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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그때 그 시절 비디오 게임의 역대급 난제

작성일 : 2019.04.13

 

'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흔히 '레트로'로 분류되는 고전 게임들은 지금 나오고 있는 설명충 게임들과 달리 인게임의 조작이나 공략의 핵심 요소를 알려주는 데 다소 인색한 경향이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게임은 시작하면 목숨 몇 개, 스테이지 어디라는 단서만 쥐여주고 냅다 진행을 강요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굴리는 조작법조차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고 공략법을 이해하지 못해 게임을 멈추는 일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이런 불친절한(?) 게임이 있어도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류가 워낙 활발한 시대다 보니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커뮤니티를 이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님 손잡고 게임 소프트(팩) 사서 가끔씩 조금씩 게임을 플레이하는 어린아이들과 조금씩 쟁여둔 동전 몇 개로 고작 한 두 판씩 오락실에 가서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에게는 당시 돌파구가 없어 한없이 높았던 통곡의 벽이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당시에는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었던 '그때 그 시절 게임의 난제'이다.

■ 그래서 진정한 엔딩이 뭐야?


버블보블의 최종 보스인 슈퍼 드렁크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락실에게 꾸준히 가동되고 있는 전설적인 아케이드 게임 <버블보블>은 처음 보급된 이래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최종 보스를 클리어 한 사람은 여기저기서 쉬이 목격되지만 참된 해피 엔딩을 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특징이 있다.

만약 혼자서 100스테이지까지 모두 클리어하면 방울에 갇힌 여자친구를 구출하고 1번 플레이어에 해당하는 버블 드래곤은 인간의 모습을 되찾는 엔딩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엔딩 직후 이것은 진정한 엔딩이 아니며 친구와 함께 다시 도전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플레이어를 무작위 스테이지로 되돌려보내기 때문에 게임을 다시 플레이해야 한다.

그리하여 2인 플레이로 100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형제 버블 드래곤이 모두 인간으로 되돌아오며 여자친구를 구해내면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그러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또다시 '이 또한 진정한 엔딩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비밀 문자가 적힌 암호문을 제시한다.


두 번 이상 뺑뺑이를 돌리는 가혹한 게임

암호와 함께 화면 하단에는 단 한 번도 목숨을 잃지 않고 1부터 20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은색 문에 입장하여 ABCD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적혀 있는데 이 안내에 따라 게임을 재시작한 뒤 조건을 달성하여 은색 문에 들어서면 알파벳에 대응하는 비밀문자가 가득한 공간에 진입할 수 있다.

즉, 노미스 상태로 20스테이지까지 클리어할 수 있는 기초 실력과 2인 플레이로 엔딩을 볼 수 있는 근성이 조합되어야만 진정한 엔딩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단서를 조합하면 암호문을 해독하여 타이틀 화면을 띄운 상태에서(while displaying title) SJBLRJSR을 입력하라는 답을 얻어낼 수 있다.


비밀 커맨드 입력 시 타이틀명이 슈퍼 버블보블로 변한다

시키는 대로 버블보블의 타이틀 화면에서 코인을 넣지 않고 S(게임 스타트 버튼), J(점프), B(버블 발사), L,R(왼쪽, 오른쪽)에 해당하는 버튼을 차례대로 입력하면 타이틀 이름이 '슈퍼 버블보블'로 바뀌는데 이 상태에서 슈퍼 모드라는 별도의 난이도로 2인 플레이를 하여 100스테이지를 격파하면 비로소 사랑과 우정, 가족을 모두 되찾는 진정한 해피 엔딩을 볼 수 있다.

사실 버블보블은 역사가 오래된 게임인 만큼 해당 요소를 찾아낸 사람이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대중적으로 퍼지지 않았던 요인들이 있다면 1차적으로 노멀 모드조차도 제대로 100스테이지를 격파하고 엔딩을 보려면 가볍게 보기 어려웠던 게임 난이도, 2차적으로는 암호 해독과 같은 플레이에 대한 제약을 들 수 있다.


암호 해독에 쓰이는 문자열, 26개의 글자는 ABCD로 불리는 알파벳에 대응되는데 문제는 이걸 어떻게 30초 만에 외우냐는 것

더군다나 암호 해독에 도움을 주는 은색 문의 공간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추적하는 몬스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짧은 시간 안에 비밀문자가 각각 어떤 알파벳에 대응하는지 파악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어찌어찌 이를 해독하여 슈퍼 모드를 열면 안 그래도 어려웠던 버블보블이 살인적인 난이도로 돌변하는 헬게이트가 펼쳐진다. 이쯤 되면 진짜 엔딩을 오락실에서 본 사람이 몇 안 되는 게 납득이 갈 정도로 첩첩산중이었던 셈이다.

