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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 후기] 템즈 in 속초

icon_ms 템즈  |  2016-07-19 16:54  |  조회 3349

 

 

아이에게 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

안다 보다는 '해봤다'를, 무엇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한국(정확히는 속초마을)을 비롯해 전 세계는 지금 포켓몬GO 광풍이 불고 있다.

인터넷은 속초 인증이 유행됐고 소셜커머스에는 속초행 당일 셔틀도 판매된다. 한국에서만 이미 설치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기존 게임처럼 오픈마켓을 통해서 받는 게 아니라 링크를 통해 설치할 수 있단 점을 보면 그야말로 '사회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도 취재팀을 속초로 파견해 그 열풍을 실감했지만 그래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또 가서 해보고 싶어 지난 월요일 휴가를 내고 일요일 밤 속초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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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을 설치만 했지 정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갔다. 그 과정조차도 좋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처음 포켓몬이 어떻게 등장하고 잡는 것인지 조차 몰랐고 그래서 (초보자들에게) 그 정보를 어떻게 전달해야지 가장 효율적인지를 알게 됐다.

비를 뚫고 속초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간 곳은 숙소도 아니고 횟집도 아니고 포켓몬고의 성지 가운데 하나인 '속초엑스포탑'이었다.

비가 오는 일요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그곳에서는 휴대폰을 들고 돌아다니는 누가 봐도 '포켓몬 유저'임을 알 수 있을 그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그 무리에 합류했지만 이미 속초 부근에 들어섰을 때부터 포켓몬고 서버는 계속해서 과부하 문제가 발생한 상태였다. 마치 디아블로2의 로딩화면 문만 봐야 하는 상황처럼 계속 "Our severs are experiencing issues. Please come back later"의 문구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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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문구가 나오면 게임에 재접속하기 위해 종료하고 다시 접속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 운 좋게 접속하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 아니면 계속 종료-접속 시도를 해야 한다. 그래서 누군 게임을 하고 있고 누군 저 문구와 씨름해야 했다.

시간상으로 북미나 호주의 피크시간대라서 그렇다면 결국 서비스 국가를 확장하며 서버에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켓몬볼을 던져서 몬스터를 포획했는데 획득 과정에서 게임이 멈추는 현상에서는 깊은 빡침을 맛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결국 첫날은 게임 접속을 포기했다. 라고 쓰고 바닷가에 포차를 갔다고 읽는다. 속초가 성지가 된 이유 중 하나는 훌륭한 피서지이자 물회, 생선구이, 막국수 등 각종 맛집이 즐비해 있다는 점도 있다고 자신을 설득했다.

다음날 기상과 동시에 포켓몬 사냥이 시작됐다. 다행히 서버는 어제보다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가끔 위에 언급한대로 포획에 성공하고도 화면이 멈춰 재접을 수십 차례 하면서 플레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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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실제로 게임은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게임을 켜고 돌아다니다가 주변에 포켓몬이 등장하면 진동으로 알림이 온다. 그러면 그 녀석을 터치하면 포획 장면으로 간다.

포켓볼을 던져서 해당 몬스터를 맞추면 되는데 어렵지 않다. 대신 쎈 녀석들일수록 한 번에 포획되지 않는다. 포획에 성공해도 다시 탈출해 다시 포획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아이템을 사용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난 겜알못이라 몰랐는데 포켓볼은 보유 수의 제한이 있더라(-_-당연한건가. 난 무제한인줄) 그래서 난 처음에 막 던졌는데 이거 0개가 되면 포획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최대한 신중히 던져야 한다.

포켓볼은 0개가 되면 현금으로 구매하거나 거점에서 얻어야 한다. 이게 포켓몬고가 매출을 만드는 기본 구조다.

과금러는 걍 포켓볼을 사겠지. 하지만 무과금러들에겐 거점이 있다. 거점은 지도상에 특정 장소를 뜻하는데 화면에서 네모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보통 해당 지역의 특정 장소 엑스포타워 기념비, 태양열 등이 거점으로 잡힌다.

그 근처에 가면 이 네모 파란색이 원형으로 바뀌는데 이때 터치해서 뜨는 표지판을 돌리면 포켓볼이나 물약 등의 아이템을 무작위로 얻게 된다.

그래서 포켓몬고 유저들이 그렇게 돌아다니는 것이고 페이크gps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가 되고. 차를 타고 거점을 지날 경우 터치하다보면 어느새 '멀리 떨어졌어'라고 메시지가 바뀐다. 그래서 자전거나 전동보드 타고 다니는 친구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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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닐 이유에는 거점외에도 체육관(Gym)도 있다. 여기서는 포켓몬 대결을 통해 진영별로 점령 즉 협동과 대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거점은 지도에서 누가 봐도 이게 거점이구나 싶을 만큼 눈에 띄게 표시돼 있고 영금정 해맞이 정자와 같이 지역의 핫스팟 장소가 보통 체육관으로 설정되어 있더라.

