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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업 디자이너의 보드게임 제작 도전기, '페이크옥션'

작성일 : 2017.08.16

 


▲ 보드게임콘 당시 페이크옥션 플레이 장면
 
최근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올라서면서 1인 혹은 소규모 인디 개발자들의 등용문이 확대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기존 PC나 콘솔에 비해 소규모 개발팀에서도 비교적 빠르고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인데다, 각 모바일 스토어를 통해 배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각 모바일 스토어에서는 인디 게임존만을 모아서 보여준다거나 하는 등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인디게임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 외에도 인디 게임의 개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바로 보드 게임이 그 주인공이다.
 
얼핏 들어보면 보드게임을 아마추어가 만든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검증이 안된 보드게임은 스마트폰 마켓처럼 판매를 위한 창구가 따로 존재하지도 않으며, 실제 오프라인 상품으로 만들어지는 특성 상 모바일 제작/판매 환경에 비해 신경써야 할 부분이 훨씬 많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
 

▲ 16일 기준 411%의 달성률을 보여준 '페이크옥션'

하지만 텀블벅이나 오마이컴퍼니 같은 크라우드펀딩이 급부상하면서 보드게임의 인디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29일 열렸던 보드게임콘에서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보드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아마추어 작가존이 따로 운영되면서 메이저 보드게임이 아닌 크라우드펀딩을 진행중인 보드게임이 다수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이날 아마추어 작가존에 출품한 '페이크옥션(가짜경매)'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원래 모금하기로 했던 금액의 400%를 달성하는 등 성공적인 아마추어 보드게임으로 볼 수 있었다.
 
게임조선은 실제 페이크옥션의 작가 조종완 편집 디자이너를 만나 페이크옥션의 제작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 쉽게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
 

▲ 페이크옥션 작가, 조종완 편집 디자이너
 
페이크옥션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양한 미술품을 경매하는 파티 게임으로 미술품은 경우에 따라 진품일 수도 혹은 가품일 수도 있어 이를 통한 블러핑이 주가되는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 중에서도 심도깊은 전략게임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을 더 좋아한다고 밝힌 조종완 디자이너는 페이크옥션을 자신이 가진 '경험'과 '재미'를 그대로 녹인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미대를 졸업한 그는 미대를 다니며 알게 된 다양한 동서양의 작품, 그리고 진품과 가품 등을 이야기의 소재로 잡았다. 거기에 누구나 간단한 설명만 듣고 플레이할 수 있는 파티게임을 목표로 룰을 만들어내 결과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게임에 가장 잘 알고 있는 소재를 입힌 보드게임인 셈이다.
 

▲ 뭉크의 절규 같은 다양한 미술품이 경매에 참여한다.
 
"이런 저런 게임을 하다보면, 아 이런 게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해서 도전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편집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짬짬히 보드게임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실제로 조종완 디자이너는 페이크옥션에 앞서 '서바이버'라는 생존형 좀비 보드게임을 크라운드펀딩으로 론칭한 적이 있다. 지난 게임이 좀 더 운적인 요소에 전략적인 재미가 가미된 게임이라고 한다면, 이번 페이크옥션은 철저한 파티게임으로 단 5분만 설명을 들으면 즐겁게 게임에 임할 수 있다.
 

▲ 좌측부터 차례대로 경매하는 '페이크옥션', 물음표 카드로 진품/가품을 판별한다.
 
◆ 페이크옥션은 어떤 게임?
 

▲ 페이크옥션의 핵심, 진품(오리지널) 보증서와 가품(이미테이션) 보증서

페이크옥션의 기본 콘셉트는 '배신'이다. 디지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블러핑을 보드게임의 매력으로 손꼽은 조종완 디자이너는 페이크옥션을 '블러핑의 극대화'라고 일축했다.
 
페이크옥션은 각 플레이어에게 미술품 한 개와 진품인지 가품인지를 확인해주는 증명서 1개를 제공한다. 이후, 각 플레이어의 상품을 섞어 순서대로 출품한다. 출품한 물건이 누구의 물건인지, 진품인지 가품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각 플레이어는 경매를 통해 물건을 낙찰받고 상품을 미술관에 판매해 차익을 남긴다.
 