사실 이는 게임 내에 이런저런 숨겨진 요소를 삽입하기 좋아하는 타이토의 개발자 故 미츠지 후키오의 작품으로 후속작인 심포니와 메모리즈에 이르기까지 버블보블 시리즈는 모두 이런 이스터에그를 모두 섭렵해야 진짜 엔딩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전통으로 남아 있다.


참고로 30, 40 스테이지까지 노미스 플레이를 해도 또 다른 은색 문의 공간에 진입하여 게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힝, 속았지?


용맹한 기사 아서, 그는 왜 오밤 중에 빤스 바람으로 공동묘지에서 공주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까?

버블보블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캡콤의 명작 플랫포머 액션 게임인 <마계촌> 또한 괴악한 방식으로만 최종 보스를 영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좀 했다 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회자되는 작품 중 하나다.

사실 마계촌에서 최종 보스와 엔딩을 보는 방법은 버블보블에 비하면 매우 간단하다. 그저 게임을 진행하면서 특정 무기를 얻은 채로 특정 스테이지를 돌파하면 되는 것이다.


십자가(방패)를 들고 레드 아리마 한 다스와 사탄 2마리를 깨면 됩니다. 참 쉽죠?

문제가 있다면 이 특정 무기에 해당하는 십자가 또는 방패를 얻어 5, 6스테이지를 넘기려고 하니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첫 번째는 해당 무기를 얻는 과정 그 자체로 획득 방법이 무작위 드롭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운이 없으면 타임 오버될 때까지 방패를 얻지 못해 5,6 스테이지를 울며 겨자 먹기로 강제로 진행하거나 죽는 수밖에 없다. 만약 진행을 하는 선택지를 골라 스테이지의 보스를 처치한다면 해당 무기를 얻어 재도전하라고 친절하게 5스테이지로 돌려보내 준다.


어머나... 친절도 하셔라

두 번째는 해당 무기의 특성이다. 십자가(방패)의 공격력은 기본 무기인 기병창이나 단검보다 높고 탄환을 방어할 수 있는 대신 사정거리가 짧다. 손가락만 된다면야 진행을 빠르게 할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은 공격할 때를 제외하면 플레이어의 동작을 읽고 행동하는 몬스터가 제법 있으며 이런 몬스터가 5, 6스테이지에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요소가 합쳐지면 영원한 고통의 굴레가 완성된다. 5, 6스테이지를 죽어라 돌아도 쉬이 방패가 나오질 않으며 천신만고 끝에 방패를 얻으면 목숨을 보전하며 5, 6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도 이 막장의 끝에 달한 조건을 모두 이겨내고 7스테이지에 입장하면 다행스럽게도 쟈코 구간 없이 바로 최종 보스전이 시작된다. 그렇게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악마를 물리치면 '이 방은 사탄이 설치한 함정에 의해 보여진 환각이었다, 용감하고 신속하게 전진하라'라는 어이없는 메시지를 보고 2회차에 돌입하게 된다.


어머나... 친절도 하셔라(2)

2회차에서도 위와 같이 5, 6스테이지에서 방패를 얻어 7스테이지 입장 후 최종 보스를 다시 한 번 물리치면 공주를 구출하는 엔딩을 볼 수 있긴 하다. 문제가 있다면 2회차는 적의 행동 속도가 빨라치고 탄의 수가 더 많아질 뿐(...)

마계촌은 버블보블과 비교하면 단서는 대놓고 다 알려주는 친절함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알려주는 바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피지컬과 근성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지는 조금 의문이다.

■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원통

90년대 최고의 난제 중 하나

<소닉 더 헤지혹 3>는 맥도날드와의 협업 캠페인 때문에 발매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본래 개발하던 3D 액션 게임의 방향성을 엎어버리고 6개월 만에 만들어낸, 그야말로 공밀레의 애환이 담긴 게임이다.

그 때문인지 스테이지에 해당하는 존의 볼륨은 상당히 커졌지만 그 수는 전작들에 비해 확 줄어버렸고 확장팩에 해당하는 소닉&너클즈와의 결합해야만 진정한 완성작 <소닉 3 & 너클즈>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불완전한 소닉 3에 소닉&너클즈가 합쳐져야 완전한 갓-겜이 되는것이었다

그런데 암만 급했어도 너무 허겁지겁 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인 것일까? 소닉 3는 수많은 유저들이 눈물을 흘리며 넘어가기를 포기한 마의 구간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바로 4번째 스테이지에 해당하는 카니발 나이트 존 Act.2의 중반부다.

지나가는 것이 불가능한(Impassable) 원통으로 유명한 이 기믹은 사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만 사용되는 난제이다. 원래 이 원통을 지나가려면 그 위에 올라탄 다음 다른 모든 조작을 배제하고 오로지 위, 아래 버튼으로만 원통의 진폭을 넓혀야 하는데 게임 내에서는 도저히 이 방법을 알 수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여기서 막혀서 타임 오버 찍고 잔기가 하나씩 줄어드는 사람이 97%

테일즈와의 2인 플레이로 소닉을 태우고 비행으로 올라가려고 하면 막혀 있고 점프를 반복하면 원통이 진동하긴 하지만 타이밍에 맞춰 위, 아래 버튼을 입력하는 것처럼 진폭이 커지지 않아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보통은 이런 기믹이 있으면 게임 화면 구조물에 화살표 모양의 힌트를 제시하거나 간단한 튜토리얼을 넣기 마련인데 이런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액션 게임이 대체로 조작이나 기믹에 대한 설명이 불친절했다고는 해도 이는 너무 심한 처사였다.