게임의 기본 플레이 방식을 익히니 그때부터 '재미'가 생겼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포켓몬 사냥에 나섰다. 근데 솔까말 2시간 정도 잡고 나니. '나는 누구. 여긴 어디'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먼저 난 포켓몬스터를 즐겨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다. 내 또래 중에도 일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나이가 어린 친구들(20~30대)이 더 열광했던 세대들이다. 그래서 내게는 포켓몬스터의 노스탤지어가 없다. 그래선지 내가 알고 있는 피카츄, 꼬북이를 빼곤 다들 생소한 녀석들이고 그러다 보니 수집의 만족도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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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내가 이 녀석을 잡았구나'가 아니라 '한 마리 포획 성공' 정도였으니.

그다음으로 난 게임업계 종사자로 지금까지 오랜 기간 게임을 해오다 보니 게임을 보는 시각이 굳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포획-육성-협동/경쟁'의 과정은 내게 큰 재미를 주진 않았다. 아마도 이는 위에서 말한 첫 번째 이유(포켓몬 마니아가 아님)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육성의 본질은 나의 아바타화(化)가 되어야 하는데 포알못이니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난 포켓몬고를 플레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시큰둥해졌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포켓몬고가 재미없다'라는 말은 아니다. 이는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어 속초에서 만난 수많은 포켓몬고 유저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야기해봤다.

현재 속초를 방황하는 포켓몬고 유저는 혼자 오거나 친구와 둘이 오거나 애인(혹은 이성 친구)과 오거나, 가족들이 함께 오거나다. 원래 속초에 살던 이들도 있고 포켓몬고를 하기 위해 온 사람도 있고 마침 속초 여행이 계획에 있었던 경우도 있다.

나잇대도 다양했다. 꼬마들부터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그 이상 등. 이중 핵심 유저층은 포켓몬에 노스탤지어를 가진 20~30대이고. 꼬마들과 10대들은 요즘 포켓몬스터를 소비하는 층이다.

나처럼 포알못인 30대 어정쩡 층은 광풍빨에 합류했고 40~50대도 비슷하지만 자녀들 때문에 의도치 않게 합류한 층도 많은 걸 목격했다.

40대로 보이는 한 아저씨는 "아들이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고 다른 한 아버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포켓몬고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한참 설명한 뒤 "이걸로 자녀들과 소통을 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난 이 부분이 포켓몬고(를 비롯해 모든 게임이)가 가진 가장 강력한 '파워'이자 '재미'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놀이를 넘어 문화이자 사회현상의 초대박 흥행을 위해서는 기존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 층 외에 흔히들 이야기하는 비(非) 게이머(보통 일반인이라 지칭) 층을 흡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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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하고 싶어해서,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서, 남친이 하라고 해서, 다들 한다기에 등 기존에 게임에 전혀 관심 없던 층이 게임을 잡는 순간 게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능력인 '재미'라는 요소는 매우 매력적일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왜? 재밌으니깐. 그리고 경험이 적은 만큼 더 신선하고 더 대단해 보이는 점도 있다.

한 아저씨는 "이걸(포켓몬고) 누가 발견했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훌륭하다"고 표현했다. 사실 게임은 발견이 아니라 개발인데. 일반인들은 개발이 뭔지.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른다. 표현 방식을 떠나 그들은 게임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포켓몬고는 긍정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바로 플레이어를 집안이 아닌 집 밖, 현실 세계로 이끌고 또 돌아다녀야 한다는 점이 강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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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 뛰어논다'라고 할 때는 노는 것처럼 느껴지고 누군가에게는 데이트나 여행을 떠나는 이유 등의 명분도 된다. 게다가 부지런히 걸어 다녀야 하니 운동도 되지 않나.

럭키알을 부화시키려면 10km를 걸어야 하기도 한다.

혹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8년간 해결 못 한 소아비만을 포켓몬고가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물론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걷는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도 있다. 근데 사실 이건 포켓몬고 이전에도 문제가 됐던 부분이고 스마트폰 이전에는 신문을 보다가 피처폰을 하다가 책을 보다가 등. 뭔가에 몰입하다가 발생한 사고들은 많았다. 그런데도 주의하면서 플레이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실제론 난 적당히 풍경을 즐기면서도 플레이할 수도 있었다. 진동이 오면 제자리에서 서서 포켓몬을 포획하고 거점을 갈 때는 방향만 확인하고 주변을 충분히 살피고 다시 화면을 봐도 게임 진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이렇게 포켓몬고는 일반인을 게이머로 흡수했고 하고 할거고 해서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으로 본다.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속초나 울릉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고 이번 35개국 서비스 확장국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또 지도 문제로 인해 서비스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태라 '포켓몬고'의 열광도 더 불이 붙은 점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 포켓몬고는 기본적으로 재밌기 때문에 이 열풍은 꽤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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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고가 나온단 이야기를 들었다. 웃픈 반응이 많고 나도 기본적으론 현실이 웃프지만 이번 속초에서 포켓몬고를 플레이하면서 뽀로로고든 그 무엇고든 국내 게임업체가 AR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느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국내 업체들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힘과 여기에 재미요소를 더욱 살려내는 포인트와 관련된 노하우들은 강력하다. 여기에 어느 회사가 될지 모르겠지만 AR의 장점과 IP의 힘, 또 그 무엇인가를 녹여내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강력한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레고 IP를 사서 레고고를 만들어달라. 레고 마니아들은 국내외를 떠나 '수집욕'하나는 여느 집단에 꿀리지 않는다. 노스탤지어도 강하고.

마무으리는 속초에서 먹은 음식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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