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수입된 캐릭터 게임은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풀보이스 더빙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일본은 성우의 팬덤이 굉장히 두텁고 강하기에 이들을 만족 시키기 위해 성우의 역량과 커리어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한데 프린세스커넥트 리:다이브(이하 프리코네R)를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사이게임즈는 이런 유저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다양한 방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성우를 대거 기용했다.

엄청나게 많은 프리코네R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생동감과 매력을 불어 넣은 성우들은 서브컬쳐 계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고 어떤 캐릭터들을 남겼을까? 게임조선에서는 프리코네R에 등장하는 각 길드의 리더 캐릭터를 연기한 성우의 대표작과 캐릭터를 뽑아봤다.

게임을 시작하고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이자 미식전 길드 센터를 차지하고 있는 '페코린느'의 성우는 M·A·O이다. 당연하겠지만 이 이름은 예명으로 본래는 이치미치 마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배우 쪽이 본업이다.

일본 성우들은 보통 연극단 또는 성우 양성소(학원)를 거쳐 정식 교육을 받은 뒤 데뷔하게 되는데 M·A·O는 특이하게도 이 과정을 건너 뛰고 성우로 데뷔했음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주목을 받았다.

성우로서 그녀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의 '사기사와 후미카'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책을 좋아하는 차분한 캐릭터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M·A·O는 맑으면서도 착 가라앉은 목소리를 내며 캐릭터의 모습을 잘 살렸다.

배우로 데뷔했을 당시 <파워레인저 캡틴포스>에서 괄괄한 여장부 캐릭터인 '루카 밀피'를 연기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M·A·O가 얼마나 넓은 배역폭을 가지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데 프리코네R에서 담당한 페코린느는 식탐 많고 천진난만하며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이므로 그녀의 색다른 연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트윙클 위시 길드의 리더 '히요리'를 담당한 성우는 토야마 나오다. 기본적으로 밝고 텐션이 높은 캐릭터가 잘 어울리고 실제로도 그녀가 맡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목소리의 특색에 맞춰 그녀가 맡은 대부분의 배역은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중반까지의 젊은 여성이며 여자 고등학생 배역의 비율이 배우 높은 것도 특징이다. 물론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에서 맡은 카와시마 미즈키처럼 성숙하고 인텔리한 목소리의 여성도 능수능란하게 연기하고 있어 연기력 논란은 거의 없다.

그녀의 배역 중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는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에 등장하는 '유이가하마 유이'다. 해당 캐릭터는 언뜻 보면 어수룩해 보이지만 항상 주변 사람들의 동향을 의식하고 있는 눈치 빠른 캐릭터이며 봉사부라는 특별 활동을 하며 더욱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이는 토야마 나오가 프리코네R에서 맡은 배역인 히요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트윙클 위시 길드는 어려울 땐 서로 돕고 필요한 일이 있다면 상담을 부탁한다는 모토를 내세울 만큼 히요리는 남에게 헌신적이고 봉사하기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이프 가게를 가장한 비밀 결사 라비린스의 리더 '라비리스타'는 사와시로 미유키가 담당했다. 사와시로 미유키는 무려 15살의 나이에 업계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초인기 베테랑 성우다.

기본적으로는 데뷔작인 <디지캐럿>의 푸치코처럼 작고 귀여운 소동물계 캐릭터에 잘 맞는 목소리지만 경력이 쌓여가면서 카리스마 넘치고 성숙한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

경력이 길기 때문에 유명한 캐릭터가 굉장히 많지만 그 중에 하나를 꼽는다면 <루팡3세>의 '미네 후지코'를 뽑을 수 있다. 미네 후지코는 극 중에서 천성이 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악당이라고 보긴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대로 밝혀진 사실이 거의 없어 비밀이 많은 수수께끼의 여자라는 기묘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이 역시 프리코네R에서 담당한 캐릭터인 라비리스타와 비교하기 좋은 대상이다. 라비리스타는 크레이프 가게의 점장과 세계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길드의 리더라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으며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팀 카르미나의 리더는 '노조미'로 히카사 요코가 목소리를 담당했다. 여성 성우치고는 비교적 낮은 음역대의 개성 넘치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 날카롭거나 드센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많이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전문 성우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가창력이 좋아서 음악이나 노래와 연관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욱 빛이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지도가 가장 높은 그녀의 담당 캐릭터라면 <케이온>의 '아키야마 미오'를 예시로 들 수 있다. 해당 캐릭터는 애니메이션에서 밴드의 베이시스트 겸 보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성우의 역량을 십분 활용한 배역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아마 프리코네R에서 아이돌 팀인 카르미나의 리더 노조미로 선정된 것도 이런 배역의 영향이 어느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싶다.

미미는 그저 노는 것이 제일 좋은 유소년 모험가들이 만든 비인가 길드 리틀 리리컬의 리더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답게 귀여운 것에 사족을 못 쓰는 이 캐릭터의 목소리를 낸 것은 히다카 리나다.

히다카 리나는 6살이 된 2000년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왔고 성우로서의 교육을 받아 8년 차부터 성우로 데뷔하여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맡는 배역은 대부분 10세 전후의 소녀로 그 중에서 대표 캐릭터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에 등장하는 '라스트 오더'다. 극 중에서 모난 성격으로 유명한 최강자를 상대로도 두려움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며 먼저 손을 내밀어 마음을 보듬어주는 치유계 캐릭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