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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조 입사 7주년과 미니멀라이프

icon_ms 템즈  |  2016-05-03 14:51  |  조회 5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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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참 대단하다. 


오늘 내 탐라를 보니 가장 먼저 보이는 글귀가 저 문구다. 시간 참 빠르구나. 3일 뒤면 벌써 겜조에 몸을 담은 지 7년이란 시간이 되는구나. 난 지난 7년간 잘 살아왔나? 잘 해왔나?


# 좋은 글. 글이란 읽는 사람의 주관적 느낌으로 판단되기에 누구에게나 좋은 글이란 있을 수 없지만 누구에겐 좋은 글은 있다. 난 누구에게 좋은 글을 썼을까?


여느 기자도 기레기라는 단어를 좋아할 리가 없다. 다들 각자의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며 직업은 소중하니 말이다. 나 역시 뜻하지 않은 오해도 사봤고 원래 형이 없는데 형편없다는 메일도 받아봤다. 수명이 1000년 정도 연장됐던 일도 있었다. 그래서 나 31세기까지 살아서 금성의 일면통과도 볼 수 있겠다.


# 그럼에도 보람찼던 적이 더 많고 취재 현장에서 가슴이 쿵쾅거린 일들이 훨씬 더 많았다. 게임업계의 큰 이슈들을 직접 취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업계의 거장부터 이제 막 발을 디딘 신출내기까지 그들과 게임과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어 즐거웠다.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을 더 만날 테고 또 취재 현장을 뛰어다닐 거다. 늘 그런 기대와 감사함이 자이언티말처럼 꺼내 먹을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가? 글 쓰는 걸 더 좋아하는가? 사실 난 게임을 그렇게 잘하지도 못한다. 어릴 적부터 비디오게임기나 컴퓨터로 게임을 접한 게임키즈도 아니다. 대학 때 학점과 게임을 바꾼게 시작이었으니 게임판의 많은 분에 비하면 미천하다.


그래도 게임덕에 인생의 전환점이 생겼고 밤새우며 소중한 추억을 쌓은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글쓰기는 좋아함이 곧 잘씀으로 직결되지 않아 슬프지만 나는 게임과 관련된 글을 쓰는 걸 참 좋아한다. 지금 겜조에 몸담게 된 것도 다 그 덕이니라.


그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음은 매우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이다. 삶이 삶은 닭가슴살처럼 퍽퍽한 날도 있지만 늘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 

 

# 요즘 고민이 하나 있다.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난 참 이기적이더라. 늘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고 언제나 그걸 실천하고 행했다고 스스로 자위했지만 그건 나의 생각 뿐 나는 내 주변 사람들까지 즐거운지 행복한지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아니 안 썼다가 더 맞는 표현이겠다. 내가 즐거우니 너도 즐겁겠지 넌 왜 안 즐겁게 사니 세상이 얼마나 즐거울건데 하며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생각을 잘 하지 않았다.


이기적이라는 거 참 나쁘다. 그래서 난 늘 어느 날이 되면 달지 않게 불행을 경험하고 그럴 때마다 인생이 덧없다며 무너지곤 한다. 덧없다는 건 보람이나 쓸모가 없어 헛되고 허전하다는 뜻도 있지만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지나가는 시간이 매우 빠르다는 뜻도 있다. 살아보니 전자보단 후자다.


이 고민의 답으로 지구의 평화나 인류의 안녕처럼 거창할 것도 없이 이기적이지 말자고 삶은 꽤 보람 있고 쓸모 있고 헛되지 않다는 걸 되새기고자 한다. 삶은 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시간이 매우 빠르게 지나고 있으니 말이다.


#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난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요즘 트렌드라면 트렌드인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보려 한다. 물질이 주는 만족보다 경험이 주는 만족이 크다. 근데 이는 단순히 절약하며 아끼고 살기가 아니라 헛된 욕망으로 물건에 집착하기보단 나의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소중함을 충분히 느끼고 싶다는 것.


검소하기보단 조금 더 가치 있는 생각과 실천을 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바로 행동에 옮겼다. 마음먹은 날인 지난 토요일 이젠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수납 상자들을 열어봤다. 별게 다 있더라. 

 

이건 당장보다는 언젠가 필요할꺼야. 아 이건 요런 추억이 얽혀 있잖아 하며 보유하고 있었던 것들. 최근 1~2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추억은 기억과 사진으로도 충분히 간직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물건이 내게 설렘을 준다면 간직하라. 미니멀라이프가 무조건 버리기를 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대충들 정리해보니 쓰레기 봉지로 하나, 재활용통으로 하나가 나왔다. 첫날은 여기까지.


그 다음 날, 누워있다가 문득 강한 정리 욕구가 치밀어 올라왔다. 책장 앞에 섰다. 난 책을 참 좋아한다고 스스로 믿는다. 그래서 유독 책에 아니 정확히는 책장에 집착한다. 가득 쌓인 책은 마치 나를 대단한 인격자로 만들어주는 기분이고 그들의 내 보물이고 또 다른 내가 된 기분을 느낀다. 웃기시네.


솔직히 첫 장도 읽지 않은 책들도 있고 한 번 읽고 다시는 만나지 않는 책도 있다.


두 번 세 번 다시 읽는 책들. 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책들. 보이지 않던 탈출구를 만들어줬던 책들이면 충분할 텐데 책장에 가득 쌓인 책이 준 우쭐감이 처음으로 낯설었고 부질없어 보였다.


책들을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 일부 정리하기 시작했고(앞으로 한참 해야 할 듯) 그 다음은 찬장과 신발장. 여기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그저 갖고 싶은 욕망에 장만한 물건들. 마치 의리로 이건 정도는 남겨둬야지 했던 것들이 있었다. 그게 뭐라고. 또 무엇이라고. 정리했다.


또 옷장으로 갔다. 옷장은 정말이지 최근 1~2년간 단 한 번도 다시 입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녀석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뭘까. 항상 옷장을 열면서 느꼈던 불편함은 그 언젠가는 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정리를 해보니 다시 쓰레기봉지로 1개, 재활용봉지로 4개가 나오더라. 와 이렇게 굳이 내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내가 갖고 살았구나 싶더라. 거창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 목표는 늘 우리 삶의 훌륭한 엔진이다.


무릇 사람에게는 식욕, 성욕, 수면욕이 있다. 내겐 하나 더 글쓰고 싶은 욕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겜조 7주년 문구 하나에 긴 글을 쓰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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