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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한국에서 용납되지 않는 비디오 게임 기담

작성일 : 2019.05.18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종류의 비디오 게임은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과 같은 창작물의 한 갈래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즐기기에 적합한 권장 소비자의 연령을 분류하고 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싹 같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제대로 된 인지능력을 기르지 못한 상태에서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게임의 내용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다가 크나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디오 게임을 유통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독자적인 기준으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나라별 심의의 기준은 제각각이지만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게 보통이고 한국도 그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해골과 뼈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할 수 없어 모든 종류의 언데드에 살을 입힌 중국판 WOW

오히려 해골, 시체 등 죽은 자에 대한 묘사에 유독 강한 규제가 들어가는 중국이나 종교적인 상징과 단어에 민감한 영미권과 비교해보면 사행성 요소만 뺀다면 한국의 심의는 생각보다 타이트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의 심의 과정에서도 절대 발매를 허락할 수 없다고 거부당한 몇몇 작품들이 존재하긴 한다.


한국에서 심의가 거부된 게임들의 목록

■ 모탈 컴뱃



네더렐름 스튜디오(미드웨이)의 대표작인 <모탈 컴뱃>은 대전 격투 게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잔혹하다고 평가받는 게임 시리즈 중 하나다. 

이전에도 폭력성이나 잔혹도를 가진 게임은 더러 있었고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채로 수입되어 정식 발매되는 경우가 드문드문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게임도 '페이탈리티'로 대표되는 모탈 컴뱃의 아성을  넘을 순 없었다.

그 때문인지 게임물관리위원회 발족 이후 나온 모탈 컴뱃 시리즈는 모두 짤없이 심의 거부를 당했다. 심지어 모탈 컴뱃 X는 확장팩이자 컴플리트 에디션에 해당하는 XL 버전 발매 2년 후 떡밥이 식었겠거니 다시 심의를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거부 판정을 받았다.

이쯤 되면 당연히 최신작인 11편의 심의가 거부 되는 것도 순리라 생각하는 게이머들이 많았고 실제로도 그리됐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플랫폼을 통한 게임 구매까지 제한되어 있진 않고 영국, 독일, 호주 등 일부 국가처럼 모탈 컴뱃 시리즈의 라이브러리 소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선 우회와 같은 어느 정도의 수고가 필연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단간론파



스파이크 춘소프트의 추리 어드벤처 게임인 <단간론파 시리즈>도 잔혹도는 위에서 언급한 모탈 컴뱃에 전혀 뒤지지 않는 작품이다. 단지 유혈이 낭자한 장면을 분홍색으로 떡칠하고 처형 신을 코믹하게 구성해서 크게 부각되지 않을 뿐

골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충격적인 게임의 비주얼과 내용 때문에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있었고 즐겨본 이가 적지 않았아 인지도가 높았지만, 아무래도 서로에게 살인을 종용한다는 소재는 한국 정서상 용인되기 쉬운 내용은 아니었기에 팬들조차도 단간론파 시리즈의 한국 정식 발매는 힘들 거라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나마 2015년 외전작인 절대절망소녀가 무려 한글화까지 된 채로 정식 발매되면서 상황이 반전되는 듯했다. 본가 시리즈에 비해 잔혹한 묘사를 자제했음에도 성적인 내용 묘사와 아동 학대가 연루되어 있어 청소년 이용 불가 딱지를 받긴 했지만 이 작품을 시작으로 전작인 1, 2편이 한글화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본가 시리즈의 후속작인 뉴 단간론파 V3는 무려 2번이나 심의가 거부 당하면서 앞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후속작들의 발매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일부 게이머들은 당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던 인천 유괴 살인사건과의 유사성 때문이 아닌지를 주장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고삐 풀린 단간론파의 제작진들이 더욱 막 나가고 현실적인 살인 묘사를 한 탓이 아닌가 추측만 하고 있을 뿐 정확한 내막은 아직까지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 맨헌트



때리고 빼앗고 홈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낼 수 있는 게임만 만드는 회사 락스타게임즈는 1998년부터 숱한 문제작들을 만들어 흥행가도를 이어왔다.