진품의 경우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지만, 가품일 경우 경매에 사용한 금액보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받거나 심지어 벌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페이크옥션 아이디어 스케치

때문에 물품이 경매에 오를 때 진품인지 가품인지 잘 속여야하며, 심지어 남의 물품을 자신의 물품인척 속일 수도 있다. 게임은 처음 받는 미술품을 제외하면 운적인 요소 없이 오로지 플레이어의 말주변, 블러핑 만으로 이루어진다.
 
독특한 설정의 보드게임인 만큼 영감을 얻은 보드게임이 있냐고 묻자 단언코 없다고 말했다. 영감을 얻거나 하면 오히려 비슷한 게임이 나올까봐 걱정돼 제작 기간 동안 다른 보드게임은 잘 보지도 않았다고 한 그는 오히려 게임을 완성한 후 비슷한 게임이 있는지 계속해서 검색해 봤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추리물도 좋아한다고 밝힌 조종완 디자이너는 한때 추리게임을 제작하려고 했던 적이 있지만, 디셉션을 해보면서 "와, 이거보다 잘 만들수는 없을 것 같은데…?"라며 기획을 접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 아마추어 보드게임 제작은 어떻게?
 

▲ 초창기 미술품 카드 디자인

보드게임은 단순히 룰의 기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게임에 사용되는 컴포넌트, 박싱 등 다방면에서 노하우가 필요하다. 조종완 디자이너는 이러한 부분에서 다른 보드게임 작가와 차별화된 강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현업에서 편집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다보니 게임판이나 카드, 매뉴얼 디자인을 제가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이 강점이죠"라며 언급했다. 미대 출신 디자이너로서 디자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꼼꼼하고 완성도 높게 작업할 수 있었던 셈이다. 

더군다나 단순히 게임, 웹디자인이 아닌 브로슈어같은 인쇄물에도 능통한 만큼, '인쇄'가 필연적인 보드게임에서 마지막까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도 했다. 사실상 보드게임에 도전하기에 적합한 능력과 환경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쇄물과 보드게임의 영역은 다소 다르다. 이때문에 그 역시 실패를 경험해보기도 했다.
 
"서비아버 제작 당시 일반 브로슈어 같은 곳에서 사용되는 고급 종이로 카드를 만들었는데, 보드게임 쪽에서는 전혀 통용이 안되는 종이였어요. 카드를 잡고 셔플할때의 손맛이라거나, 맨질맨질한 뒷면이나…그래서 그 부분은 혹평을 받았어요."라며 씁쓸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 페이크옥션에 앞서 펀딩에 성공한 '서바이버'
 
이외에도 미쳐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별생각없이 대형 사이즈로 펀칭 보드를 만들었는데, 해당 사이즈의 펀칭보드를 게임 박스에 넣을 수 없어 일일히 펀칭을 다 해서 넣었고, 그로 인해 오히려 작업시간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흔들리면서 내부 케이스에 손상이 가는 경우도 생겼다. 

설상가상으로 일일히 펀칭해서 넣으니 보드게임 매니아 사이에서 처음 게임을 사서 딱 한 번 즐길 수 있는 펀칭의 즐거움 역시 사라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페이크옥션은 좀 더 완성도 있게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 앞으로의 계획
 

▲ 페이크옥션 전용 천 매트, 펀딩 보상으로만 얻을 수 있다고

그러나 여전히 보드게임 제작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모바일처럼 꾸준히 자동으로 팔 수 있는 스토어가 존재하지 않으며, 무한정 데이터를 다운로드 하는 식의 찍어내기가 아니라 일정량 이상 만들어 놓은 재고를 '처리'해야하기 때문이다. 판매를 하지 못하는 만큼 마이너스가 된다. 그만큼 위험요소가 다분하다.
 
첫 판매는 크라우드펀딩으로 확실하게 나가지만, 여분으로 만들어 놓은 재고의 판매는 미묘하다. 인디 게임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고, 전문 보드게임샵으로의 진출을 생각하더라도 게임의 인지도 등이 필연적이다. 조종완 디자이너 역시 이러한 부분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크옥션 이후에는 이전에 만든 서바이버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신작을 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치며, 마지막으로 페이크옥션을 기다려주는 후원자에게도 "페이크옥션에 후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완성도 높은 페이크옥션 되도록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며 잊지 않고 인사를 남겼다.
 
[이정규 기자 rahkh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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