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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 서버이전 '정치'였다…세력-망명-무역-신분세탁까지

작성일 : 2018.03.22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M'에서 진행된 '서버이전'은 게임 내 지각변동을 일으킨, 하나의 사건이 된 역대급 이벤트였다.

보통  '온라인게임'에서 서버이전 서비스는 운영 상의 편의 서비스에 속한다. 서버 인구수를 조정을 주 목적으로 둔 수단 중 하나로, 인구가 많은 서버에서 적은 서버로, 혹은 비율이 안 좋은 서버를 관리하기 위한 일환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리니지의 서버이전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서버이전 시 각 서버마다 너무 많은 유저 이탈 혹은 너무 많이 이전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동 장치를 걸어두고 여러 제한을 두는 것은 여타 게임과 동일하여 '단순 이주'에 초점을 맞춘 것은 맞지만 이 서비스를 바라보는 이용자들의 시선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단순히 플레이 서버를 옮기는 것만이 아니라 캐릭터 이전을 통해 완전히 다른 혜택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버마다 아이템 시세와 성혈에 의한 세율이 다르고, 오갈 수 있는 사냥터부터 달라지는 현존 가장 정치적인 모바일게임 리니지M . 서버이전이 열려 서버 간 캐릭터 이동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리니지M 에서 서버가 갖는 의미가 단순히 월드를 나눈 것만이 아니라 마치 '국가'의 개념으로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세력을 규합하여 단체로 타 서버로 진출하여 힘을 과시하려고도 하며, 누군가는 벅찬 상대를 피해 수월한 플레이가 가능한 곳으로의 망명을 꾀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서버 간 무역상이 되어 희귀한 매물을 옮겨오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싼 가격에 구매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는 직접 서버이전을 행하는 이용자만이 아니라 그냥 머물러 있는 이용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대적으로 시행된 지난 2주간의 서버이전 이벤트가 리니지M 140개 서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정리했다.
 
 
◆ 성의 주인이 바뀌는 서버 정치 지역도의 변화
 
라인 단위, 혈맹 단위의 대이동은 서버 이전 이벤트 직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같이 게임을 즐기는 인원끼리 이전하는 거야 당연한 모습이지만, 리니지M 에서 혈맹 단위 이전은 조금 더 분명한 목적을 띤다.
 

서버마다 세력 구도가 다르고, 라인에 의한 통제 상황이 제각각인 리니지M 은 전투력이 건재한 혈맹 하나, 라인 하나가 서버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기존 서버의 인원은 가능하면 자신의 혈맹/라인으로 이주민들이 정착하길 바라고, 상대 혈맹/라인으로 넘어가는 것을 최대한 막고자 한다. 이 때문에 전체 채팅을 통한 감정적/정치적 견제나 물밑 작업도 상당했다. 아예 넘어오기 전부터 간부급이 만나 의견을 나누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상당 인원의 합류 혹은 이탈로, 힘의 균형추가 무너져 당장은 성의 주인이 바뀌거나 필드 전투의 향방이 바뀌는 일이 많고 이러한 변화는 곧 보스 통제, 사냥터 통제 등의 결과로 연결됐다. 기존 서버를 양분하던 라인의 힘만으로는 쉽사리 바뀌지 않았던 판도가 넘어온 인원들의 합류로 변하거나 이탈 인원이 생기면서 크게 바뀐 서버가 생긴 셈이다.


▲ 서버를 장악한 기존 라인을 밀어내고 새로이 집권하는 라인도 생겨났다. (출처 - 게임조선 촬영)
 

◆ 한순간에 랭킹 밖으로. 서버 랭킹의 변화
 
리니지는 전체 랭킹 100위, 직업별 랭킹 100위까지 확인할 수 있는 랭킹 시스템을 지원한다. 랭킹에 따라 해당 유저의 말머리에 랭커를 뜻하는 별 마크가 1개에서 4개까지 붙는 등의 명예 혜택부터 부가 능력치, 가방 무게를 무시하는 특정 버프 등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랭킹을 유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100위까지의 랭커를 산정한다고 하지만 상위 레벨이 되면 소수점 넷째자리까지 계산하게 되는 리니지M 레벨업 시스템상 랭커들 간의 차이는 많이 벌어져봐야 1~2레벨 차이, 인접한 경우에는 고작 0.몇% 차이로 결정된다.
 

