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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한국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들

작성일 : 2019.04.20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라이벌이랑 같은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상대를 의미한다. 

스포츠에서 이런 라이벌 구도는 리그를 흥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이 라이벌 구도에 있는 팀이나 선수가 리그를 양분하는 강팀의 핵심 선수일수록 그리고, 선수의 성향이 완전히 비슷하거나 완전히 엇갈리는 등 강한 개성을 보유하고 있을수록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라이벌(더비) 매치의 대명사인 엘 클라시코

e스포츠 강국인 한국에서도 다양한 게임에서 다양한 선수가 숙명의 라이벌 기믹으로 얽히면서 리그의 흥행을 주도했으며 숱한 명경기로 강한 인상을 남겨 많은 이들의 뇌리에 기억되고 있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역대급 라이벌 관계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 장재호 vs 박준

<워크래프트 3>의 나이트엘프는 본래 어떤 종족을 상대로도 적절한 피지컬과 운영 능력이 되면 반반 싸움이 가능한 무상성 종족을 표방하고 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피지컬과 운영 능력이 남달리 뛰어난 선수가 사용하면 막을 방법이 없는 사기 종족이 된다는 소리인데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프로게이머 '장재호'가 실제로 워크래프트 3:프로즌 쓰론 래더를 기반으로 e스포츠 리그를 평정하며 이를 증명한 바 있다.


차원이 다른 경기력으로 외계인 내지는 게임을 초월하는 제5종족이라는 별명이 붙은 장재호(moon)

리즈 시절의 장재호는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온갖 대회에서 우승을 싹쓸이하고 다녔다. 그의 기량은 맵 데이터에 조작을 가하여 불리한 상성을 떠안은 상태에서도 우승을 찍고 승률이 아닌 우승률을 셀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오크 종족 프로 선수를 상대로 34연승이라는 정신 나간 기록을 쓰면서 리그에서 장재호를 막을 사람이 도저히 보이지 않을 것이라 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오크 종족의 만년 유망주 '박준'이 비록 매치에서 패배하긴 했으나 1세트 승을 따내면서 연승 기록을 저지하여 장재호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게 됐다. 


검귀(블레이드 마스터)로 적 본진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무시무시한 성장세로 게임을 흔드는데 정평이 난 박준(Lyn)

이전에도 마누엘 쉔카이젠, 루웨이량처럼 강한 오크 플레이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크 레인저로 6렙을 찍어 타 상대의 일꾼을 홈친 뒤 빌드를 새로 올려 상대의 고 티어 유닛으로 능욕을 시전하거나 상대 본진에 공격 기능이 부가된 전진기지를 짓고 위습으로 적 영웅을 에워싸 죽이는 장재호에게 1승을 따낸 오크라는 사실은 박준에게 충분한 의미가 될 수 있었다.

이 이후로도 박준은 장재호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성장하여 장재호를 제외한 어지간한 나이트엘프는 그냥 학살해버리는 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물론 그 장재호를 상대로도 전적이 동률에 가깝다는 점에서 박준이 대단한 선수라는 점에는 이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야말로 박빙에 가까운 그들의 성적

신속한 빌드 업으로 강력한 고 티어 유닛을 확보하는 장재호와 저 티어 단계에서 검귀(블레이드마스터)를 활용한 게임 메이킹으로 빠르게 경기를 터뜨리는 박준의 플레이 스타일은 언뜻 보기엔 크게 달라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가진 공통점인 무자비한 견제 능력과 뛰어난 마이크로 컨트롤 그리고 배짱 있는 플레이에서 기인한다. 

이는 아마 때로는 같은 구단에서 팀으로 활동하고 때로는 개인 리그의 경쟁 상대로 치고받으며 서로의 장점을 흡수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두 선수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크리티컬 로또와 재플린 아케이드

■ 임요환 vs 홍진호

지금은 저그라는 종족의 특성이 극 초반부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물량전을 구사하며 적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것으로 정립되어 있지만 스타크래프트 리그 초창기의 저그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멀티 확장 과정에서 다소 경직된 운영을 선보이고 있었다.

임요환은 그를 유명하게 만든 특유의 드랍십 운영으로 이 틈새를 잘 찌르고 들어가 동시기에 활동하던 대다수의 저그 플레이어를 무너뜨리고 다녔다. 


창의적인 전략과 선구안으로 황제 타이틀을 처음으로 가져간 임요환(SlayerS_`BoxeR`)

그나마 홍진호만큼은 이렇게 형성된 테저전 구도에서 좀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고 타이밍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는 홍진호는 특유의 공격성으로 적과 계속 병력을 주고받으며 몰아치는 폭풍 같은 플레이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렇듯 홍진호의 경기는 기본적으로 쉴 새 없이 교전이 터져 나오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 보고 있더라도 보는 맛이 있었는데 데뷔하자마자 1년 만에 결승까지 치고 올라간 데다 저그에게 극도로 불리한 상성의 맵에서 임요환을 상대하면서도 박빙의 승부를 보여주며 홍진호는 많은 팬을 확보했고  끝내 라이벌 구도가 생겨나게 됐다.

