이 지원을 받는 쪽으로 결정됐습니다. 재미난 점은  막 만나서 함께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 대학 동문이었죠.
 
Q. 고정욱 작가님은 보드게임 제작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고 작가: 사실 저는 콘텐츠 사업을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야기하려는 주제로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하거나,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연극을 하거나, 게임을 만드는 것 모두가 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 즉 원소스멀티유즈인 거죠. 어떤 형태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내용을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저는 1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장애인이 됐습니다. 그 때문에 평생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싸워왔어요.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장애인의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활동했고 처음 선택한 것이 바로 동화였어요. 다작을 해오면서 어느 정도 성과도 냈지요.
 
그런데 사회가 변화하면서 아이들은 줄어들고, 그 와중에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 등이 대중화되면서 책 읽기 어려운 환경이 돼가고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제가 알리고 싶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게임을 통해 독서를 하게 만들자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요즘 아이들은 게임을 정말 좋아하잖아요?
 

가방들어주는아이 패키지를 살펴보는 고정욱 작가 = 게임조선 촬영
 
Q. 가방들어주는아이 게임은 어떤 콘셉트로 제작하게 된 건가요?
 
오 대표: 기존에 동화나 소설과 연계된 보드게임이 나온 적이 있긴 해요. 나름대로 재미있고, 인기도 있었죠.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보드게임은 현실을 담고 있는 축소판이라고 생각해요. 테마가 들어있고, 사람들의 행동이 추상화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단지 책의 테마 혹은 캐릭터만을 빌려오고 안에 돌아가는 내용은 전혀 상관없는 방식이 많았죠.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책의 내용을 담아 게임 내에서 스토리가 전개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게 하는게 목표였어요. 물론 스토리를 완전히 쫓아가지는 않아요. 책을 읽다가도 앞으로 다시 돌아와서 찾아볼 수도 있고 뒤로도 갈 수 있듯이 독서라고 막연히 순서대로 가는 게 아니라 고정관념을 깨고 미션을 등록하며 순서 상관없이 스토리를 볼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펀딩에 성공한 가방들어주는아이 = 게임조선 촬영
 
고 작가: 문학에서는 인형조종술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작가가 캐릭터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의미죠. 주사위나 윷놀이처럼 지나친 운 요소보다는 게이머들이 동화 작가의 역할을 맡아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했죠. 순간의 판단을 통해서 게임 환경이 변화하는 창의적인 게임, 문학적으로 잘 살린 게임이 되도록 노력했어요.
 
특히, 가방들어주는아이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저에게는 대표적인, 그러면서도 자서전 격인 소설인데, 이게 게임으로 나와 더욱 좋습니다. 이름있는 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싶어요.
 
Q. 제작 과정은 어떠했나요?
 
오 대표: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부담됐어요. 일단 제가 집중적으로 여쭤보고 싶었던 것은 원작과 차별성이었어요. 게임의 룰, 시스템적인 부분은 제가 자신 있게 할 수 있지만, 원작은 훼손되면 안 될 것 같고, 작가님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해 조심스레 여쭤봤어요.
 
그런데 의외로 원작의 변형에 대해 굉장히 열린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보드게임으로 재창조 되는 세계이니 아무래도 괜찮다고요. 창작의 자율성을 높게 살려주셨어요.
 

인물을 원하는 위치로 보내 사건을 확인하는 것이 게임의 기본 = 게임조선 촬영
 
고 작가: 이태까지 원소스멀티유즈를 많이 해왔어요. 연극도 10편 정도 되고, 만화도 있고. 하면서 느낀 점은 장르적인 특성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연극은 연극대로, 만화는 만화대로, 보드게임은 보드게임대로 특성이 있죠. 이러한 특성은 그 방면에서 전문가가 더 잘 알 테니 자유롭게 마음껏 주무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부분에서 제약이 있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카드에는 가방들어주는아이 이야기가 담겨있다. = 게임조선 촬영
 
오 대표: 그런데 오히려 쉽게 허락을 해주시니까 원작을 더 훼손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원작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창작을 하는 분들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적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예술 마인드가 좀 부족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작가님은 두루두루 마인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Q. 독서 보드게임은 계속 염두에 두시나요?
 
고 작가: 일단은 열 개 정도 목표로 생각하고 있어요. 일 년에 강연을 300번 정도 하는데 그때마다 이 게임을 선물로 줄 생각입니다. 또, 주변에 알고 있는 학교 선생님들이 많다 보니 장애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퍼뜨리려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예전에는 작가라는 직업이 신비주의가 있었다면, 이제는 SNS 같은 것으로 쌍방 소통을 해야 하는 시대에요. 앞으로도 꾸준히 소통하면서 장애인의 이야기를 더 많은 방식으로 알리고 싶어요.
 

패키지에 사인 작업을 진행중인 고정욱 작가 = 게임조선 촬영
 
오 대표: 이 작품을 계기로 무작정 많이 내는 것보다 하나의 작품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어느 게임 하나가 자리를 잡으면 그 게임이 하나의 플랫폼이 된다고 생각해요.
 
2010년에 라온을 첫 출시한 후 처음에는 1년에 500개도 안 팔렸어요. 하나의 완성된 문자, 통문자를 가지고 퍼즐을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자음과 모음을 분해한다는 개념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라온을 놓지 않고 꾸준히 민 결과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3천 개, 4천 개가 팔려 스테디셀러가 됐어요. 라온을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3만 개도 팔리는 효자 상품이죠.
 
그 결과 라온은 하나의 플랫폼이 돼서, 라온 주사위, 라온 더하기 등 자매품이 나왔어요. 가방들어주는아이가 라온처럼 하나의 플랫폼이 되도록 1년이건 2년이건 집중하고, 작가님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예정입니다.
 

라온은 젬블로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가 됐다. = 게임조선 촬영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 작가: 저는 책을 쓸 때 3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재미와 감동, 교훈이죠. 그중 가장 중요한 게 재미고 감동, 교훈 순이라고 생각해요. 책이든 보드게임이든 재미없는 작품은 실패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 보드게임 제작을 하면서도 재미를 우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감동과 교훈은 그 이후인 셈이죠.
 
그리고 모바일 게임 등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보드게임은 어쨌든 서로 간에 이야기를 하면서 하는 것이다 보니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재밌었거든요.
 
오 대표: 2002년에 멋도 모르고 보드게임을 만든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연수로 따지면 18년째입니다. 한때는 보드게임이라는 용어도 생소했지만, 이제는 용어 정도는 모두 아는 정도까지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과열까지 되는 양상인데, 사실 보드게임 시장의 제품 대부분이 해외 작품이라 생각해요.
 
해외 작가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녹여 만들다 보니 그 나라의 생각이나 사상, 문화, 배경 등을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국내의 보드게임도 다양한 분야에서 하나의 채널로 확장돼서 우리의 생각과 문화를 잘 담는 콘텐츠가 되었으면 합니다. 짧은 보드게임 플레이 타임 안에서 재미는 물론 문화와 생각까지 알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해요.
 
끝으로 가방들어주는아이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가방들어주는아이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는 고정욱 작가와 오준원 대표 = 게임조선 촬영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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