여기서 대단한 포부를 품고 다른 서버로 진출하든, 아니면 억압을 피해서 망명을 해오든 서버 이전을 신청할 정도로 서버 상황에 민감한 이용자라면 아무래도 상위 레벨의 유저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전한 서버와 이전 신청한 서버 두 군데 모두 전체 랭킹에 큰 영향을 주게 된 것.
 

이 때문에 인기가 많은 서버는 3성 랭커가 한순간에 10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하는 등 전 서버 랭킹 구도에 큰 변화가 있었다.


▲ 서버이전 이벤트를 통해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랭킹 (출처 - 게임조선 촬영)

 
◆ 지금이 시세차익을 챙길 때! 봇짐 장수의 등장
 
서버이전은 일반/프리미엄 이전 각각 계정당 2회씩 가능하다. 2회라는 것은 어딘가로 한번 갔다가 다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 혹, 다른 서버에 이미 60레벨 이상의 캐릭터가 있다면 이것을 다른 서버를 경유해서 주 캐릭터가 있는 서버에 합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개인이 득템할 기회가 적고, 확률이 높지 않은 데다가 강화 시 장비가 사라질 확률이 존재하는 리니지M 에서 유저 간 거래는 가장 중요하고, 또 그 만큼 활발하다. 하지만 모든 거래는 해당 서버에만 국한된 거래소를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 이때 서버 이전은 다른 서버의 물건을 들여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작년 6월 최초 오픈 이후 사실상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역사를 써온 각 서버의 문이 열린다는 것은 천차만별의 경제 상황, 즉, 아이템 시세를 무시하고 원하는 품목을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예 우리 서버에 없는 품목을 구할 수 있고, 우리 서버에서는 너무 비싼 아이템을 훨씬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즉, 흔히 봇짐 장수라 불리는 유저들이 아이템 거래를 목적으로 타 서버로의 이전과 복귀를 하는 모습 역시 리니지M의 서버이전 이벤트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결과적으로 전 서버 유저들의 장비 상황이 좋아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신분 세탁과 스파이 잠입
 
리니지M에는 소위 '막피'라는 개념이 있다. 레벨업이 0.0001% 단위까지 내려가다 보니 레벨업은 사실 하루종일 자동사냥을 돌려야만 상승하는게 보일 정도. 이런 무방비의 자동사냥 캐릭터를 죽이는 것이 바로 막피다. 리니지M에서 PK를 행해도 일시적인 페널티만 주어질 뿐으로 빠른 시간에 금세 복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막피 뿐만 아니라 전체 채팅으로 험한 말을 일삼는 '외창러'. 특정 혈맹과의 전쟁에서 밀려 제대로된 플레이가 힘들어진 이용자들 모두 서버 이전을 통해 신분 세탁이 가능해졌다. 다른 서버로 이전하려고 할때, 해당 서버에 같은 닉네임으로 캐릭터를 생성해두면 닉네임을 바꿀 수 있는 점에 착안한 형태다. 그대로 다른 서버에서 정착하고 살아도 되지만 바뀐 닉네임으로 다시 고향 서버로 와서 모른 척 지낼 수 있기 때문.
 

마찬가지로 이러한 형태로 비교적 좋은 장비의 캐릭터를 닉네임을 세탁한 후 갓 서버 이전 해온 랭커인 것처럼 꾸며 상대 혈맹의 신규 가입하는 형태로 스파이를 잠입시키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서버 이전 인원을 적극 유치하고자 하는 라인 혈맹의 특성을 이용한 것. 이러한 스파이가 엔씨톡을 활용해 혈맹 채팅을 감시하거나 보이스 채팅 등에 들어가 공성 지휘를 엿듣는 등 숨어서 움직이게 되면 상당 부분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니지M 의 서버이전은 단순히 서버를 옮기는 편의 서비스 수준을 벗어나 서버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말 그대로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 서버이전 이벤트 종료 후 성혈이 바뀐 서버도, 조용한 시골 서버에서 도시 서버로 변한 경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리니지만의 독특한 혈맹/라인 단위 세력 싸움과 중립 혈맹의 난립에 의한 정치 구도의 변화. 다른 게임은 쉽게 따라하지 못할 치열한 커뮤니티가 고스란히 리니지M 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셈. 자동사냥에 기대어 하루 정해진 콘텐츠를 소화해가며 간편, 간단하게 즐기는 것으로만 인식되어온 모바일게임에 PC온라인 게임 이상의 깊이를 담아낸 것이야말로 왕좌에 등극한 리니지M 의 절대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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