   

    홍진호(YellOw)                                               홍진호(YellOw)   
 
그렇게 그들의 경기는 앞서 말한 2001 코카콜라 스타리그 결승부터 시작하여 치킨을 시켰는데 배달 오기 전에 경기가 끝나버렸다는 전설을 남긴 2004 에버 스타리그 4강에 이르기까지 임진록이라 불리며 매번 화제를 불러왔다. 심지어 이후 스타 리그의 라이벌 매치는 이에 영향을 받아 모두 XX록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두 선수 모두 군대를 다녀오고 나이를 먹어가며 기량의 저하를 겪으며 리그의 정점에서 겨루게 되는 일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방송 활동이나 스타크래프트 관련 이벤트 매치를 통해 종종 만나 임진록의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임진록인 GG 투게더 이벤트 매치, 참고로 여기서도 1은 2에게 3에 해당하는 것을 시도했다(...)

심지어 최근 홍진호가 포커 플레이어로 메이저 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는 등의 활약을 보이자 임요환과 포커 플레이어로서도 맞수로 다시 만나 임진록을 펼치길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진행한 J88 Poker Tour에서 또다시 콩라인에 등극한 홍진호의 모습과 이를 중계하는 사악한 1인자

■ 이상혁 vs 허원석

페이커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SKT T1의 미드 라이너 이상혁은 13년도 스프링 시즌 데뷔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받으면서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온 선수다.

지금이야 시간이 꽤 지나면서 확고부동한 세체미(세계 최고의 미드)의 포스는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손에 꼽힐만한 실력과 대단한 스타성을 보유한 플레이어인 만큼 많은 선수가 그를 롤모델로 삼거나 그의 아성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했었다. 


롤을 즐기는 만인의 슈퍼스타 이상혁(Faker)

그 과정에서 배어진(다데), 송의진(루키), 이서행(쿠로), 이민호(크라운) 등 많은 선수들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인지도 높은 라이벌로는 보통 허원석(폰)을 꼽고 있다.

사실 허원석은 이상혁과 데뷔 시즌이 불과 하나 차이일 정도로 경력이 오래된 선수로 프로 리그에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당시 라인전이 막강하기로 이상혁을 솔로 킬 내면서 이름값을 드높였고 데뷔한지 1년 만에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으로 정점에 서는 막강한 커리어와 실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니달리의 핵창으로 이상혁을 솔로 킬 내며 돌풍을 일으킨 허원석(PawN)

허원석의 소속 팀이었던 삼성 갤럭시가 공중분해되고 중국 리그로 진출했다가 돌아오기까지 어느 정도 텀이 생기면서 잠시 동안은 라이벌 구도가 희미해지는 듯했으나 2017년 한국 리그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상혁의 소속팀인 SKT의 통신사 라이벌 KT에 입단하면서 다시금 라이벌로서의 위치가 재조명됐다.

물론, 이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가 항상 좋은 의미로 부각된 것만은 아니다. 허원석은 17년 허리 부상으로 인해 실전 감각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고 18년에는 이상혁이 반대로 부진을 겪으며 서로 밑바닥에서 경쟁하는 라이벌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2019 시즌에 들어서는 두 선수 모두 정상급의 기량을 회복하면서 아직도 꼭대기에서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을 펼친다는 의미에서 페진아와 폰대관이라는 긍정적인 별칭을 얻었다.


LCK에서 밀어주는 공식 별명 '페진아'와 '폰대관'

■ 김효종 vs 이승준

통칭, 학살(Haksal)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김효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대표주자인 암살자 공격 영웅 겐지로 유명한 선수다.

프로 데뷔 이전부터 정평이 나 있던 김효종은 아마추어 팀에서 시작한 러너웨이를 당시 최강팀으로 불린 루나틱 하이와 혈전을 벌이는 수준의 강팀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한편, 루나틱 하이에서 영입한 DPS '후아유' 이승준은 학살에 버금가는 겐지 실력으로 화제가 되면서 두 선수는 피지컬이 싱싱하다는 좋은 의미에서 양대 급식겐지로 분류되어 김효종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외국에서도 꽤 유명한 두 겐지 장인의 라이벌 구도

사실 두 선수는 플레이 스타일에서는 최전선에서 판을 주도하는 게임메이커와 후방으로 침투하여 주요 인원만을 암살하는 안티캐리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진 공통점인 엄청난 피지컬과 컨트롤  그리고 반사 신경이라는 장점은 결국 팀을 승리로 이끄는 열쇠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리그 시청자들은 이들을 각 팀의 키 플레이어이자 숙명의 라이벌로 엮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두 선수는 겐지 이후 늘려나간 영웅 폭마저도 트레이서, 둠피스트, 브리기테 등으로 흡사하여 행보마저도 평행선을 걷고 있다.

현재 김효종은 오버워치 리그 정식 출범 후 러너웨이의 후신에 해당하는 벤쿠버 타이탄즈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반면 이승준은 아직 나이 제한 때문에 필라델피아 퓨전의 2부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라이벌 관계를 기억하는 APEX 리그 시절의 팬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들이 오버워치 리그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APEX 시즌 2 결승전 하이라이트 영상, 두 선수의 겐지가 스포트라이트를 듬뿍 받은 것이 압권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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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nlv9 미친DS건담
  • 2019-04-22 23:08:13
  • 임요환 대 홍진호 빼고는 솔직히 라이벌이라고하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