보통은 Grand Theft Auto, 레드 데드 리뎀션이 이들을 대표하는 막장도 높은 게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들보다 더욱더 막장의 끝을 달리는 또 다른 게임 시리즈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맨헌트>다.

맨헌트와 다른 두 게임 시리즈의 막장도를 가르는 기준은 바로 '살인'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느냐다. GTA, 레데리는 돈이던 명예던 복수던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살인을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표 달성을 위해 살인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맨헌트는 인류를 사냥한다는 무시무시한 제목처럼 살인 그 자체가 목적이다. 

맨헌트 시리즈는 얼마나 희생자를 화려하고 처참하고 잔인하게 살인하는지에 따라 점수를 매기며 그 묘사도 굉장히 현실적이다. 차라리 잔인할지언정 초현실적인 기술로 상대를 살해하는 모탈 컴뱃이나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단간론파의 살인 묘사는 애교로 보일 정도로

그 때문인지 맨헌트는 게임 심의 등급이 상세하게 분류되어 있는 북미의 ESRB 심사에서도 가장 괴악하다는 AO(18세 미만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았으며 후속작인 2편은 그보다 낮은 등급인 M(17세 이용가) 등급으로 출시했다가 후에 AO 등급으로 상향(?) 조정됐고 결국 이런 수위 조절에 지친 락스타가 맨헌트 제작을 중단하며 시리즈의 막을 내리게 된다.

무려 미국에서 이 정도로 심의와 관련된 이슈가 있었으니 한국에서 등급 분류가 거부된 건 두말할 필요 없는 잔소리라 할 수 있겠다.


■ 홈프론트



위에서 심의가 거부된 작품들은 모두 잔혹한 살인 묘사가 공통적인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홈프론트>만큼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프로파간다 성격이 강하긴 해도 일반적인 FPS 수준의 액션과 전쟁 묘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콜 오브 듀티처럼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거나 암만 삐딱하게 게임을 바라봐도 둠, 울펜슈타인처럼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는 게 전부여야 했다.

하지만 홈프론트는 아주 당당하게 심의 거부를 받아낸다. 사실 발매 당시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는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등급 심의를 받지 않은 채로 예약판매를 진행한 홈프론트에 대해 시정명령과 판매 금지 공문을 발송했을 뿐 따로 신청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후속작인 홈프론트:더 레볼루션의 심의 거부를 확정 지으면서 못을 박았다.

아마 게임의 주적이 동아시아를 거의 다 꿀꺽한 '북한'이고 그 북한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현시점에서는 가장 유력한 심의 거부 사유로 꼽히고 있다. 그나마 후속작인 더 레볼루션은 미래의 시간선을 다루고 있는 대체 역사물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전작인 홈프론트는 노골적으로 현실 북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으며 당시 일어나지도 않은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의 권력 세습까지 그려냈기 때문에 아무리 실제 내용이 미국군이 되어 북한을 응징한다고 해도 용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을 확률이 높다.

나중에는 원래 침략국 포지션에는 중국이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제작사인 THQ에서 급히 내용을 수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사실 북한으로 내용이 바뀌면서 내용이 엉성해진 부분이 게임의 평가를 깎아먹는데 일조하였고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가 도산하면서 이는 아쉬운 결정으로 남았다.

한편, 북한군이 주요 적으로 등장하는 또 다른 게임 크라이시스는 홈프론트와 비슷한 이유로 개발 단계에서 적 세력을 중국군에서 북한군으로 교체하였다는 이력이 있으나  무사히 한국 정식 발매에 성공했다. 북한의 묘사가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으며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더빙 퀄리티가 처참한 탓에 북한군이 매우 우스꽝스럽게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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