그나마 일본판 타이틀의 경우 함께 들어있는 매뉴얼에 방향키로만 조작할 수 있는 구조물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어 있었으나 수출판은 이 설명조차 생략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이 원통은 앞서 설명했듯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소닉을 플레이한 사람의 난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죽하면 나온 지 20년이 넘어가는 게임의 특정 구간 공략 영상이 이토록 수두룩하게 나올 정도다

그렇게 영원히 고통받은 유저들이 많았던 탓인지 소닉 25주년 행사에서 '가장 많은 소닉 팬들이 무릎 꿇은(게임을 포기한) 구역'을 말할 때 이 원통이 등장하여 다수의 공감을 얻었으며 현장에서 이를 본 소닉 시리즈의 주요 개발진 '나카 유지'와 후임 '이이즈카 타카시'가 나중에 이에 대해 따로 사과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소닉 시리즈에서 '마의 구간'으로 알려진 문제의 원통을 보고 실소를 터뜨리는 나카 유지의 모습

■ 턴제 RPG에 커맨드 필살기라니...


발상을 뒤집는 참신한 시스템과 전투가 꽤 많았던 파판 6

발상을 뒤집는 획기적인 시스템 추가는 어떤 게임에서나 환영받을 만한 요소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가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파이널 판타지 VI>에서 주인공 일행의 격투가 동료인 메쉬의 경우 대전 격투 게임처럼 화살표와 버튼을 이용한 커맨드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 특이한 시스템이 해당 캐릭터가 파티에 합류하는 이벤트를 초특급 난제로 만들어버렸다.

사실 이 이벤트를 넘어가는 법은 매우 간단한 편에 속했다. 이름난 무술가 던컨의 아들이자 메쉬의 사형인 발가스의 도전에 맞서 플레이어는 메쉬를 조종하여 60초의 제한 시간을 넘겨 즉사의 저주가 발동하기 전에 커맨드 필살기인 폭렬권(←→←A)을 발동하여 이를 쓰러뜨리면 되는 것이었다.

문제가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일반적인 턴제 RPG의 전투 방식은 각종 버프를 둘둘 감고 파티의 능력치를 높이는 소모품을 다수 사용한 뒤 일반 공격 내지는 기술을 선택하여 적을 쓰러뜨리는것이다.

그런데 메쉬는 필살기 항목을 선택하여 정해진 시간 내에 필살기 커맨드 중 한 가지를 제대로 입력해야 공격이 나가는 구조였고 대화창에서 제시하는 폭렬권의 커맨드를 이해하고 입력하지 못하면 60초 뒤 얄짤없이 메쉬가 사망하여 게임오버되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이 게임이 한창 플레이되던 당시에는 일본어는커녕 영어조차도 한국에서는 필수 교과목이 아니었다

즉, 일본어 내지는 영어를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언어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1차적으로 이 구간에서 걸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발가스와의 전투는 앞서 말했듯 폭렬권 하나 입력하면 끝난다는 점에서 메쉬의 독특한 전투 방식인 커맨드 필살기의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이벤트다. 심지어 설명은 제대로 하고 있다. 엄연히 따지면 불친절한 진행 방식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12레벨에 불과한 극초반부 보스에게 11,600이라는 적지 않은 체력을 할당하고 60초의 시간제한까지 걸어버리니 커맨드 격투 폭렬권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어린 나이에 게임을 즐긴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이 간단한 이벤트를 넘어서지 못하게 게임을 접어야 했다.

물론, 아주 간혹 변태 같은 근성을 자랑하는 게이머들은 끝도 없이 레벨 노가다를 한 뒤 그냥 힘으로 때려잡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사람들은 턴제 RPG에 커맨드 필살기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기에 나름대로의 정공법(?)을 썼다나...


그나마 타 기종 이식판에서는 이 문제를 인식했는지 조금 더 직관적으로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 밖에도 이번 기사에서 공간을 할애하여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메가 드라이브판 <엑스맨>에서 진행 도중 인게임 안내에 따라 '게임기를 리셋해야만 정상적인 진행이 가능해지는 구간'

<메탈 기어 솔리드>에서 조작하고 있던 패드를 뽑아 다른 슬롯에 끼워야만 쓰러뜨릴 수 있는 보스 '사이코 맨티스'가 이쪽 업계에서 통하는 대표적인 그 때 그 시절의 난제로 꼽히고 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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